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은 우리나라 전체 사망자의 24%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사망 원인으로,매년 10만명 이상의 암환자가 새로 등록되고 있다.
지난 수십년 동안 암 치료법은 많은 발전을 이루어 왔다. 그래서 불치병으로만 알려졌던 많은 암에서 수술,방사선 요법,항암화학요법 등으로 생존 기간을 연장할 수 있고,더 나아가 일부 암에서는 완치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임상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항암제는 암세포의 염색체나 미세관에 작용해 세포 독성을 나타내는 게 보통. 문제는 이같은 세포 독성은 암세포 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에도 손상을 준다는 점이다. 때문 에 항암치료 후 머리가 빠지고 손톱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등 심한 부작용이 뒤따른다.
따라서 정상 세포에는 손상을 주지 않고 암세포에 존재하는 물질이나 기전만을 ‘표적’으로 삼아 항암 효과를 나타내는 약제가 있다면 최상의 항암 치료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이처럼 암세포만을 골라 공격하는 ‘타깃(target) 치료제’들이 속속 개발돼 임상에 활용되고 있 다.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폐암 치료제 ‘이레사’ 등이 그 선두주자.
얼마 전에는 전이성(말기) 유방암 환자들을 위한 표적 치료제 ‘허셉틴’이 식약청 허가를 받아 국내 시판에 들어가면서 암의 ‘분자 표적 치료’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분자 표적 치료란=분자 생물학의 발전으로 암의 원인이 되는 특정 경로만을 차단해 약효를 나타내는 치료법이다. 기존 항암제는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모든 암세포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 때문에 구 강 점막이나 위장관 등에 존재하는 상피세포처럼 암세포와 유사하게 세포 활동이 빠른 정상 세포들도 파 괴됐다.
이에 반해 ‘타깃 치료제’는 암세포의 성장 원인만을 차단하기 때문에 정상세포의 파괴가 훨씬 적다. 따라서 항암제의 부작용이 기존의 것과 비교할 수 없이 경미하다.
즉 기존의 항암제가 일종의 무차별 ‘융단 폭격’이었다면,타깃 치료제는 특정 물질이나 기전만을 목표 로 하는 ‘초정밀 유도탄’인 셈이다.
◇글리벡,이레사가 대표적=현재 개발됐거나 개발중인 분자 표적 치료제는 암세포의 성장 활성화 인자 인 ‘타이로신 키나제(tyrosine kinase)’ 억제제와 암세포 성장에 관련된 유전자에 직접 작용해 신 호 전달을 차단함으로써 항암 효과를 나타내는 ‘항체(antibody)’를 이용한 방법이 있다.
타이로신 키나제 억제제에는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글리벡과 폐암(비소세포성) 치료제 ‘이레사’ 대표적.
올해 2월부터 국내 시판되고 있는 글리벡은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필라델피아 염색체에 있는 ‘bcr/abl’ 유전자가 암세포의 세포막에 있는 ‘타이로신 키나제’의 작용을 촉진시키는 것을 방해함 으로써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한다. 미국 등 임상결과에 의하면,투약 환자의 95%에서 암세포가 완전히 죽는 완전관해를 유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전이성 위장관 종양(GIST)에도 60%의 높 은 반응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역시 올해 6월부터 발매되기 시작한 이레사는 암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 용체)’에 의해 활성화되는 ‘타이로신 키나제’를 억제해 치료 효과를 낸다. 임상결과,기존의 항암제 에 반응하지 않는 폐암 환자에서 20%의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는 폐암 외에 위암 대장암 등에도 활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이런 종양에서의 효과에 대한 연구도 활발 히 진행되고 있다.
항체를 이용한 방법에는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과 악성 림프종 치료제 ‘리툭산’이 있다. 허셉틴 은 암세포 성장에 관련된 종양 유전자 ‘HER2’에,리툭산은 ‘cd20’에 직접 작용,기능을 억제해 항 암 효과를 낸다.
이밖에 또 다른 표적 치료로 지금 한창 임상 연구되고 있는 것으로 ‘항(抗) 혈관생성 억제 치료법’ 이 있다. 이는 암세포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의 생성을 막아 결과적으로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원리 다. 이런 방법으로 개발된 약제들은 암세포에 생겨나는 혈관 생성을 억제,종양의 진행과 더불어 산소 와 영양분의 공급을 막아 결국 암세포를 죽이게 된다. 그러나 이들 약제는 직접적으로 암세포를 공격하 는 것이 아니라 혈관 생성만을 억제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므로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하다.
◇문제점=분자 표적 치료제는 다른 항암제와 달리 부작용이 경미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단점도 있 다. 암세포만을 공격하는 목적으로 개발되는 항암제들은 생물학적 활성 억제제로써 개발됐기 때문에 암 세포를 사멸시키기보다는 증식을 억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약제를 장기간 투여해야만 효 과를 볼 수 있다.
또 암환자에서 공격하고자 하는 대상 표적이 얼마나 있는지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도 쉽지 않다. 표적 이 공격하고자 하는 암세포에만 있지 않고,다른 장기에도 존재할 수 있어 예상치 못한 심각한 부작용 이 생길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분자 표적 암 치료제는 ‘맞춤형 암치료’의 토대를 마련한 획기적인 의료술로,많은 암환자 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약제의 적용 여부는 치료하고자 하는 암의 분자 표 적을 정확히 진단하고,환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 된 지적이다.
<국민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