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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쇠는 밥은 밖에 나가서 먹어도 똥은 집에 와서 눈다’는 옛말이 있다. 농경사회에서 귀중한 퇴비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똥’은 더러움과 회피의 대상으로 변하여 ‘똥’이란 말대신 ‘변(便)’이라고 고상하게 표현한다.
정상적인 사람이면 누구나 뱃속 한가득 똥덩어리를 안고 살지만 때로는 화장실 가는 사실조차 숨기고 부끄러워한다. 이것이 변비나 치질 등 질병을 부추기는 원인이 된다. 똥을 내보내는 ‘항문’ 역시 괄시의 대상이다. 평소엔 관심조차 주지 않다가 아플 때면 원망을 쏟아 붓는다. 하는 일의 중요성에 비해 유독 천대받는 기관이지만 항문은 입보다 더 연약한 기관이어서 평소 더 지극한 관심을 필요로 한다.
똥은 먹은 대로 나오는 법이다. 건강하지 못하면 똥도 예쁘지 못하다. 예로부터 똥의 상태는 소화기계뿐만 아니라 전신 건강의 이상을 진단하는 방법으로 활용됐다. 배변을 본 뒤에는 반드시 똥을 관찰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물론 똥의 상태가 한 두번 달라졌다고 몸에 큰 이상이 생긴 것처럼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색깔이 바뀌는 것은 대부분 음식물 때문이며, 약물 복용이 원인인 경우도 많다. 당근주스는 주황색을, 시금치는 초록색 똥을 만든다. 그러나 색을 변화시킬 만한 음식이나 약물을 먹지 않았는 데도 똥의 색이 달라졌거나, 이상이 계속된다면 속병을 의심하고 좀 더 자세한 관찰이 필요하다.
우선, 자장면처럼 흑색똥이 나오는 것은 위험한 경우가 많다. 1~2회만 지속돼도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물론 선지국이나 임신부 빈혈약, 일부 소화제 복용 후는 예외다. 흑색똥은 위·십이지장 궤양에 의한 출혈일 가능성이 많다. 피가 음식물과 함께 소화되면서 똥이 검어진 것이다. 특히 식도정맥이 파열되기 쉬운 간경변 환자는 항상 주의해야 한다. 흔히 흑색똥이 동반되면 속이 쓰린 경우가 많아 궤양치료제나 위벽보호제 등을 먹는다. 이런 경우 일시적으로 흑색똥과 출혈이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근본치료가 아니므로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어지럼증과 함께 흑색똥이 나오면 반드시 내시경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똥에 붉은 색의 피가 그대로 묻어나오는 경우 치질·치루 외에 대장암 가능성도 있다. 체중감소·복통·식욕부진 등 전신증상을 동반하거나 대장암 가족력, 50세 이상의 고령자라면 암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 그러나 전신증상을 동반하지 않고 피똥을 조금씩 보는 경우라면 당장 병원을 찾기보다 1~2주 정도 따뜻한 물에 항문부위를 담그는 좌욕을 해보는 것도 좋다. 혈액순환을 원활히 해주면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 그러나 차도가 없다면 전문가와 상담해야 한다.
흰색이 섞여 나오는 것도 좋지 않다. 정상적인 똥은 양변기 물속에 가라앉는다. 그러나 똥이 물 위로 뜨면서 기름방울이 있고, 흰 점토색 같은 것이 섞여 나온다면 지방변을 의심해야 한다. 대부분 담낭이나 췌장 소화액의 분비장애로 지방이 소화되지 못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음식으로 인한 일시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체중과 식욕 감소, 어지럼증, 다리부종 등을 동반한다. 적당히 약으로 때우기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그 외에도 녹색똥이나 똥색이 옅고 오줌색이 짙은 상태가 며칠씩 계속되면서, 복통·체중감소와 함께 눈 흰자위가 노란색으로 변하는 증상이 나타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똥냄새는 은은하면서 불쾌감이 일지 않는 정도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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