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대표적 원림 담양 명옥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3-09-04 오후 6:14:00
그리운 임 향기인가 하여 명옥헌 찾았더니 백일홍이 임 대신 '활짝'

가을의 들머리, 마을을 가라앉히고 깊은 생각에 잠겨보는 것으로 행복을 삼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소슬
한 정자에 들어볼 일이다. 죽향 담양엔 대쪽같을 선비정신을 이어받은 사림들이 다녀가면서 남긴 그림
같은 정자와 원림이 많다. 식영정, 환벽당, 송강정, 면앙정, 그리고 원림으로 이름높은 소쇄원과 명옥
헌, 독수정 등의 그것이다.

선비들은 이 정자나 원림에 들어앉거나 묻혀서 조선 중기 한문이 주류를 이루던 시대에 국문으로 시를
쓰고 읊었는데, 그 중에서도 가사문학이 크게 발전하였기에 담양 일대의 정자와 원림 권역을 가사문학
권이라 일컫는다. 이서의 <작지가>, 송순의 <면앙정가>, 정철의 <성산별곡> <관동별곡> <사미인곡> <
속미인곡>, 정식의 <축산별곡>, 남극엽의 <향응주례가>·<충효가>, 유도관의 <경술가>·<사미인곡>,
남석하의 <백발가> <초당춘수곡> <사친곡> <원유가>, 정해정의 <석촌별곡> <민농가> 및 누가 지었는
지 모르는 <효자가> 등 18편의 가사가 이곳에서 만들어져 전승되고 있다.

“어떤 지날 손이 성산에 머물면서/ 서하당 식영정 주인아 내말듣소/ 인간 세상에 좋은 일 많건마는/
어찌 한 강산을 그처럼 낮게 여겨/ 적막 산중에 들고 아니 나시는고”(송강의 <성산별곡> 서장).

이가운데 고서면 산덕리 후산마을에 자리한 명옥헌 원림은 소쇄원과 함께 조선시대 민간정원의 대표격
에 해당하는 곳이다. 조선시대 정원은 주변 자연경관을 그대로 살려 만든 것이다. 규모를 중시해서 일
부러 엄청나게 크게 파거나 쌓아서 만든 중국 정원이나, 축소지향으로 돌을 작게 다듬거나 나무까지 구
부려서 만든 일본 정원과는 달리 우리 조상들의 정원은 매우 인간적이고 자연친화적이라는 것이다. 명
옥헌 원림도 목조 정자와 주위 경관을 그대로 살려 만들었다.

명옥헌은 오이정(1619~1655)이라는 사람이 아버지(오희도)가 살던 곳에 계류를 이용한 위 연못과 아
래 연못을 축조하고, 그 연못을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정자를 지어 이룬 것이다. 1천 300여평의 넓은
뜰에 아담한 정자와 깨긋한 시냇물, 그리고 자연스런 연못, 그 연못가의 백일홍나무와 노송이 조화를
이루어 고아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오희도(1583~1623)는 이곳 후산마을 명옥헌 자리에 애
초에 ‘망재’(忘齋)를 짓고 노모를 극진히 봉양하며 살았는데, 기질이 순수하여 말씀과 웃음이 절차
가 있었으며 강직하면서도 과감하지 않았으며, 화평하면서도 우유부단하지 않았던 인물이라고 뒷사람들
은 기억하고 있다. 그런 그가 살았던 ‘시속을 버린 사람이 사는 집’이 아들에 의해 명옥헌으로 재건
된 것이다.

특히 명옥헌은 백일홍나무가 꽃을 피우는 늦여름~초가을 무렵에는 붉은 꽃구름이 원림 전체를 덮고 있
는 모습이다. 백일홍은 한여름에서 가을에 들기까지 남도땅 어디에서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꽃이
다. 그 가운데서도 가사문학의 본고장인 담양지역은 아예 백일홍을 피우는 배롱나무를 가로수로 가꿨
다. 이 백일홍은 어느 한 철 며칠 눈부시도록 화사하게 피었다가 냉정하게 꽃잎을 떨궈버리지 않는다.
무려 석 달하고도 열흘동안이나 꽃을 피운다. 그것도 꽃 한 송이, 한 송이가 오래 머물러 있는 게 아니
라 날마다 새 꽃을 피워낸다.

꽃을 피우는 기간이 긴 만큼 배롱나무의 이름도 여러 가지로 불린다. 100일 동안 붉은 꽃을 피운다고
해서 백일홍이라 한다. 나무껍질을 손으로 긁으면 잎이 움직인다고 해서 간지럼나무라고도 한다. 이 꽃
이 지면 벼가 다 익는다고 해서 '쌀밥나무'라고도 한단다.

명옥헌 원림은 8월 땡볕 더위때부터 백일홍 세상을 펼쳐보이고 있다. 백일홍은 어느 산모퉁이나 들길에
서도 흔하게 피어있는 꽃이지만 명옥헌에 밀집해 무수히 피어있는 백일홍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아
름다움이다. 연못 위에 떨어진 꽃잎도 곱다. 1300평을 넘는 넓은 뜰에 아담한 정자와 깨끗한 시냇물,
그리고 자연스런 연못, 그 연못가의 배롱나무와 노송이 조화를 이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명옥헌
은 오이정이 부친 오희도가 살던 곳에 계류를 이용한 위 연못과 아래 연못을 축조하고 그 연못을 바라
볼 수 있는 곳에 정자를 지은 것이다. 명옥헌(鳴玉軒)이란 이름은 한천의 흐르는 물소리가 옥이 부서지
는 소리 같다고 한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여행정보

호남고속도로 동광주나들목을 나가자마자 1km 전방에서 우회전하여 88고속도로(광주-대구)로 들어간
다. 들어가서 15분만에 첫 나들목인 담양나들목으로 들어간다. 나들목을 나가 읍내로 직진하면 메타세
콰이어 가로수길이 아름다운 군청 일대 읍내에 닿는다. 명옥헌은 읍내에서 광주가는 29번 지방도로 빠
져나와 고서사거리에서 창평쪽으로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명옥헌 들머리가 있다.

덕인식당(061-381-2194)의 떡갈비, 대나무숲전통음식점(061-381-9595)의 불고기, 전통식당(061-
382-3111)의 한정식 등이 먹을만하다.(061-380-3224, 담양군청 문화레저관광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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