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노년 행복한 노후―제6부 웰빙 라이프] ② 아름다운 마무리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4-06-17 오전 9:14:00
나는 떠나고 싶다 이름 모를 머나먼 곳에/

아무런 약속없이 떠나고픈 마음 따라/나는 가고 싶다/

나는 떠나가야 해/

가슴에 그리움 갖고서 이제는 두 번 다시/
가슴 아픔 없을 곳에 나는 떠나야 해….


떨리는 듯,그러나 정을 듬뿍 담아 ‘홀로가는 길’을 라이브로 담은 뒤

'와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그리고 ‘그동안 혹시 서운하게 있으면 용서하고 잊어달라’고

부탁하고 ‘사의 찬미’를 역시 라이브로 담는다.

‘떠남’을 주제로 한 단막극의 마지막 장면 콘티일까. 비슷하다.

권미령(67·경기도 분당 청솔마을)씨가 이 세상을 떠나는 자신을 배웅하기 위해 온 친지들에게

들려줄 CD의 구성내용이다.

“지난 4월 서울YWCA가 마련한 강좌 ‘멋쟁이 할머니’를 들으면서 유서를 썼어요.

지금 준비하고 있는 CD도 유서 마무리 작업의 하나지요.”

남편과 삼남매에게 남기는 편지도 준비중이라는 권씨는 유서를 쓰고 CD를 준비하면서

한편으로는 뿌듯하면서도 두려움이 느껴진다고 했다.

쫓기듯 떠나는 것이 아니라 찬찬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은 흐뭇한데,

죽음 이후 만날 미지의 세계는 한정없이 두렵다는 것.

특히 지난주말에는 감기가 심하게 들어 누워서 앓다가 “너무 열심히 떠날 준비를 해서

빨리 떠나게 되는 게 아닌가”하는 방정맞은 생각도 들었다는 권씨는

“그래도 유서를 쓰기를 잘했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했다.

“남편과 친구들에게도 유서를 써보라고 권해요.

이제 우리 나이는 갑자기 세상을 등질 수도 있는 나이잖아요”

갑자기 쓰러져 말 한마디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고,

치매가 와 정신이 온전치 못한 채 삶을 마감할 수도 있다.

자식들에게 부모 마음을 전할 수 없다면 얼마나 안타깝고,자식들 또한 답답하겠느냐는 것이

권씨의 생각이다.

권씨는 유서에 병이 들어 몸을 움직이지 못하면 간병인을 쓰도록 하고,

치매에 걸렸을 때는 요양원에 보내달라고 했다.

또 죽었을 때는 머리엔 조바위를 씌우고 수놓은 가죽꽃신을 신겨달라고 당부했다.

애도하기 위해 찾아온 친구들에게는 부의금을 받지 말라는 부탁도 남겼다.

권씨의 유서쓰기를 도와준 딸 정재원(37)씨는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어머니 나이가 느껴지면서 마음이 무거워졌다”면서도 “어머니 바람이 무엇인지 알게 됐고,

마음의 준비도 하게 됐다”고 말한다.

“나중에 편찮아지시면 병든 어머니를 돌보느라 혹시 자식들의 삶이 망가질까봐 걱정하시는 대목에선

목이 메더군요.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가없는 사랑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권씨는 유서를 쓰면서 지나간 일을 정리하고,앞으로 다가올 일에 대비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며

앞으로 얼마큼의 삶이 허락될지 알 수 없지만 사는 동안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CD에 담을 ‘홀로가는길’과 ‘사의 찬미’를 연습하고 있다는 권씨는 이번 여름이 가기 전에

남편과 삼남매에게 편지를 써 유서쓰기의 아퀴를 짓겠다고 했다.

김혜림기자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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