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은…” 규정하는 어른 소통의지 있나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3-06-30 오전 11:05:00
최근 ‘피’(P)세대에 대해 말이 많다.

‘피’세대는 참여(participation), 열정(passion), 힘(potential power) 등 영어 앞 글자를 따
서 만든 것이다.

지난해 월드컵과 촛불시위 그리고 대통령선거 등에서 적극적 참여를 보인 세대를 지칭한다.

세대론은 잊을만 하면 꼭 등장한다.

이번 ‘피’세대는 연령 폭이 넓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와 좀 다르긴 하지만, 세대론은 주로 10대가 그
대상이다.

무슨 사건이나 이슈만 생기면 새로운 세대가 ‘출현’하고, 10대들은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그 세대
가 된다.

나는 수많은 세대론 이면에 숨겨진 ‘무엇’이 자꾸 보여 탐탁지 않다.

우선, 일방적 규정에서 기성세대들의 ‘소통 의지 결여’가 드러난다.

기성세대들은 고자세로 10대들을 규정하는 일종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것은 10대로 하여금 거부감과 실망감을 느끼게 한다.

이름만 멋대로 붙이고는 “10대들과는 얘기가 안 통해. 요즘 세대들이 다 이렇지…”라며 자신들을 합
리화시키는 것이다.

서로 다른 세대의 맥락을 읽으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둘째, 이런 규정 속의 10대는 소비주체로만 존재한다는 점이다.

화장품 회사가 처음으로 쓰기 시작한 엑스세대, 통신사들이 주로 쓴 엔세대를 보아도 세대 구분이 ‘소
비’와 매우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에 ‘피’세대를 ‘만들어 낸’ 곳 또한 광고기획회사다.

이렇듯 10대를 소비주체로만 보면서 “빨리 젊은 세대를 읽어 그들이 소비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내
라”고 주문하는 것이다.

만약 내가 지하철에서 떡 하니 다리 벌리고 있는 아저씨들을 ‘비’(V)세대로 규정한 뒤, “이들은 일
종의 마초 의식에 사로잡혀 타인을 배려하지 못하는 세대”라고 말한다면 기분이 어떨 것인가. 또한 이
혼율이 세계 최고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기성 세대를 ‘디’(D·divorce)세대로 규정한 뒤, “이들은 이
성간의 관계 맺기를 힘들어하는 관계 파편의 세대”라고 지칭한다면 그런 규정이 유쾌할 수 있을까. 나
는 기성 세대가 젊은 세대를 ‘어떤 세대’로 규정하기 전에 매우 다양한 존재들을 인정하고 그 맥락을
읽어주었으면 한다.

이것이 세대 간 공존을 위한 윤리가 아닐까.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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