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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에서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여러 제도가 오래 전부터 시행돼왔다. 이런 제도로 인해 개개인으로 흩어져 있어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던 소비자 권리가 점차 신장된 것이다.
미국은 1916년 맥퍼슨-뷰익자동차 사건에서 무과실 입증책임을 소비자에게서 제조업자에게로 넘겨 제조물책임법의 기본개념이 성립된 이래 60년대쯤에는 완전히 법의 틀이 잡혔다. 유럽에서는 지난 85년 `제조물책임에 대한 유럽공동체 지침'을 채택한 이래 대부분 이 법을 시행하고 있다. 브라질(91년), 필리핀(92년), 중국(93년)을 포함해 세계 30개국이 시행중이다.
최근 들어 미국에서는 행정부나 사법부가 제품 결함과 관련해 기업의 책임을 묻는 이 법을 한층 더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얼마전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이 세계 최대의 자동차회사인 지엠(GM)이 자동차 연료탱크가 폭발해 중화상을 입은 알리샤 파커 가족 6명에게 모두 49억달러(5조8천억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또 비슷한 시기에 플로리다주 검찰과 연방 대배심은 항공기 정비를 잘못해 추락사고가 나게 했다며 미국 항공기 정비업체 세이버 테크를 살인·과실치사죄로 기소하기도 했다. 만일 법원에서 유죄평결이 나면 세이버 테크는 벌금과 보상금으로 최대 600만달러를 물게 될 뿐만 아니라, 관련 임직원은 최고 55년의 징역형을 받고 270만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이처럼 안전성이 결여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몇년치 이익을 고스란히 배상금으로 물거나 아예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것이 바로 제조물책임법 때문이다.
피해를 본 여러 사람 중 한명이 대표로 문제를 제기해 보상받으면 다른 사람도 중복절차 없이 같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집단소송제는 60년대 시민의 권리찾기운동이 한창이던 미국에서 처음 생긴 뒤 유럽 여러 나라로 퍼졌다.
나라마다 운용방식이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독일에서는 개인이 아닌, 시민단체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사회민주주의 정당이 오랫동안 집권해온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등 스칸디나비아 3국에서는 시민들을 대신해 국가가 기업이나 정부부처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한다.
지난 98년 세계 최대 실리콘 겔 생산업체인 미국 다우코닝사가 실리콘 겔 유방확대 수술 뒤 부작용을 이유로 집단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들에게 모두 32억달러의 손해배상을 해주기로 합의함으로써 우리나라 여성 1천여명이 배상을 받게 된 것도 이 제도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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