[명의들의 명강의]폐질환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4-07-23 오전 11:19:00
조선일보 의료건강팀 임호준 기자가 최근 낸 단행본 ‘건강을 다스리는 지혜, 한국최고명의 30명의 진단
과 처방’의 내용을 앞으로 30일간 chosun.com을 통해 연재합니다. 총 30편으로 된 이 책은 신체 부위
30곳에 생길 수 있는 질병의 원인과 예방, 치료법을 그 분야 최고 명의 30명에게 취재해서 일반이 이해
하기 쉽게 정리한 것입니다. 많은 도움되시길 바랍니다.(편집자 주)


2003년 겨울, SBS-TV에서 인기리에 방송됐던 김수현 극본 연속극 ‘완전한 사랑’은 ‘특발성 폐섬유화
증’이란 불치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사는 한 여성과 그 가족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눈에 밟히
는 아들과 딸을 두고 먼저 떠나야 하는 비운의 여 주인공 역에는 김희애씨, 아내가 죽은 뒤 정신적 충격
에서 벗어나지 못해 결국 아내 뒤를 따르고 마는 순정파 남편 역에는 차인표씨가 열연했다. 김희애씨의
북받치지만 절제된 슬픔 연기는 많은 주부 시청자의 눈시울을 적셔 화제가 됐다.



이 드라마는 TV나 영화 속 ‘시한부 인생 = 암’ 이라는 공식을 깨고 대중에게 생소한 ‘특발성 폐섬유
화증’이란 긴 이름의 불치병을 등장시킴으로써 호흡기 질환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불러 일으켰다. 아마
도 작가 김수현씨는 시한부 인생의 소재로 암을 설정하기엔 너무나 식상해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다 의
학사전 한 구석에서 ‘특발성 폐섬유화증’이란 희귀병을 찾아 냈는지도 모른다. 어쨋든 이 드라마 탓
에 호흡기 질환의 심각성과 무서움은 대중에게 어느정도 홍보됐다. 만성폐쇄성 폐질환, 기관지 확장증,
기관지 천식, 결핵 등 호흡기 질환을 앓는 사람이 소화기나 순환기 질환을 앓는 사람에 비해 결코 적지
않고, 병의 위중도(危重度)도 결코 덜하지 않은데, 다른 질병만큼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불평
해 왔던 호흡기 전문의들로선 이 드라마가 꽤나 고마왔을것 같다.



특발성 폐섬유화증을 얘기하려는 게 아니므로 이 병에 대해선 간단하게만 언급하고 넘어가자. 이 병은
허파꽈리(폐포)의 벽을 구성하는 세포가 점점 딱딱해져(섬유화) 산소가 허파과리 벽을 통과해 혈관으로
들어가기가 어려워 지며, 이 때문에 혈중 산소 농도가 떨어지는 병이다. 아울러 허파꽈리가 딱딱해 져
심한 호흡곤란을 겪게 된다. 여러가지 원인에 의해 폐 섬유화가 일어나는데, 그 중 원인을 모르는 폐섬
유화증에 ‘특발성’이란 형용사를 붙이고 있다. 다른 폐섬유화증은 어느정도 치료가 가능하지만, 특발
성인 경우 대부분 섬유화가 점점 심해져 결국 사망한다. 40세를 전후해서 많이 발병하며, 유일한 치료법
은 폐 이식 뿐이다. 치료법 뿐 아니라 예방법도 없어 병에 걸리고 말고는 그야말로 운명에 맡길 수 밖
에 없지만, 다행히도 발병 확률이 매우 희박해 보건학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현대인에게 가장 위협적인 호흡기 질환으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꼽을 수 있다. 생소하게 들리지
만 미국에선 1500만명 정도가 앓고 있으며, 사망원인 제 4위 이다. 대한호흡기학회에 발표된 자료에 따
르면 우리나라서도 45세 이상 성인의 8% 정도가 이 병을 앓고 있으며, 남성만 따진다면 12%나 된다. 특
발성 폐섬유화증처럼 당장 죽지는 않지만 어떤 방법을 써도 낳지않는 불치병인데다, 발병 빈도가 엄청나
게 높아 호흡기 전문의들이 가장 경계하는 병이 바로 COPD다.
이 병은 특정 병명이라기 보단 만성적으로 호흡장애를 초래하는 폐질환의 총칭이다. 만성 기관지염과 폐
기종이 대표적이며, 임상적으로는 이 두가지가 뒤섞여 나타나 구분이 어려울 때 COPD로 흔히 진단한다.
이 병은 폐기능이 크게 떨어지는 게 특징인데, 의사들은 폐기능이 같은 연령대 평균 폐기능의 75% 이하
로 떨어졌을 때 COPD로 진단한다.


일반적으로 폐기능이 75% 이하로 떨어져도 생활하는데 큰 불편을 못 느끼므로 사람들은 자신에게 COPD
가 있음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폐기능이 같은 연령대 평균의 50~60%로 떨어지면 걷거나
움직일 때 숨이 차기 시작하며, 그때부턴 증상이 악화되는 속도가 더욱 빨라진다. 병이 심하게 악화되
면 가만히 있어도 숨이 가빠서 밥도 못먹고 대소변도 못가리게 돼 꼼작말고 누워 있어야 하며, 이때 감
기 등으로 폐렴이 생기면 쉽게 사망하게 된다. 폐기능이 같은 연령대 평균의 40% 이하로 떨어지면 3급
장애인, 30% 이하로 떨어지면 2급 장애인, 25% 이하로 떨어지면 1급 장애인 판정을 받는다.



COPD를 유발하는 만성 기관지염은 심한 가래와 기침이 1년에 3달 이상, 2년 연속 나타나는 경우다. 흡연
이 가장 중요한 발병인자며, 심한 대기오염이나 분진, 유독가스 자극, 세균감염 등이 발병을 촉진할 수
있다. 그러나 대기오염이나 세균감염 등이 단독으로 만성 기관지염을 일으키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이
병 환자는 거의 100%가 흡연자다. 거꾸로 말하면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은 절대 만성 기관지염에 걸리
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흡연은 기도 점막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허파꽈리의 세균 저항능력을 감퇴시켜
염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성 기관지염이 진행되면 기관지가 매우 예민해져 조금만 기온이
나 습도가 떨어져도 환자는 발작적인 기침을 하게 되면, 그 때문에 염증이 더 심해지면서 병이 점점 악
화된다.



폐기종은 허파 꽈리가 터져서 엑스선 촬영을 해 보면 허파 아래쪽이 축 처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상태
다. 허파 꽈리가 터지면 허파 꽈리와 혈관 사이의 산소교환이 어려워져 호흡곤란이 초래된다. 이 역시
거의 100% 흡연이 원인이다. 담배를 피우면 허파 꽈리에 백혈구가 모이게 되고, 이 백혈구의 단백분해효
소 때문에 허파꽈리의 벽이 녹아 폐기종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인들의 기침, 가래, 호흡곤
란은 폐기종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만성 기관지염이나 폐기종 등은 수년 내지 수십년에 걸쳐 매우 서서히 진행하므로 빨라도 40대 이후, 주
로 노년기에 많이 나타난다. 따라서 기관지염이나 폐기종이 COPD로 발전하지 않게 하기 위해선 당장 담
배를 끊어야 한다. 일단 COPD로 진단 받으면 담배를 끊는다고 병이 낫는 것은 아니지만 담배를 끊지 않
으면 증상이 악화되는 속도가 빨라져 엄청나게 괴롭게 된다.



COPD 환자에게 담배를 끊으라고 하면 “오래 살아 뭐하나. 계속 피우다 빨리 죽을테다”고 말하는 사람
이 의외로 많다. 그에 반해 폐암 환자들은 담배를 끊으라고 하지 않아도 알아서 담배를 끊는다. 어떻게
보면 완전히 거꾸로 됐다. 진행된 폐암 환자는 담배를 끊는다고 더 오래 사는 것도 아니므로, 차라리 좋
아하던 담배를 실컷 피우게 하는게 낳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COPD 환자들은 담배를 계속 피워도 ‘원대
로’ 빨리 죽지 않는다. 대신 끊었을 때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고통스런 삶을 살아가야 한다. COPD에
대한 유일한 대처법은 금연 뿐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다소 의아해 할 지 모르지만 두번째 강조하고 싶은 병은 폐결핵이다. 폐병의 대명사격인 폐결핵을 아주
까마득한 날의 병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1995년 전국 결핵실태 조사에 따르면 인구 100명
당 1명이 활동성 폐결핵 환자다. 요즘도 매년 인구 10만명 당 96명 정도가 새로 폐결핵에 걸리고 있다.
매년 4만5000명씩 폐결핵 환자가 생긴다는 얘기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결핵 왕국이다. 주변 어디에든 결핵균이 존재한다. 폐결핵 환자
와 가까이서 이야기 하다 옮을 수 있으며, 환자가 뱉은 가래 속 균이 호흡기를 통해 침투할 수도 있다.
적게 잡아도 20만~30만명의 결핵 환자가 있는데, 이들은 아무런 제제없이 이곳 저곳에 균을 퍼트리고 다
닌다. 균에 감염된 뒤 첫 몇개월 동안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므로, 자신도 모르는 상태서 균을 옮기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환자와 환자가 접촉한 사람 모두를 격리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우리나라 사람
은 사실상 일년열두달 감염의 위험에 처해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감염됐다고 모두 발병하지 않고,
5~15%에게만 발병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유일한 예방법이라면 감염돼도 발병하지 않도록 적당한 운동
과 균형있는 식사로 건강과 면역력을 유지하는 것 뿐이다.



만약 폐결핵으로 진단됐다면 철저하게 치료해야 한다. 치료는 6개월 정도 꾸준히 약을 복용하면 대부분
완치가 된다. 결핵약은 간에 부작용이 생기는 등 독성이 강해 복용하기가 몹시 힘들다. 그러나 의사를
믿고 부작용을 참고 견뎌내야 한다. 만약 중간에 약을 끊거나, 자기 마음대로 약의 종류를 바꾸면 결핵
균이 내성을 얻어 문제가 훨씬 심각해 진다. 이 때는 1차약으로 치료가 안돼, 독성이 훨씬 심한 2차약
치료를 최소 1년 6개월 이상 받아야 한다. 그렇게 해도 완치될 확률은 1차약 치료때보다 훨씬 떨어진
다. 결핵약은 3차가 없다. 따라서 폐결핵에 걸린 사람은 1차약으로 끝장을 봐야 한다.



그러나 약을 써도 잘 죽지 않는 다제내성(多 耐性) 결핵균에 감염된 경우는 문제가 상당히 복잡해 진
다. 1차약 치료를 하다 약을 끊는 바람에 원래 결핵균이 다제내성균으로 바뀌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때로는 처음부터 다제내성균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처음 폐결핵 진단받은 환자의 2%, 폐결
핵이 재발한 환자의 10% 정도가 다제내성균이다. 이 때는 2차약 치료를 적어도 2년 정도 해야 하며, 폐
결핵이 국소적으로만 발병한 경우엔 그 부위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완
치될 확률은 60%에 불과하며, 나머지 40%는 사실상 치료가 불가능해 결국 사망한다.



모든 폐결핵 환자를 격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다제내성 결핵균에 감염된 환자만이라도 격
리를 시켜야 한다. 약 복용을 게을리 해 다제내성균이 생겼다면 환자에게 책임을 돌릴 수도 있을 테지
만, 처음부터 다제내성균에 감염된 사람은 그야 말로 아무런 죄도 없이 사망률 40%에 육박하는 병을 얻
게 된다. 사망률 40%인 공포의 세균이 공기 중에 떠 다니고, 운이 나쁘면 나와 내 가족이 희생양이 된다
는 사실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한편 건강검진 결과 ‘비활동성 폐결핵’으로 진단받고 놀라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결핵균이 폐에 침투
했다 흔적만 남기고 지난 상태를 말한다. 우리나라 사람에겐 비활동성 폐결핵이 너무 많아 이것이 있는
데도 ‘정상’으로 판정하는 병원이 많지만, 병원에 따라선 ‘친절하게’ 사실을 있는 그대로 나타낸
다. 그러나 전혀 놀라거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 외에도 만성적으로 심한 기침과 호흡곤란을 유발하는 병에는 기관지 확장증과 늑막삼출등이 있다. 폐
암과 기관지 천식도 만성 기침과 호흡곤란을 일으키지만, 폐암에 관해선 담배를 끊으라는 말 밖에 달리
설명할 말이 없으므로 생략하고, 기관지 천식은 ‘알레르기-김유영’편에서 설명하겠다.



기관지 확장증은 기관지 벽의 근육층과 탄력층이 파괴돼 기관지가 늘어나고, 그곳에 세균이 번식해서 염
증이 생기고 가래가 괴는 병이다. 이 병은 대부분 어렸을 때 홍역이나 백일해, 독감 등으로 인한 폐렴
을 심하게 앓고 난 뒤 생기지만, 대개의 경우 40세 이후에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 그제서야 병을 알게 된
다. 악취가 나는 고름같은 가래가 많이 나오고, 만성적으로 기침을 하며, 세균성 폐렴이 반복되고, 가래
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각혈을 하는 경우엔 기관지 확장증을 의심할 수 있다. 이 병도 가래를 뽑아내고
항생제를 복용하는 등의 치료로 증상이 호전되긴 하지만 결코 완치되진 않는다. 따라서 환자들은 담배
를 끊고, 매연과 먼지를 피해야 하며, 가족 등에게 가래를 뽑아내는 ‘흉부물리치료법’을 가르쳐 매일
가래를 뽑아내야 한다.



늑막삼출은 폐를 둘러 싸고 있는 막, 즉 늑막에 물이 고여 폐가 눌려서 호흡곤란이 생기는 병이다. 보
통 폐암이나 폐결핵, 폐렴이 원인이다. 늑막삼출로 인한 호흡곤란이 심한 경우엔 가슴에 관을 삽입해 물
을 빼내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한편 급성적으로 기침과 호흡곤란을 유발하는 병에는 급성기관지염과 폐렴 등 하기도 감염과 기흉, 늑막
염 등이 있다.



급성 기관지염은 기관지 점막에 급성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독감이나 감기 끝에 생길 수 있으며, 그 밖
의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 강한 화학적 자극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노인과 어린이에게 많이 생기
는데, 기침과 고열이 특징이며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가슴이 아플 정도로 심한 기침과 호흡 곤란 등
이 동반된다. 원인이나 증상에 따라 항생제, 항바이러스제, 기관지확장제, 진해제 등을 투약하게 된다.
병이 있는 동안엔 금연은 물론이고 간접흡연도 피해야 하며, 수분섭취를 늘리고 실내 습도를 적절하게
유지하며, 절대 안정과 충분한 영양섭취를 해야 한다. 급성기관지염을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폐렴으
로 진행된다. 고열, 가래, 기침, 흉통,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폐렴에 걸리면 입원 치료를 받아
야 한다. 폐렴의 원인이 세균인 경우엔 항생제를 투여하지만, 바이러스인 경우엔 대개의 경우 나타나는
증상만 치료한다.



늑막염은 폐를 감싸고 있는 늑막에 염증이 생긴 병이다. 늑막은 두겹으로 돼 있어 호흡을 할 때 부드럽
게 서로 미끄러져야 하는데, 염증이 있으면 늑막끼리 마찰을 일으켜 숨을 들이 마쉴때 칼로 찌르는 듯
한 심한 통증이 느껴지면서 호흡곤란을 겪는 병이다. 독감 때문에 생길 수도 있으며, 폐 손상이 늑막염
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폐 혈관이 막힌 경우도 늑막염이 생길 수 있다. 늑막염 증상이 의심되면 24시
간 이내에 의사의 진찰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기흉이란 두 겹의 늑막사이에 공기가 들어간 병이다. 흔히 실실 웃는 사람에게 ‘허파에 바람 들어갔
다’고 말하는데, 실제 기흉이 생기면 늑막염에서와 같은 예리한 통증과 호흡곤란, 가슴답답함 증상이
나타난다. 기흉은 늘어나 있는 허파꽈리가 터져서 생기는데, 만성폐쇄성폐질환이나 천식 등의 합병증으
로 주로 나타난다. 그러나 갈비뼈가 부러져 폐를 찌르는 경우 등 외상에 의해 생길 수도 있다. 역시 늑
막 사이 공기를 빼내는 응급 치료를 받아야 한다.

<조선일보>
이전글 직장인, 업무 동기부여 1순위 "급여"
다음글 <가슴 답답하면 "공황장애" 의심해야>
주소 : 서울특별시 광진구 아차산로 589 우)143-805 / Tel. 02) 456-7850 | Fax. 02) 456-7650 | E-mail. karp@karpkr.org
Copyright(c) 2008 KA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