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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스트레스' 건강 일탈위험 잠재 학비에 생활비 보내랴 돈걱정까지 "연월차등 보장, 가족 만날기회 늘려야"
“사회적으로 자리도 잡았고 돈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모았지만 친구들을 보니 시대에 뒤떨어지고 있다 는 생각이 들더군요. 위기라 느꼈습니다.” 중견 자산운영업체 N사 서범석(46) 사장은 요즘 고민에 빠졌다. 최근 만난 대학동기들 12명중 4명이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 “한국에서 아이들이 정정당당하게 승부할 수 있도록 하겠다” 는 것이 서 사장과 부인의 확고한 신념이었지만 “아이들이 외국에서 스트레스 받지 않고 공부하는데다 3, 4개 국어를 능통하게 하고 있다”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서 사장은 기러기 아빠 생활을 시작하 기로 결심했다.
기러기 아빠가 늘어나고 있다. 수년 전부터 40, 50대의 의사, 변호사, 교수, 외교관 등 전문직 중심으 로 태동한 기러기 아빠들이 사교육비의 폭등, 조기유학바람 등을 타고 중산층이나 30대까지 확대되는 추세이다.
기러기 아빠들의 고민
A대 홍보과 J(47) 과장은 2년 전 큰 아들(19)을 중국 베이징(北京)의 고교로 홀로 유학을 보냈고 중국 의 대학 입시철이 다가오자 6개월 전 부인도 중국으로 건너갔다.
초등학생인 막내 아들은 서울에 남았지만 가족은 절반씩 한국과 중국으로 나뉜 기러기 가족이 된 것. 자신이 강력히 유학을 권유했지만 J 과장은 본격적 기러기 생활 6개월이 지나자 피로감을 숨길 수 없 다.
라면, 햅반, 과일 등 되도록 손이 적게 타는 음식을 해먹지만 집에 일찍 들어와 혼자 밥먹을 때 느끼 는 처량함은 눈물겨울 정도다. 홀로 사는 스트레스로 인해 위장병, 심장병 등의 건강 문제도 생겼고 기 러기 생활의 장기화로 인해 가끔씩 탈선의 유혹까지 느낀다.
경제문제도 기러기 아빠들의 짐이 되고있다. 직장 안식년 때 미국 텍사스주에 함께 간 고2 아들, 중3 딸, 아내를 그대로 현지에 남겨두고 홀로 귀국해 4년째 기러기 생할을 하고 있는 A대 신문방송학과 K (47) 교수는 가족과 함께 살던 집을 전세 놓고 아예 칠순의 홀어머님 밑에서 생활한다.
K 교수는 “아침마다 어머니가 차려주는 밥을 먹어 그런대로 괜찮고 이메일, 메신저 등으로 가족들과 의 이별 어려움도 달랠 수 있다.
그러나 K 교수는 돈 문제 때문에 걱정이다. 아이들이 학비가 들지 않는 공립하교에 다니지만 세 가족 생활비로 한달 4,000달러 정도를 송금하고 홀어머님께 드릴 생활비를 제하면 6,000만~7,000만원대 연 봉으로는 내핍생활을 유지할 수 밖에 없다.
중형차를 처분한 뒤 2년 전에 마티즈를 구입했다는 K 교수는 “둘째가 대학 입학할 때까지 앞으로 5년 동안 마이너스 통장 없이는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씁쓸해 했다.
혼자 사는 생활이 장기화되면 일탈 우려는 늘 잠재해 있다. 사업가 신모(36)씨는 지난 해 7월 아내와 남매를 캐나다로 떠나 보낸뒤 올해 초 우연히 만난 여성과 불륜관계를 맺었다. 아내에게 간통죄로 고 소 당해 가정이 파경을 맞은 신씨는 사업의 어려움까지 겹쳐 ”여보 사랑해요. 잘살아요. 미안해요”라 는 유서를 남기고 지난 2일 사무실에서 목숨을 끊었다.
서울 강남 A 유학원의 L 대리는 “일찍부터 조기유학을 보낸 30대 기러기 아빠들은 ‘우리가 돈 버는 기계냐 ‘는 불만 함께 ‘성적 문제’로도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고 귀띔했다.
대책은 없나
기러기 아빠의 증가는 이런 고통과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사교육비가 요구되고 학벌사회가 유지되 는 현실이 지속된다면 거스를 수 없는 대세. 이런 가운데 이들이 자신를 잘 추스려 가며 즐겁게 생활 할 수 있도록 직장 등에서도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승권 연구위원은 “기러기 가족은 서양문화에서 상상할 수 없지만 자녀에 대한 애 착이 유별난 우리현실에서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연구직이나 교수직은 물론 일반직장에서도 안식년 제도 도입, 연월차 휴가 보장 등으로 기러기 가족이 자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 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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