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100세 이상 장수인(長壽人)은 전북 순창군, 경북 예천군, 전남 보성군, 전남 영광군, 경남 거창군, 전남 곡성군 등에 많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우리나라의 남성 장수인은 강원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東北) 지역에, 여성 장수인은 제주·전남을 비롯한 서남(西南) 지역에 편재(偏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서울의대 박상철(朴相哲·53·체력과학노화연구소장) 교수팀과 조선일보 취재진이 국내 최초로 전국 25개 시·군에 사는 150여명의 백세인(百歲人)을 심층 면접조사한 결과 밝혀졌다. 또 장수 지역이 이동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 조사는 2001년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이뤄졌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01년 12월 현재 우리나라엔 주민등록상 총 2228명(남자 168명, 여자 2060명)의 100세 이상 노인이 살고 있다. 전북 순창군은 인구 10만명당 100세 이상 인구 비율이 28.9명으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박 교수는 “90년대 전남 해안 및 제주도에 국한됐던 장수 마을이 2000년대 들어 지리산을 축으로 소백산맥과 노령산맥을 잇는 중산간(中山間) 지역으로 이동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중산간 지역은 공기가 맑고 건조하며, 기복이 심한 지형을 오르내리기 때문에 운동량이 많고, 신선한 채소의 연중 섭취가 가능한 지역이다.
이정재(李政宰·52) 서울대 생물자원공학부 교수는 “경제 성장과 의료복지 혜택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중산간 지역의 장점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사회·경제적 기반이 좋은 지역에 장수 인구가 많이 산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예를 들어 장수군의 도로 연장(95년 기준)은 364㎞로 일반군 평균인 336㎞보다 길었으며, 지방세 징수액은 199억9900만원으로 일반군 평균인 141억9000만원보다 많았다.
90년 초 장수 마을은 교통이 편리하고 산물이 풍부한 남부 해안지역에 집중됐다. 그러나 경제 성장으로 기초 생계가 해결되고 공중보건의 제도 등이 도입되면서 숨겨졌던 산골 마을의 장점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박상철 교수는 “85세 이상 노인들은 암이나 동맥경화 같은 퇴행성 질병보다 가벼운 폐렴으로 세상을 뜨는 경우가 많다”며 “기초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장수 인구는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팀은 또 남성 장수 지역 10개 시·군 가운데 9곳이 강원도에 속하고, 여성 장수 지역 10개 시·군 가운데 9곳이 제주·전남 지역에 편중돼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대표적인 남성 장수 지역은 강원도 인제·화천군, 여성 장수 지역은 북제주군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인구 가운데 85세 이상 인구 비율을 의미하는 ‘장수도(長壽度)’란 개념을 도입한 결과, 인제와 화천의 남성 장수도는 각각 7.99%와 7.78%였다. 북제주군의 여성 장수도는 11.89%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남성과 여성 중 누가 생활 주도권을 잡느냐가 장수의 중요한 요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 특집기사 2002.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