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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모(41)씨는 여름이 되면 라면 한 그릇을 제대로 먹지 못한다. 얼굴에서 줄줄 흐르는 땀이 그 릇에 뚝뚝 떨어질 정도이다 보니 라면 같은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음식은 아예 손도 대지 않는다. 그 는 “피곤한 날은 땀이 더 많이 난다”며 “건강검진에서 특별한 이상이 없다니 그냥 견디며 사는 수밖 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식사할 때 머리에서 땀이 비오듯 쏟아지는 현상을 한의학에서는 두한증(頭汗症)이라고 한다. 위기능 항 진에 의한 위열 탓으로, 특히 여름철 피로와 더위로 촉발된 위장의 열기가 쌓였다가 위로 올라와 머리 를 덥게 하기 때문으로 본다. 과음한 다음날 아침식사 때 땀을 많이 흘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처럼 땀은 신체 내 열기에 대한 냉각수 역할을 한다. 냉각수 없이 달리는 차를 상상하기 어렵듯이, 땀은 신체 엔진 과열에 대한 경고인 셈이다.
체내 온도가 올라가면 뇌 속 중추신경은 즉시 피부 혈관을 확장시킨다. 이는 200만∼250만개의 땀샘으 로 쉽게 열이 전달되게 하기 위한 기초 작업이다. 평소 세포 속에 있던 수분들은 피부에 가까이 도달 한 열을 업고 땀샘을 통해 몸 밖으로 나가게 된다. 즉 과열로 인해 내부 장기가 녹아내리는 것을 방지 하기 위한 인체의 자동 소방 시스템이다.
더운 여름날엔 가만있어도 2ℓ흘러
이러한 땀은 체온조절뿐 아니라 인체 내 불순물 배출, 피부 건조 방지 기능도 한다. 이를 위해 인체는 자각하지 못하는 땀, 일명 불감성 발한을 매일 0.6ℓ씩 내고 있다.
땀의 양은 외부온도가 상승하게 되면 증가하는 것이 정상이다. 기온이 섭씨 30도를 넘나드는 요즘같이 더운 여름에는 가만히 있어도 2ℓ 이상의 땀이 흐르게 된다. 격렬한 운동을 하게 되면 6ℓ 이상 흘리기 도 한다.
특히 땀은 면적이 넓고 땀샘이 많이 분포한 부위에 많이 흐른다.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거나 “발 바닥에 땀나게 뛰어라”라는 속설이 등장할 정도로 등과 발바닥에 땀샘이 많다.
또 손바닥·겨드랑이·얼굴 등도 땀이 많이 흐르는 부위이다. 어릴수록 땀이 많고 점점 나이가 들수록 땀 의 양은 적어진다. 그것은 신체 대사 에너지의 감소와 관련 있다.
또한 뚱뚱한 사람은 마른 바람에 비해 대체로 땀이 많다. 신체가 두꺼운 지방으로 보온이 잘된 상태이 기 때문이다. 폐경기나 생리 중인 여성들도 땀이 많이 난다. 체질적으로 건강에 이상이 없이 땀을 흠 뻑 흘리는 이들도 있다.
따라서 남들보다 많은 양의 땀을 흘린다고 해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땀이 많아서 병이 나는 경우 는 흘린 땀을 보충하지 않아서 생기는 탈수증 외에는 거의 없다. 오히려 땀을 흘리지 않는 것이 비정상 이다. 당뇨병·저혈압·아토피성 피부병 등이 있을 때는 땀이 잘 안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혹 덥지도 않은데 화끈거리며 땀을 흘리는 것이 위험신호가 아닌가 고민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 시 걱정거리가 못된다. 이 때의 땀은 외부 온도와는 관계없이 흥분과 긴장 등 정신적인 자극에 의해 나 타나는 정신성 발한 현상이다. 손·발바닥·겨드랑이 등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극히 정상적인 생리현상이 며 단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땀과 함께 다른 증상을 동반했을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우선 온도가 25도 이하인 수면 환경 에서 잠을 자는데도 베개를 흥건히 적실 정도로 땀이 많이 날 때는 병적인 현상으로 봐야 한다. 이런 땀은 세균성 감염이나 결핵과 같은 소모성 질병에 걸렸을 경우 잘 나타나는 증상이다. 특히 기침을 동 반한다면 필히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당뇨 환자, 땀 급증 땐 위험
또 여름만 되면 유난히 더위를 못 참으면서, 땀을 많이 흘리고, 맥박이 빠르고, 손발 떨림 증세 등이 있다면 갑상선 기능 항진증 가능성이 있다. 갑상선 호르몬은 신체 에너지를 태우는 역할을 하는데, 이 것이 항진됐다면 당연히 땀이 많고 심장 박동도 빨라진다.
질병을 갖고 있는 경우에는 땀의 양에 신경을 써야 한다. 당뇨 환자의 경우 땀이 지나치게 배출되면 상 대적으로 혈당이 급격히 올라가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다. 이 때는 빨리 응급실로 가서 수액제제 등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심장질환자도 땀을 흘리면 쉽게 숨이 차고 피로해진다. 특히 심장병 환자가 심장 수축력을 강화하기 위 해 복용하는 강심제는 체내 전해질 속에 칼륨이 있어야 제 기능을 하는데, 칼륨이 땀과 함께 많이 배출 돼 버리면 강심제를 먹어도 심장 수축이 제대로 안될 수 있다. 신경성 위염이나 만성위염, 위·십이지장 궤양 등 위장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여름철에 증상이 더욱 악화된다. 위, 장 등은 더위 자체가 스트레 스로 작용해 운동능력을 떨어뜨린다.
중풍 등 의식 장애가 있는 환자를 간호하는 가족들도 탈수나 영양 부족 상태가 오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 다.
한의학에서는 땀을 흘리는 유형에 따라 건강 상태를 가늠하고 치료하기도 한다. 가장 문제가 되는 유형 은 숨이 차오르면서 찬 땀을 한없이 흘리는 망양증(亡陽症),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자한증 (自汗症),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흐르는 기허증(氣虛症)이다. 또 도둑처럼 밤에만 흐른다하여 이 름붙여진 도한증(盜汗症)은 기관지염이나 심장질환, 자율신경 실조증이 있는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증상 으로 본다. 손, 발에만 땀을 많이 흘리는 ‘수족한(手足汗)’은 위장이나 비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본다.
자생한방병원 이성환 과장은 “사타구니에 땀이 많다면 성 기능을 주관하는 신장기능이 떨어지거나 양기 가 쇠한 현상으로 보고, 땀 색깔이 짙다면 간에 이상이 있는 신호로 본다”며 “땀 증상에 맞는 한약 을 처방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양의학에서는 땀 나는 것 자체를 웬만해서는 치료하지 않는다. 다만 손이 땀에 젖어 물건을 잘 떨어뜨리거나, 필기시 종이가 젖어 찢어질 때, 땀흘리는 모습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 정도가 되고, 다른 사람들과의 악수가 불편할 정도로 땀이 심할 때 등 다한증(多汗症)일 경우는 병원 치료 대상이 된 다. 겨드랑이의 땀이 분해되면서 악취가 나는 액취증이 심할 때도 마찬가지다. 다한증 치료는 땀 분비 를 자극하는 신경을 수술로 차단하며, 액취증은 땀샘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운동 10~20분 전 생수 1컵 마셔야
땀은 흘리는 만큼이나 보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분이 부족하면 땀도 부족하게 되고, 그 결과 체온조 절 기능이 잘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수분 소실로 인한 전해질 불균형도 초래될 수 있다.
권장되는 수분 섭취량은 맥주잔 분량으로 매일 7~8잔. 운동을 할 때는 양에 상관없이 갈증을 느끼지 않 더라도 수시로 마셔주는 것이 탈수 예방을 위해 좋다. 가장 좋은 방법은 운동하기 10~20분 전에 미리 생수 1컵 정도를 마셔 탈수를 늦추는 것.
고려대안산병원 가정의학과 윤도경 교수는 “맥주나 커피, 홍차, 콜라와 같은 음료로 수분 보충을 꾀해 서는 안 된다”며 “알코올이나 카페인이 들어가 있는 음료는 땀 분비를 더 증가시켜 오히려 탈수를 일 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건강한 땀이란 운동을 해서 흘리는 땀이다. 운동을 많이 할수록 땀샘의 기능이 발달해 땀을 잘 흘리는 데, 운동한 지 30~40분이 지나면 몸 속에 축적된 납, 카드뮴 등 중금속이 땀과 함께 배출된다. 특히 여름철마다 냉방이 잘된 차안이나 실내에서 생활해 체온조절 기능이 부진한 이들이라면 자주 운동을 해 서 땀을 내줘야 체내에 오염물질이 축적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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