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분과 초가가 있는 남도 섬마을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3-08-23 오전 10:56:00
전남 신안 도초도 고란리

바닷내음과 함께 목포항에서 출발하는 도초행 페리호에 오른다. 하루 세 번 도초까지 운항하는 페리호
는 버스로 치자면 완행버스와 같아서 안좌도와 비금도를 거쳐 도초에 닿는데, 시간은 약 2시간 40분이
걸린다.

섬 아니면 바다, 바다 아니면 섬. 해풍에 머리칼을 쓸어넘기는 섬자락의 해송들. 선상에 나앉아 슬로
비디오처럼 눈앞을 스치는 섬들의 실루엣을 보는 것도 괜찮은 눈요깃거리다.

불섬항에 닿았다. 도초도는 도서 지방 특유의 전통적인 마을 모습을 여전히 지켜오고 있다. 초가집이
남아 있는 것도 그렇고, 돌로 쌓아올린 벽체와 담장, 각종 세간들, 곳곳에 전하는 초분도 옛 모습의 원
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도초에서도 이런 민속적인 유물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은 섬의 가장 안
쪽에 자리한 고란리와 외남리다.

특히 고란리는 도초도의 오지 마을로 초가와 초분, 돌장승을 모두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고란이라는
땅 이름은 골짜기 안쪽에 자리한 마을이라는 데서 왔으며, 마을 들머리엔 돌장승이 수호신처럼 버티고
있다. 고란리 돌장승은 본래 당집의 기운을 죽이기 위해 1938년에 세웠는데, 높이가 3m에 이른다. 옛
날 고란에서는 마을 앞 팽나무 옆에 있는 당집에서 액을 물리치기 위해 매년 정월 대보름날 제를 지냈
다.

초분은 주검을 묘지에 묻기 전에 목관에 넣어 일정한 장소에 안치한 뒤, 짚으로 엮은 이엉을 얹어 비바
람을 가린 무덤을 일컫는다. 이렇게 하여 주검이 다 썩은 후에는 뼈만 추려 다시 땅에 묻는 이장을 한
다. 하지만 선산이 없거나 이장할 비용을 마련하지 못한 경우에는 10년이 넘고 20년 이 넘도록 초분을
유지하기도 했다. 보통 초분을 하고 1년 정도가 지나면 완전히 주검이 썩는다. 주검이 완전히 썩은 뒤
2~3년 정도 초분에 모신 뒤 이장을 하는 것이 상례. 신안군을 비롯한 도서지역에서는 초분을 하는 것
이 조상에 대한 가장 극진한 효성이며 예의였다.

현재 고란리에는 초가도 여러 채 볼 수 있다. 그러나 살림채는 대부분 사라지고 헛간채와 뒷간 등의 부
속채만 남아 있다. 살림채를 유지하고 있더라도 고꽃님 할머니 댁처럼 천막을 씌워 비가림을 해놓았
다. 마을에 노인들만 있다 보니 새로 마름을 엮을 만한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도초도에 있는 대부분의 초가는 구조가 엇비슷하다. 서너 칸 집에 툇마루는 큰방에 달려 있고, 한결같
이 마당을 건너 재막 화장실을 두고 있다. 지붕에는 마름모꼴로 줄을 매 ‘마람’(마름)이 흘러내리거
나 날아가지 않도록 보듬고 있다. 간혹 헛간채를 따로 두기도 하나, 잿간 하나로 헛간과 화장실을 겸한
다.

한편 고란리 농가에서 비바람을 막고 눈보라를 막는 노릇을 했던 ‘뜸’이라는 보기 드문 것을 볼 수가
있다. 뜸은 띠풀이나 억새, 짚, 부들 따위를 거적처럼 엮어서 만든다. 대체로 바람이 심한 바닷가 마
을에 많았다. 고란리에서 볼 수 있는 뜸은‘풍채’라 불리며, 띠풀과 산죽을 섞어 엮은 것이다. 본래
풍채는 띠풀로 엮은 거적을 추녀 끝에 차양처럼 떠받들어 놓은 것을 일컫는데, 그 쓰임은 뜸과 별 다
를 게 없었다.

외남리에 있는 초가도 사정은 고란리와 비슷해서 천막을 씌웠거나 아예 버려져 폐가가 된 상태. 이곳
외남리에는 마을이 보이는 언덕에 초분이 한 기 남아 있다. 섬 지방에서는 대부분의 남자들이 고기잡이
를 나가는데, 출어중에 갑자기 상을 당하는 경우 상주가 없는 관계로 초분을 씌웠다는 것이다. 즉 고기
잡이를 나갔던 자식이 돌아와 부모의 주검을 볼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인 셈이다.

외남리는 지남리 바깥에 있다고 해서 외남이라 불렸으며, 고개를 사이에 두고 상리와 하리로 나뉜다.
현재 돌장승 한 기를 볼 수 있는데, 높이는 2m가 넘고, 머리에 커다란 갓을 쓰고 있다. 하단에 적힌
연도가 일부 지워져 세운 때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1940년대쯤으로 보인다. 옛날 마을 앞 발매리에 있
는 진가바위 때문에 운세가 꺾여 마을이 흥하지 못할 것이라는 어느 도인의 말을 듣고 세웠다. 그런 연
유로 장승은 정확히 발매리 진가바위를 지켜보고 서 있다. 하지만 나그네의 눈에는 그것이 마치 도초도
의 아름다웠던 옛날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찾아가는 길

도초도에 가려면 우선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해 목포까지 간다. 목포항(061-243-1082)에서 07:50,
13:20, 14:20에 운항하는 쾌속선(50분소요, 1만4500원)을 탄다. 북항에서 출발하는 비금농협(061-
244-5251) 카페리 차도선도 1일 3회 운항(2시간 40분)하며, 요금은 농협 배가 훨씬 저렴하다. 성수기
에는 배편이 늘어날 수 있으므로 문의.

◆숙박 정보

선착장 주변에 여관과 민박 등 이 몰려 있다. 장안장(061-275-2020), 수도장(275-2175), 신흥장
(275-2143) 등. 음식점 또한 선착장 주변에 몰려 있는데, 요즘 꽃게가 제철이라 대부분 꽃게탕이 별미
다. 신안군 061-240-1246, 125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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