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텍 업계의 진짜 ‘고수’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1-09-13 오후 1:51:00
특별연구원(fellow)', ’수훈엔지니어(distinguished engineer)'라는 직위를 가지고 여러 프로젝트에 대해 제안이나 비판을 하는 이들이 회의석상에 나타나면 고위급 매니저들도 벌벌 떤다. 이들의 표정 하나, 말 한마디에 자기가 맡은 프로젝트의 사활이 걸리기도 하고 예산이 갑자기 2배로 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하이텍 컨벤션 같은 곳에 가면 록스타와 마찬가지 대접을 받는다. 테키들이 그와 말 한마디라도 나눠 보려고 줄을 서며 간혹 서명을 해달라는 사람까지 있다. 그런 행사에 모이는 사람들이야말로 실리콘 밸리의 진짜 서열을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큰 하이텍 회사의 온갖 영예는 경영자가 혼자 차지하는 것 같지만 회사 안에서 가장 큰 발언권과 광범위한 권위를 갖는 것은 바로 이런 소수의 기술자들이다. 1990년대 말에 우후죽순처럼 생겼던 닷컴 회사들이 계속 죽어가면서 하이텍 혁신의 초점은 다시 대형 연구부서를 두고 수십명의 천재들을 고용하고 있는 대기업쪽으로 옮겨 갔다. 엘리트 엔지니어를 고용하는 프로그램은 40년전 쯤 IBM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자리잡기는 대기업에 있던 훌륭한 기술자들이 눈이 튀어나올 정도의 부를 약속하는 신생 닷컴회사들로 자리를 옮기기 시작한 몇 년전부터다. 그런 배경 덕분에 대기업 연구실에도 과거에 없던 창업사 같은 분위기가 감돌게 됐다. 그들은 자유자재로 일한다. 직원이 30여만명인 IBM의 51명의 특별연구원들은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컴퓨터에 매달려 살지만 디자인을 감독하는 기술자는 일년의 반을 여행하며 새 랩탑 라인의 단추 모양부터 장기 연구계획에 이르기까지 100가지 이상의 각종 회사 프로젝트에 간여하고 있다. 이들은 자기 회사의 테크놀로지를 대표하는 역할을 임무의 일부로 여겨야 하며 업계를 선도할 주요 기술표준을 정하는 기구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기도 한다. 고용주들끼리는 싸움을 할지 몰라도 서로 다른 회사에 소속된 특별연구원들끼리는 친구사이인 경우도 많다. IBM의 팻 셀린저와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작년에 처음으로 임명한 수훈엔지니어 13명중 1명이 된 짐 그레이는 25년 이상 된 친구로 서로 e메일을 보내 자문을 구하는 일도 많다. 컴퓨터계의 노벨상이라 할 튜링상의 1998년도 수상자인 그레이(56)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샌프란시스코 연구실에서 정보시대의 가장 중요한 문제인 엄청난 양의 전자 자료를 정리하고 분석하는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아울러 빌 게이츠 회장, 스티브 발머 사장과 연 4회 피정을 같이하면서 현안 문제들에 관해 의견을 나누며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디자이너, 엔지니어들과도 함께 작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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