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부천시에서 10여년간 산부인과를 운영하던 의사 박모씨는 지난 2000년 서울 관악구로 병원을 옮 기면서 병원 문패를 바꾸었다. 산부인과에서 일반의원으로 바꾼 것이다. “처음엔 한 달에 80여명 이상 신생아를 분만했는데 계속 줄더니 20여명도 채 안 됐어요. 병원 경영이 어려워져 산부인과에서 손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출산 시대로 접어들면서 산부인과가 쇠퇴하고 분유 등 어린이 용품 시장이 축소되 는가 하면 초등학교 교실들이 텅 비는 등 사회 곳곳에 그 영향이 가시화하고 있다.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곳은 산부인과. 서울대병원·한양대병원 등 대부분의 대학병원들은 작년보다 10~50명씩 분만 건수가 줄어들고 있다. 출산 건수가 급감하면서 산부인과 병동이 잇따라 폐쇄되고, 전문 의들은 수련 부족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원급도 일반의원으로 바꾼 곳이 130여곳이나 되고 여 성 비만 등으로 진료 방향을 돌리는 곳도 많아졌다.
저출산은 초등학교 학생 수 감소로 이어져 99년 이후 지금까지 분교 등을 포함해 무려 897개교가 문을 닫았다. 현재 전국 초등학교 2학년(학생 수 69만6392명) 학급 수는 1만9605개인 데 비해 1학년(66만8953 명)은 이보다 400여개가 적은 1만9207개로 앞으로 빈 교실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분유·이유식·유아 복 등 어린이 용품 산업도 두드러지게 위축되고 있다. 분유 생산은 직격탄을 맞아 남양유업의 경우, 분 유 매출액이 2000년 2084억원에서 작년에는 1633억원으로 급감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최근 유아복 매장을 대폭 줄여 12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옷 매장으로 바꾸기도 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태 아·백일·돌 등 기념사진을 찍는 어린이 전용 사진관 2곳이 생겨났고, 유아용 목욕용품 전문매장까지 들어설 계획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저출산으로 친할아버지·친할머니와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등 4명과 부모 등 6 명이 한 명의 어린아이를 떠받드는 ‘4-2-1’ 구조로 바뀌고 있다”며 “우리의 마케팅 전략도 ‘6명 의 주머니가 어린이 한 명의 입으로 흘러들어(Six Pockets One Mouth)’ 가는 데 맞춰 고급화 길로 가 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 한 사람당 교육비 부담은 오히려 더 커졌다. 취학 전 아동의 77%가 유아방과 놀이방 등에 다니고 있으며 이들의 사교육비로 매월 평균 16만원(유치원·어린이집 비용 제외) 이상 들어가는 것으로 조사됐 다(2002년 한국교육개발원 자료). 또 지난 77년을 기준으로 비교할 때 초중고교 교육비는 10배 늘었으 나 유아 교육비는 무려 155배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경제연구소 김현진 연구원은 “저출산 시대에 많은 사회 변화가 잇따르고 있지만 아이들이 부모의 과보호와 맹목적인 사랑 속에 버릇없고 자기중심적이며 이기적인 ‘소황제(小皇帝)’로 커가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