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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잘 맡으면 우울증 해소 … 성욕 왕성
후각 키우는 데는 굴이 효과
당신은 냄새를 잘 맡습니까?
코와 뇌를 연결하는 후각(嗅覺)신경은 12개의 뇌신경 중 가장 가늘다. 인간은 개가 맡을 수 있는 냄새 를 최저 10만배에서 최고 10억배까지 농축해야 겨우 맡을 수 있다. 후각은 시각보다 둔감하다.
빛은 광선량이 1%만 변해도 눈이 감지할 수 있으나 냄새는 공기 중 화학물질의 농도가 30% 이상 변해 야 겨우 감지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지금까지 후각은 인간의 오감(五感) 가운데 가장 퇴화된 감각으 로 홀대받아왔다.
그러나 후각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감각이다. 최근 인체지놈사업을 통해 인간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 과 냄새를 맡는 후각수용체 유전자가 무려 1천여개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인간의 유전자가 모두 3만 개이므로 조물주는 순전히 후각을 위해서만 인체 설계도의 3%를 할애한 것이다.
후각은 매우 정교하다. 이론적으로 인간은 1만여 종류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실제 일류 와인 감별사 (소믈리에)와 커피 감별사(바리스타)는 수천여종의 와인과 커피 향을 구별해낼 수 있다. 후각은 성욕 등 본능을 자극해 활력을 분출해내는 원초적 감각이다.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나를 움직이는 힘은 어쩌면 냄새일지 모른다.' 독일의 소설가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그의 베스트셀러 '향수'에서 냄새가 세상을 지배한다고 역설했다. 은근히 이끌리는 매혹적인 사람이 있다면 비록 의식하진 못하지만 유독 자신의 코에 어필하는 그 사람 특유의 체취가 있다는 것.
지난해 영국 버밍엄 과학박물관의 조사 결과 여성은 아버지의, 남성은 어머니의 땀냄새와 유사한 체취 를 지닌 이성에게 호감을 갖는다고 밝혀진 바 있다.
1998년 과학잡지 '네이처'는 겨드랑이에서 얻은 땀을 코에 바를 경우 월경 주기가 바뀐다는 연구결과 를 게재했으며, 지난해 과학전문지 '네이처 지네틱스'엔 냄새로 성욕을 자극하는 이른바 페로몬의 지놈 이 인간에게서 발견됐다는 미국 록펠러대의 연구결과가 실렸다. 생물학적으로 자신과 궁합이 가장 잘 맞는 배우자를 고르려면 섬세한 후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뜻.
좋은 냄새를 맡는 등 후각을 적절히 자극하면 우울증을 예방하고 식욕을 돋울 수 있다.
◇ 건강한 후각을 위해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첫째, 감기와 축농증 등 후각을 망치는 병을 방치하지 않는 것이다. 이들 질환을 오래 앓게 되면 콧속 에 있는 후각세포가 망가져 냄새를 맡지 못하게 된다. 의학적으로 냄새를 못 맡는 이른바 '후맹(嗅 盲)'은 식초.장뇌.대변.땀.타는 종이.마늘.꽃.과일.석탄산.사향의 10가지 물질을 맡지 못하면 내려진 다.
후맹에는 성상신경절 주사치료가 도움이 된다. 성상신경절이란 목 안에 위치한 교감신경 덩어리. 목의 피부를 통해 이곳까지 주사를 찌른 뒤 리도카인으로 마취시킨다. 후각신경의 부종을 없애고 혈액순환 을 돕기 위해서다.
강남성모병원 마취과 문동언 교수팀이 최근 대한이비인후과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을 보자. 감기 등의 질 환으로 평균 3년6개월 동안 냄새를 맡지 못했던 51명을 대상으로 치료군과 대조군을 나누었다. 치료군 인 38명은 성상신경절 주사치료를 실시한 결과 27명(71%)이 좋아진 반면 치료를 하지 않은 대조군 13 명은 한명도 좋아지지 않았다.
기존 후맹 치료에 사용되었던 스테로이드 스프레이보다 효과적이었다는 것. 일주일에 서너차례 모두 10~20번 시술한다. 비용은 1회당 2만~3만원 정도.
둘째, 미량원소인 아연을 섭취해야 한다. 미국의 과학잡지 PNAS는 최근 후각수용체의 정상적 기능에 아연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미국 일리노이대의 연구결과를 실었다. 아연은 굴에 많이 함유돼 있 다. 굴이 정력 증강에 좋다는 속설도 냄새를 통해 성욕이 자극됨을 감안할 때 과학적으로 일리가 있다 는 것.
셋째, 아로마테라피가 됐든 화장품이 됐든 향수는 가능한 한 묽은 농도로 사용해야 한다. 건강에 도움 이 되고 기분을 좋게 하는 향수도 한꺼번에 고농도로 맡게 되면 냄새를 제대로 맡지 못하는 후각 피로 와 두통.소화불량.불면증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날 듯 말 듯 은은한 향기로 후각세포를 살짝 자극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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