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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학생들이란 학교를 빠져나갈 궁리에 골몰하거나 졸업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26년째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이 있다면?
우리나라 최초의 노인학교인 ‘덕명의숙’ 학생인 김호남(78·서울 구의동) 할머니가 그 주인공이다.
“내가 26년 동안 두세번 아팠던 날 빼고는 결석한 적이 없다우.
학교에 오면 배우는 것도 많고 좋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어서 몇년을 다녀도 질리지 않아요.”
김 할머니는 한국전쟁 때 남편을 잃고 홀몸으로 외아들을 키웠고,
예순이 되기 전에 그동안 해오던 장사를 그만두면서 60세 이상 입학가능한 학교 규정을 어기고
나이를 속여가며 입학했단다.
워낙 학교를 오래다닌 ‘장수학생’이다 보니 나이로 따져도 최고참인 96세 할머니 바로 뒤의
‘넘버 2’다.
“내가 입학할 때는 노인정이나 복지관이 하나도 없던 시절이었어요.
친구들 8명이랑 같이 들어갔는데 지금은 다리 아프다고 안 오고,손녀 본다고 못 나오고,
죽고 뭐하고 해서 이제 나만 다녀요.”
김 할머니는 그동안 무수한 일가친척과 친구들을 학교로 ‘유인’하곤 했다는데,
김영순(74) 할머니도 그렇게 ‘포섭’된 경우다.
김영순 할머니는 김호남 할머니와 경동초등학교 동창으로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
1년에 한두번씩 꾸준히 만나며 가깝게 지내다가 김영순 할머니가 아들네에서 ‘독립’하면서
아예 같은 아파트 단지로 옮겨와 친자매처럼 지낸다.
“내가 예순이 되기 전부터 같이 학교에 다니자고 권했어요.
나도 61세 때 입학해서 올해로 14년째 덕명의숙에 다녀요.
가면 즐겁고,학교가 아니라 가족 분위기에요. 매번 만날 때마다 반갑다고 악수하고 쓰다듬지.”(김영순)
서울 충무로에 있는 덕명의숙은 ‘덕을 밝히는 학교’라는 뜻으로
1973년 대학생들이 서대문 기독교 장로 학생관에서 9명의 할아버지를 모시고
입학식을 치르면서 출발한 곳이다.
지금은 매주 화·목요일 60여명이 모여 노래교실과 고전무용,포크댄스,레크리에이션,
외부 강사의 강의 등 수업을 듣는다.
한달에 한번씩 극장에서 영화관람을 하기도 하고 고궁이나 박물관에서 야외수업도 한다.
1년에 한번 캠프를 떠나고,1년에 2번 수학여행도 있다.
“지난 3월에는 태국에 다녀왔고,다음달에는 백담사 근처로 3박4일 캠프를 가요. 캠프 가서 뭐하냐고요?
우리 행사가 젊은이들 못지 않아요. 프로그램도 많고.”
김영순 할머니가 따로 집을 얻어 나올 때만 해도 걱정스레 바라보던 자녀들도
할머니가 친구들과 어울려 정기적으로 건강하게 외출할 곳이 있으니까 등교하는 것을 반긴다고 한다.
“노인정엘 가면 더 늙는 것 같고,아들이 가까운 복지관으로 옮기지 그러냐고 하는데,안 가져요.
친구가 가보자고 해서 한번 따라가 봤더니 분위기가 우리 학교만 못하더라고.
지하철 갈아타고 멀리 다닌다고 그러는데,지하철 타면 운동도 되는데 뭘.”(김영순)
“우리가 명동에 다닌다고 하면 그렇게 번잡한데를 어떻게 다니냐고 해요.
수업이 끝나면 근처 백화점 구경도 가고 점심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요.
이젠 명동에 모르는 음식점이 없어요,하하.
이만하면 일찍 혼자된 거 말고는 서운할 것 없는 인생이죠?”(김호남)
<국민일보> 권혜숙기자 hskw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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