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서점 지식유통 독점하나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3-05-13 오전 11:26:00
교보문고가 '국내 최대'라는 기치를 내걸고 서울 강남지역에 진출함에 따라 서점업계에 또 한차례 지각
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3일 강남 제일생명사거리 교보타워 1, 2층에 문을 연 교보문고 강남점은 총 3,600평(전용면적 1800
평), 35만종 200만권의 장서로 국내 최대 서점임을 선포했다.

강남지역 서점의 대형화는 지난 2000년부터 시작됐다.

영풍문고가 고속터미널 옆 센트럴시티빌딩에 영풍문고 강남점(전용면적 1300평)을 열었고, 서울문고는
700여평의 서점을 확장해 삼성동 코엑스몰에 반디앤루니스(전용면적 1700평)를 열었다.

이런 추세는 대형서점의 전국 체인화에 따른 것이다.

교보문고는 광화문 본점을 중심으로 대전, 부산 등 5개 지방지점과 강남에 지점을 두고 있고, 영풍문고
도 종로, 강남을 중심으로 모두 8개 지점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1위인 교보문고가 강남에 '국내 최대'로 들어선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업계 매출에 변화가 예상되고, 직접적으로 인근 중대형 서점은 위기를 피할 수 없게 됐다.

1997년 문을 연 시티문고와 진솔문고는 지난 2000년 영풍문고와 반디앤루니스의 개점으로 매출의 20%가
급감했다.

시티문고 관계자는 "교보문고 오픈과 4월~6월이 비수기인 점을 감안해 매출이 10% 이상 줄어들 것"이라
며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대형서점이 들어서면 강남서점타운이 형성돼 업계 전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가뜩이나 책을 안
읽는 분위기와 고정독자로 나눠먹는 시장에서 터무니없는 이야기"라며 '강남지식허브론'을 일축했다.

새로운 독자층이 형성되지 않는 한 다양한 문화공간과 대량의 책을 보유한 대형서점의 독주는 불 보듯
뻔한 일이라는 설명이다.

한 중형서점 관계자는 "대형 서점의 물량공세를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 한 일이다.

대책이라고는 친절한 서비스와 영업시간 연장밖에 없다"며 답답해 했다.

그나마 중형서점의 사정은 나은 편이다.

소형서점들은 맥도 못 추고 문을 닫게 될 형편이다.

교보문고 50미터 근방에 자리잡은 한 소형서점은 교보문고 개점과 동시에 고사할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한편 대형서점들은 중대형서점의 쇠락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영풍문고 강남점 관계자는 "진솔문고와 시티문고의 고객들이 교보로 유입되면 영풍 매출도 늘어날 것 같
다"고 말했다.

교보문고 강남 진출을 둘러싸고 '강남 지식문화의 허브 형성'이라는 평가에 대해 출판계 일각에서는 다
른 해석들을 내놓고 있다.

서점의 거대화에도 빛과 그늘이 존재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의 한기호 소장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한다"며 "출판업계는 매장이
늘어나고 큰 업체가 들어와서 자금회전이 잘 되니까 반기지만 지역의 작은 서점들의 균형 발전은 기대하
기 어렵다.

아마존닷컴의 경우 거대화되면서 출판사에게 압력을 넣어 출판시장을 조정한 일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일정 평수 이상의 서점을 짓지 못하게 하는 법률이 있어 거대 서점의 독과점을 막
고 있다.

의견과 사상의 자유로운 유통을 위해 크고 작은 서점들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지식산업의 기반을 만들려
는 정책 배려가 아쉽다는게 서점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선민 기자 jasmin@mediatoday.co.kr 미디어오늘 2003.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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