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를 사는 사람들(2)] 장수마을 유별난 음식은 없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2-10-22 오후 2:41:00
한국의 백세인(百歲人)들은 소식(小食)을 하지 않았다. 박상철(朴相哲·53) 서울대 의대 교수가 주도하는 체력과학노화연구소와 조선일보 취재팀이 백세인들의 식단을 분석한 결과, 백세인들은 젊었을 때보다 다소 적게 먹기는 했지만 식사량 자체가 적은 경우는 드물었다. 물론 과식(過食)을 하는 백세인은 없었다. 그러나 한국의 백세인들은 ‘밥+국+반찬’을 고루 갖춘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고 있었다. 조사 대상 백세인의 92.1%가 하루 세끼, 특히 아침을 꼬박꼬박 챙겨 먹었으며 식사량이 매끼 일정한 것도 특징이었다. 식사 시간은 15분~30분으로 일반인과 비슷했다. 이번 조사는 2001년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100세 이상 고령자 인구 비율이 높은 전국 10개 시·군의 백세인 63명(남자 8명·여자 55명)을 현지 방문해 이뤄졌다. ◆ 젊을 때보다 적게 먹는다 ▲사진설명 : 전남 곡성군 곡성읍에 사는 하현순(102)할머니의 밥상으로 하루 섭취 열량은 2000 ㎉를 넘는다.쌀밥과 호박찌개, 김치·장아찌 등 5가지 반찬으로 밥상이 풍성하다. 경남 거창군 학리에 사는 정일선(101) 할머니의 밥상은 웬만한 젊은이들의 밥상을 무색하게 만든다. 밥 한 공기에 감자 세 개, 김, 김치, 나물…. 이 밥상을 바탕으로 정 할머니가 하루에 섭취하는 열량을 계산하면 2172㎉가 나온다. 성인들이 하루에 섭취하는 열량이 1800~2200㎉임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식사량. 정 할머니는 “한참 일하던 젊었을 때보다는 적게 먹지만 지금도 텃밭에서 일하기 때문에 때가 되면 배가 고프다”고 말했다. 아들 김익권(68)씨는 “짜고 매운 음식을 싫어하시고 많이 드시는 게 장수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전남 곡성군 곡성읍의 하현순(102) 할머니의 하루 열량 섭취량도 2000㎉를 넘었다. 이미숙(50) 한남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집에서만 활동하는 사람(주로 노인)들의 하루 열량 섭취량은 1100㎉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 백세인은 하루 평균 1318㎉를 섭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 진도군 의신면의 임귀덕(90) 할머니도 “젊었을 때는 대식가였지만 늙어서 활동하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먹는 양도 자연스럽게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상철 교수는 “활동량이 식사량에 비해 적은 사람은 건강하게 오래 살기 힘들다”며 “백세인 가운데 당뇨병 환자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말했다. ◆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강원도 횡성군 우천면의 이봉희(100) 할머니는 육류를 좋아한다. 이 할머니의 밥상엔 일주일에 3번쯤 고기 반찬이 올라온다. 생선(주로 꽁치와 고등어)도 1주일에 3~4번 먹으며 라면·빵·과자 등의 간식도 즐긴다. 특히 나물은 매끼 식탁에 오른다. 봄엔 취나물을 살짝 데쳐 쌈으로 먹으며 여름엔 호박잎이나 마늘·참기름을 넣고 무친 고사리를 좋아한다. 가을엔 말린 고사리를 물에 불려 먹고, 겨울엔 시레기를 된장에 볶아서 먹는다. 그는 “젊어서부터 나물을 많이 먹은 게 장수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전남 영광군 묘량면의 강삼산(107) 할머니는 걷는 게 어려워 주위에서 대소변을 받아낸 지 6년째다. 그러나 여전히 ‘밥+국+반찬’이 차려진 밥상을 깨끗하게 비운다. 큰 며느리는 “되는 대로 잘 드셔서 오래 사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우리나라 백세인의 61.2%가 밥과 국(찌개), 반찬을 고루 갖춘 밥상을 차리며, 된장·고추장·쌈장 같은 장류를 항상 밥상에 올리는 백세인도 45%나 됐다. 된장은 암을 예방한다는 ‘제니스틴’ ‘리놀산에스테르’ 등의 생리 활성성분과 각종 아미노산이 풍부한 식품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주식은 쌀밥을 가장 선호(73%)했고, 반찬은 나물류(42%)가 많았다. 그러나 생채소를 그냥 먹는 백세인은 3%에 불과했다. 박상철 교수는 “구운 고기나 튀김 등을 제외하고, 음식을 가리는 백세인은 만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 일정한 양을 규칙적으로 먹는다 ▲사진설명 : 경북 상주시 지천동의 김천수(101)할아버지 밥상으로 하루 섭취 열량은 1359 ㎉.밥·된장국·장류의 간소한 식단이다. 경북 상주시 김천수(101) 할아버지의 하루 섭취 열량은 1359㎉로 많이 먹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김 할아버지는 언제나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한다. 오전 4~5시에 일어나서 아침은 오전 6시, 점심은 정오, 저녁은 오후 6시쯤 먹는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오후 10시쯤이다. 아들은 “일정한 식사량을 정해진 시간에 잡수시는 것이 장수의 비결인 것 같다”고 했다. 전남 담양군 금성면 양선임(105) 할머니도 “젊을 때부터 과식하지 않고 밥 한 공기를 규칙적으로 먹었다”고 밝혔다. 이미숙 교수는 “백세인들은 하루에 두 끼를 먹어도 정해진 시간에 균형 잡힌 식사를 하신다”고 말했다. 이 밖에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백세인일수록 독거(獨居) 백세인에 비해 영양소 섭취량이 많았으며, 두부·청국장 등 콩류의 섭취 횟수가 많은 백세인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았다. 식사 후 음료수를 즐기는 백세인은 많지 않았지만 58%가 전통차나 요구르트를 마셨다. 그러나 이 교수는 “우리나라 백세인들은 칼슘·철분 등의 무기질과 비타민 섭취량이 성인 하루 권장량(RDA)의 50~80%에 불과했다”며 “특히 비타민B₂가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安勇炫기자 justice@chosun.com ) 조선일보 발췌 (2002.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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