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너가 실종되고 있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1-06-14 오후 6:05:00
미국사회에 매너가 실종되고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결혼 축하선물을 보내준 이들에게 일일이 감사편지를 띄우는 깍듯한 예의와, 뒤를 바짝 쫓아 오는 운전자에게 너그럽게 손을 흔들면 길을 비켜주는 여유, 임신부를 위해 자리를 양보하는 배려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대신, 빨리 길을 트라며 장례행렬을 향해 경적을 울려대는 어이없는 무례와, 때와 장소에 구애 없이 휴대폰으로 떠들어대는 몰상식. 나이든 노인들을 밀쳐대는 조급성은 도처에서 발견된다. 매너는 신사들의 중절모, 숙녀들의 흰 장갑과 함께 과거의 유물이 되어 버렸다.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 미국인들의 89%가 주변에서 예의바름과 정중함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사실은 결국 이런 매너실종은 특정집단이나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학자들은 극단으로 치닫는 개인중심주의가 매너를 질식시켰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외에 높은 이혼률,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을 거의 갖지 못하는 이른바 '래치키 키드'(latchkey kid)의 증가. 세대간의 대화단절 등과 같은 사회분위기의 변화도 이같은 현상을 초래한 공범에 해당한다. 매너는 자기 자신과 함께 남을 존중하고 타인들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려는 마음씀과 행동가지이므로 예의범절이라든지 상대에 대한 배려는 어린 시절부터 몸에 익혀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1차적으로 부모들의 책임이 크다. 사라져 가는 매너를 회복하려는 노력도 눈에 뜨인다. 루이지애나주는 초등학생들의 교사 호칭시 존칭사용을 의무화하는 법을 제정했고 사우스 캐롤라이나와 조지아도 동일한 법안을 심의중이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지는 최근 타인을 배려하는 행동가짐을 촉구하는 두건의 사설을 연이어 게재했으며 시간약속 엄수운동을 전개하는 시민단체도 생겨났다. 한편 4개 도시 매너조사에서 미시시피 잭슨시가 최고점수를, 샌프란시스코가 최저점수를 받았다. 신호대기, 문잡아주기, 길안내 등 3개 항의 현장 테스트를 통해 주민들의 매너를 측정했다. 즉 신호대기가 끝난 후 차를 제자리에 멈춰세운 채 뒷차가 경적을 울릴 때까지 걸리는 시간, 뒤에 나오는 사람을 위해 출입문을 잡아주었을 때 고맙다는 답례가 나오는 횟수. 지도를 들고 번잡한 길거리에서 두리번거릴 때 길안내를 자청하는 사람이 나타나는지 여부와 나타날 때까지 걸리는 시간 등을 각각 10회에 걸쳐 반복 측정한 후 이를 평균해 점수로 환산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실험대상지는 남부지역 미시시피의 잭슨시. 중부지역의 미네아폴리스, 동부지역의 필라델피아, 서부지역의 샌프란시스코였다. 조사결과 잭슨시의 운전자들이 신호대기등에서 움직이지 않는 앞차를 향해 경적을 울릴 때까지 걸리는 평균시간은 13초. 남부지역 주민들의 예의바른 친절함은 상상 이상이었다. 총점은 300점 만점에 236점. 211점으로 2위를 차지한 미네아폴리스시의 주민 10명 중 문을 잡아준 사람에게 인사말을 한 사람은 단 세명 뿐이었으나 신호대기등에서 경적을 삼간 채 끈기있게 기다려주었고 길안내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자전거 순찰 경관들은 길을 잃은 채 하는 기자를 본 척도 하지 않았다. 3위는 186점을 기록한 필라델피아. 3명의 운전자들이 신호대기등에서 8초 이상을 기다려주었고 문을 잡아주나 7명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도테스트에서는 한명이 '합격'했지만 이곳의 매너지수 측정중이라는 사실을 깨닫곤 냉랭하게 돌아서 버렸다. 꼴찌는 124점을 따는데 그친 샌프란시스코였다. 아무도 길 잃은 자를 위해 멈춰서지 않았고 신호대기에서도 참을성도 없었으며 인사를 제대로 하는 법도 없었다. 문을 잡아주었을 대 인사가 거의 나오지 않는 것은 이들 대부분이 타국의 관광객들이었기 때문인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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