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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동에서 부자들을 상대로 돈 많이 벌었어요. 이 정도 벌었으면 됐다 싶은 마음에 일부러 달동네 에 자리를 잡았죠. 왜냐구요? 아마 사랑을 나눠주려고 그랬던 것 같아요.”
3일 오전 서울 봉천동 ‘정 침술원’에서 만난 선천성 시각장애인인 원장 정종렬(52)씨는 달동네로 침 술원을 옮긴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능숙한 솜씨로 40대 남자환자의 다리에 침을 놓은 정 원장은 “이렇게 만져줘야 정이 들어가서 빨리 낫는다”며 침 놓은 자리를 정성껏 주물렀다.
정 원장에게 치료를 받은 환자 3명이 치료비를 내지 않고 “고맙습니다”며 꾸벅 인사만 한 뒤 침술원 을 나섰다. 정 원장은 “돈 많은 사람한테 많이 받으면 된다”며 또 다른 무료환자의 발을 살폈다.
이렇듯 하루에 이곳을 찾은 환자 60여명 중 절반 정도는 공짜 환자다. 정 원장이 1990년 침술원을 봉 천동 달동네로 옮긴 뒤 노인,서민,학생 등을 상대로 무료로 치료해준 사람만도 1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부인 박향(48)씨가 귀띔했다.
압구정동에서 10년 동안 침술원을 운영하며 목돈을 거머쥔 정 원장이 달동네행을 택한 것은 자신의 능 력으로 어려운 이들을 돕겠다는 소박한 일념 때문이었다. 처음 1년 동안은 주민들이 무료치료를 해준다 는 정 원장을 이상한 사람으로 오인해 마음고생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정 원장의 순수한 봉사정신이 서서히 퍼져 나가면서 봉천동 인근에서 정 원장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무료환자가 많 아졌다.
그렇다고 정 원장의 침술원에 무료환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대 정운찬 총장이 매주 1차례 침술원 을 찾아오고 서울대 교수,판?검사들도 정 원장의 단골이다.그의 침술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증거다.
정 원장의 봉사활동은 봉천동에서 그치지 않는다. 정 원장은 91년부터 동료 2명과 ‘맹인침술선교회’ 를 만들어 경기도와 경북 일대의 농촌 등을 찾아다니며 침술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정 원장은 이달에 도 인천 강화군의 한 교회로 봉사활동을 떠나기 위해 준비중이다. 추석 연휴때는 인근 양로원을 돌며 무료 침술봉사에도 나설 계획이다.
정 원장은 “혼자 사는 노인들을 주물러 드리다 보면 연예인 못지 않게 인기가 최고”라며 “그분들이 저를 손꼽아 기다리는 걸 알기 때문에 힘 닿는데까지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런 정 원장에게 가장 힘이 된 사람은 부인 박씨였다. 압구정동을 떠날 땐 한사코 반대했지만 이제는 봉사활동의 동반자가 됐다.
“며칠전에 집사람한테 물어봤어요. 교회에서 하는 침술봉사활동하고 압구정동의 출장진료시간이 겹쳐 ‘어떻게 할까’라고 물었더니 ‘당연히 교회’라고 목소리를 높이더라구요.”
정 원장의 조용한 봉사활동은 보건복지부가 지난 98년 12월 펴낸 선행사례집 ‘행동하는 사람이 아름답 다’란 책자에 소개되기도 했다.
4년전부터 방송통신대에서 만학의 길을 걷고 있는 정 원장은 “시각장애를 갖고 태어난 것이 오히려 감 사하다”면서 “만약 앞을 볼 수 있었으면 침술도 배우지 않았고 그랬다면 지금처럼 행복한 생활도 못했 을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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