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비 식 스타일 집단장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1-10-15 오후 2:21:00
어린 시절 노랗고 하얀 들풀들이 피어나기 시작하는 들길을 따라 찾아가던 외할머니집의 추억이 담긴 여학교 교복. 처녀 시절, 마냥 쳐다보며 머리를 만지고 분홍색 입술연지를 찍어바르던 추억이 담긴 오래된 거울. 아빠와 함께 꽃밭에 물을 주던 낡은 양철 물뿌리개. 이 모든 추억을 엮어 꾸미는 우리 집. 이처럼 추억을 엮어 꾸미는 스타일이 바로 현재 미국 여성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실내 장식의 새로운 컨셉트, ‘섀비 식(Shabby Chic)’ 스타일이다. 섀비 식이라는 용어는 플리마켓을 뒤지며 고전가구와 장신구 수집하는 것을 취미로 하던 레이철 에시윌에 의해 80년대 후반부터 처음 사용되기 시작했다. 소박하다는 뜻의 ‘섀비(shabby)’와 세련되다, 혹은 개성적이라는 뜻의 ‘식(chic)’이라는 단어를 합쳐 만든 이 개념은 공식적으로 등록된 상표이기도 하다. 섀비 식이라면 누구나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는 하얀 방안에 새벽 이슬을 받아 마신 뒤 금방 개화한 듯한 색조를 지닌 분홍색 장미 넝쿨이다. 섀비 식 스타일은 흰색을 기본 개념으로 하기 때문이다. 즉, 가장 순수하고 소박한 느낌을 지닌 흰색을 바탕으로 그 위에 파스텔조의 아름다운 색상으로 액센트를 부여하는 것이다. 포근한 느낌과 파스텔조의 색상을 중요시하는 섀비 식 스타일은 무엇보다 오래되어 낡은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짝이 맞지 않는 컵이나 오래된 리넨, 부드러운 색조의 꽃무늬가 있는 구식 커튼이나 침구, 페인트 칠이 벗겨져 가는 고가구, 크리스털 샹들리에 등이 모두 섀비 식 스타일에 어울리는 기본 소재들이다. 어떻게 이런 낡은 것들이 가장 현대적인 실내장식 스타일인 섀비 식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원리는 간단하다. 낡은 것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는 것이다. 오래되고 낡은 녹슨 부분이나 페인트 칠이 벗겨진 모든 ‘흠’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면 오히려 독특한 매력이 된다는 것이 기본 자세다. 문제는 낡은 것들이 색상이나 형태의 코디네이션이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것. 섀비 식은 이 또한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한다. 코디네이션 되지 않은 것에서 매력을 찾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한 실내장식가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에서 뜻밖의 보물을 발굴해 내는 재미”라고 표현하고 있다. 섀비 식에도 코디네이션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섀비 식 스타일의 코디네이션이라면 하얀 색조를 주제로 각양각색의 모든 소재를 조화시키는 것이다. 즉 플리마켓이나 거라지 세일을 뒤져 모아둔 각양각색의 가구의 껍질을 샌드페이퍼로 벗겨낸 뒤 흰색 페인트로 칠한다. 이렇게 하면 색상이나 질감이 제각각이던 고가구들이 흰색이라는 테마를 지닌 섀비 식 스타일로 간단히 바뀐다. 이처럼 추억 위에 현대라는 덮개를 뒤집어씌우는 것이 바로 섀비 식 스타일이므로,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아직까지 남아있는 소재를 많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래된 캔버스 위에 프린트된 그림보다 조각이 새겨진 구식 천정 양철을 이리저리 갖다 붙이면 전혀 새로운 느낌의 추상화 작품이 탄생한다. 머핀을 굽곤 하던 낡고 쭈글쭈글해진 양철 용기에는 왁스를 녹여 부어 초를 만들고, 수명을 다한 램프는 낡은 뚜껑을 뜯어내 버린 뒤 아랫 부분을 꽃병으로 사용한다. 혹은 오래된 전등을 거꾸로 세워 각종 크리스마스 장식물들로 꾸미거나, 램프를 오래 사용하다보면 가장 먼저 낡는 뚜껑부분을 얇은 명주그물로 여러 겹 둘러 싼 뒤, 그 위에 이중으로 다시 한번 그물을 휘감아 싸서 독특한 장식 핀으로 고정시키면 전혀 새로운 독특한 분위기의 섀비 식 램프가 탄생하게 된다. 오래되어 입지는 못하지만 추억에 대한 미련으로 버리지 못하고 장롱 속에 넣어두었던 자녀들의 아기 옷이나 셔츠는 속을 솜으로 잔뜩 채워 넣은 뒤 양쪽 팔 부분을 앞으로 모아 묶어버리면 훌륭한 섀비 식 쿠션이 될 수 있다. 섀비 식은 또 푸짐한 것을 좋아한다. 쿠션의 경우도 보통보다 훨씬 넉넉하게 솜을 채워 넣어 푹신푹신하게 할 뿐만 아니라, 소파에도 쿠션을 여러 개 겹겹이 쌓아둔다. 또 레이스와 얇은 명주 그물을 일컫는 ‘튤’을 넉넉히 사용해 가득한 느낌이 들도록 한다. 섀비 식은 또한 엄청난 창의성을 요구한다. 디자인만 보고 물건을 구입하기보다 물건을 보고 어떤 식으로 재창조해낼 수 있을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하는 것이다. 예들 들어 군데군데 흠집이 난 두 개의 점토항아리를 이용, 하나를 잘게 깨서 다른 항아리 위에 강력 풀로 접착시켜 투박한 모양으로 디자인 한 뒤, 금이 간 부분은 이끼로 채워 막으면 그 어느 곳에서도 구할 수 없는 독특한 한 개의 항아리가 만들어지는 식이다. 섀비 식 스타일은 또한 사용자로 하여금 편안한 느낌이 들도록 해 주어야 한다. 몸을 마냥 파 묻어버리고 싶을 만큼 푹신한 쿠션, 신발을 벗지 않고 발을 올려도 될 것 같은 의자, 커피를 마시다가 쏟아 얼룩을 내도 괜찮을 듯 만만한 테이블 커버, 그것이 바로 섀비 식의 매력이다. 이처럼 편안함을 추구하는 섀비 식 스타일은 다리미 사용을 거부한다. 말쑥함보다는 구겨진 것들이 보다 편하다는 것이다. 또 얼룩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섀비 식의 원칙이 탄생시킨 것이 소파 덮개다. 흰색이나 연한 카키색 계통의, 세탁이 쉬운 면으로 투박한 덮개를 만들어 가구를 덮어두었다가 얼룩이 지면 언제라도 간단히 세탁기에서 빨 수 있는 것이다. 봄이나 여름에는 시원한 흰색을, 가을이나 겨울에는 보다 포근한 느낌이 나는 카키색을 선택해 계절에 따라 간단히 집안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이와 같은 소파 덮개는 요즘 실내장식 용품 판매업소라면 취급하지 않는 곳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섀비 식은 이처럼 헌 물건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것이며, 오래되고 낡은 것들을 새롭게 고쳐 재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적은 예산으로 타향의 낯선 아파트를 푸근한 느낌이 드는 내집으로 바꾸고 싶은 도시의 알뜰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가격표를 붙이지 않은 골동품'이라고도 불리는 섀비 식 소재를 찾기에 가장 좋은 곳은 플리마켓이나 거라지 세일이다. 인터넷이 널리 보급된 지금은 이베이와 같은 웹사이트를 통해서도 원하는 소재를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인터넷 경매 웹사이트에는 전국에서 물건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므로 구상하고 있는 스타일을 꾸며내는데 필요한 웬만한 재료는 다 구할 수 있다. 이처럼 플리마켓이나 거라지세일, 인터넷 경매 웹사이트 등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섀비 식 스타일의 소재는 낡은 퀼트, 오래된 아이보리색 레이스 커튼, 캐비지로즈가 풍성하게 그려져있는 천 등이다. <<<섀비 식의 8가지 원칙>>> ◇흰색 가구: 가구를 흰색으로 페인트 칠하면 느낌이 완전히 변한다. 대부분의 고가구들은 나무 색을 살린답시고 무겁고 짙은 색상으로 처리되어 있지만, 샌드페이퍼로 몇 번 문질러 짙은 색 껍질을 벗긴 뒤 하얀 페인트로 색칠하면 가볍고 신선하면서 여름 기분이 물씬 풍기는 전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여러 가지 가구들이나 플리마켓에서 구입한 낡은 가구들마저 이렇게 하얀 색조로 통일해 칠해 놓으면 집안 분위기가 금방 달라진다. ◇소파 덮개: 소파에 덮개를 만들어 씌우면 낡고 얼룩진 부분이나 유행이 지난 섬유 디자인, 전체적인 집안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색상 등의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소파 덮개는 흰색 계통이 가장 좋지만 약간 탈색된 오래된 섬유도 좋다. 소파 덮개는 얼룩이 지면 벗겨서 세탁기에 빨아 쓸 수 있으므로, 섀비 식이 아니더라도 실내장식 소품으로 각광을 받는 편이다. 소파 덮개용 천은 자주 빨거나 기분에 따라 수시로 바꿀 수 있도록 세탁이 간편한 천으로 고르고, 무늬 없는 여름용, 파스텔조의 따뜻한 색조로 무늬가 있는 겨울용으로 각기 마련해 두는 것이 좋다. ◇푹신푹신한 쿠션: 솜을 지나치다 싶을 만큼 가득 채워 넣은 푹신푹신한 쿠션과 앉으면 푹 꺼져 빨려들 듯이 깊숙한 소파는 섀비 식 스타일의 주요한 테마다. 파스텔조의 꽃무늬가 새겨진 흰색으로 덮개를 만들어 씌운 뒤 레이스로 풍성하게 장식을 넣은 쿠션을 소파 위에 여러 개 겹겹이 쌓아두면, ‘해피 홈’의 포근함이 그대로 전해진다. ◇구김살: 섀비 식 스타일로 집안을 꾸밀 때는 다리미를 장롱 깊숙이 모셔두어야 한다. 소파와 쿠션 등은 모두 누군가가 오랫동안 사용한 흔적이 구김살로 남아있어야 하며, 구김이 질 것이 두려워 앉아있어도 편하지 않은 소파라면 섀비 식 스타일 자격이 없다. 이때, 섀비 식 스타일을 지저분한 스타일로 혼동해서는 안 된다. 구겨지고 지저분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사용한 흔적이 남아있는, 삶의 숨결을 살려두고자 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건축물: 유리로 된 손잡이, 모퉁이가 쇠로 처리된 구식 바구니, 콘크리트로 된 기둥 기반, 오래된 화로 뚜껑 등이 모두 새로운 느낌의 실내장식용품으로 응용할 수 있는 훌륭한 소품들이다. ◇온전치 못한 액세서리들: 한때 우아한 디자인이라고 구입했던 장신구지만 지금은 칠이 벗겨지고 흠집이 났으며 모퉁이가 떨어져 나갔으면 섀비 식 스타일로 재활용할 수 있다. 섀비 식은 오랜 세월의 흔적을 환영하기 때문이다. 칠이 벗겨지고 녹슨 부분이 드러난 촛대, 이가 빠진 꽃무늬 주전자 등은 얼마든지 꽃병으로 재활용될 수 있으며, 낡은 옛 거울 등도 거울대신 그림을 넣으면 액자로 쓸 수 있다. ◇가구: 철제 가구와 침대 헤드보드, 그 외 각종 고가구 역시 좋은 소재다. 페인트가 벗겨지고 녹이 슨 자국이 보이는 철제 가구나 헤드보드는 뒤뜰 나무그늘에 설치할 벤치로 만들어 다시 사용 할 수 있다. ◇꽃과 촛불: 추억과 낭만을 추구하는 섀비 식 스타일에서 꽃과 촛불은 빼 놓을 수 없는 소재다. 한웅큼의 분홍색 장미나 파스텔조의 꽃무늬가 든 천, 자수를 놓아 만든 쿠션 등으로 거실의 소파를 장식한다. 형광등 대신 촛불로 거실 조명을 대신하면 로맨틱한 분위기를 낼 뿐만 아니라 전혀 새로운 느낌의 조명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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