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학자 래리 하지네 시나가와의 연구에 따르면 아시아계 남성이 타민족과 결혼하는 추세는 전에 없이 높아지고 있다. 그는 캘리포니아주의 혼인신고 자료를 검토한 뒤 미국에서 태어나는 아시아계 남성은 백인 여자와 결혼하거나(18.9%), 다른 아시아 민족과 결혼하거나(22.7%), 다른 소수 민족과 결혼할(6%) 확률이 최근 이민자들보다 훨씬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그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을 내다봤다.
미국에는 이민족간에 결혼한 부부가 한둘이 아니며 그것도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10년전만해도 아시아계 남성이 백인이나 라틴계, 또는 흑인여성과 데이트하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지난 30년 동안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는 자기네 여성들이 타민족과 결혼하는 것에 익숙해져 왔다.
그러나, 남성의 경우는 달랐다. 1980년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계 여성과 백인 남성의 결혼비율은 아시아계 남성과 백인 여성에 비해 세 배나 됐다. 이 같은 불균형의 원인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린다. 미국에서 태어나는 많은 아시아계 남성은 알맞은 여성(같은 민족에, 좋은 집안이라는 뜻)과 결혼해야 효자라는 강한 압력을 받아 왔다는 것이 한 가지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타민족과의 동화는 흔히 나쁜 것으로 간주됐다.
한국 남자들은 "자식 낳고 잘 살아라. 다만 참한 한국규수여야 한다"는 말을 듣곤 한다. 아시아계 남성들은 미국 사회로부터 이상적 남성형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받고 있었다.
언론에서도 전에는 나약하고 성적매력이 없으며 백인 남성처럼 지위와 안정을 주지 못하는 집단으로 인식돼 온 아시아계 남성의 이미지를 바꾸고 있다. "흑인 남성은 정력이 좋고 백인 남성은 힘이 있지만, 아시아계 남성은 여자들이 쳐다보지도 않을 작은 체구의 겁쟁이들이라는 게 종전의 인식이었다."
화면에서도 아시아계는 하인이나 비열한 악당 역이 단골이었다. 브루스 리라는 슈퍼맨이 탄생했지만, 그가 여자와 엮어지는 장면은 없었다. 그러다가 재키 챈이 등장한다. "그는 재미난 무술 연기자이지만 그와 동침하고 싶은 생각이 들겠는가"라고 묻는다. 그러나 이제는 저우룬파, 릭윤, 제트 리 같은 새 배우들이 아시아계 스타도 누구 못지 않은 연애상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버들가지 같고 양성적인 '나비부인' 이미지에 고정됐던 아시아계 패션모델들의 이미지도 바뀌고 있다. 디자이너와 광고회사들은 이제 아시아계 남성의 새로운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
이런 현상은 돈에도 원인이 있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가 상승하는 것과 발맞춰 아시아계 미국인 남성들의 섹시한 이미지가 부각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민족별로 따지면 아시아, 태평양 군도계의 대학 진학률(43%)과 중산층 소득(4만5천2백49달러)은 미국에서 최고다. 아시아계 미국인 남성의 이미지가 '일꾼이나 세탁인의 아들'에서 '미래의 인터넷 백만장자'로 진보해 왔다는 것. 머리 좋고 부지런하며 일만 열심히 하는 아시아계 미국인 남성의 부정적 이미지가 야후 공동창업자 제리 양의 시대에서는 긍정적으로 바뀐다. 이 모든 것이 결혼시장에 은근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
그러나, 이민족과의 데이트를 모두들 긍정적 시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이민족과 결혼하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동포들로부터 '백인 물이 들었다'거나 '핏줄 배반자'라고 은근히 눈총을 받는 경우까지 있었다. 다른 집단에 파트너를 빼앗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 이민족간의 데이트를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이민족간 결혼이 모두 동등하지 않은 것은 여전하다고 경고한다. 전형적 아시아계 남성이 백인 여성과 결혼한다고 해서 같은 아시아계 여성들처럼 백인 사회로부터 동등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타민족과 결혼한 아시아계 남성들의 이혼율은 같은 아시아계 여성과 결혼한 사람들에 비해 훨씬 높다고 한다.
그러나 이민족 결혼에 대한 견해야 어떻든 간에 대다수 학자들은 새로운 데이트 패턴을 긍정적 변화로 받아들인다. 아시아계 남성들이 자신에 대한 정의를 새로 내리고 있는 것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