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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산지(경북 청송군 부동면 이전리)에도 가을이 찾아왔다.
새벽을 알리는 새들이 청아한 울음소리가 숲속의 어둠을 저만치 밀어낸다. 그 사이를 비집고 하얀 물안개가 봄철 아지랑이 피어오르듯 저수지를 하얗게 수놓는다. 색동옷으로 갈아입은 나뭇잎들을 울긋불긋한 자태를 한껏 뽐내며 수면 위에 '천상(天上)의 그림'을 그려낸다.
1만여평 자그마한 못속에는 30여 그루의 왕버드나무가 '주왕의 전설'을 머금은 채 주산지를 지키고 있다.
신새벽 카메라를 들이밀면 누가나 사진작가가 된다. 어느 곳에 렌즈를 맞추건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한폭의 수채가 사진에 담긴다.
주왕산국립공원에 속하는 주산지는 대전사나 1·2·3 폭포 등의 유명세에 가려 그동안 사진을 찍는 동호인들만 찾았던 작은 저수지다. 물에 비치나 하늘과 산과 숲은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내보이며 그림자로 하나가 된다.
주산지는 산록이 눈부신 봄은 봄대로 단풍이 우거진 가을은 가을대로 독특한 멋을 풍긴다. 그러나 여름에는 짙은 풀 그림자가, 겨울에는 계곡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으로 수면에 비치는 주산지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없다.
이른 새벽은 하루 중 대기가 가장 안정된 상태여서 사진이 잘 찍힌다. 여기에서 새벽 안개라도 피어오르면 금상첨화다. 특히 가을철 이른 새벽에 이곳을 찾으면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버드나무 밑둥을 휘감는 모습이 신비스럽다.
늦여름 주산지는 만수위를 보이며 왕버드나무가 물에 잠겨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답다. 딱따구리의 나무 쪼는 소리가 숲속을 메우면 원앙과 오리는 자맥질을 하여 저수지를 가른다. 행여 이들의 모습이 흐트러질까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들의 발길은 조심스럽기만 하다.
주왕산국립공원 관리 사무소는 왕버드나무가 자생하는 곳에 관람객이 잘 볼 수 있도록 전망대를 세우고 있다.
조선조 숙종 46년(1720) 착공해 1년만에 완공된 주산지는 1만여평 정도로 자그마하다. 인공저수지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신비스러워 내주왕산의 절과 함께 청송 8경의 하나로 손꼽힌다.
주왕산은 전설의 산이다. 발길 닿는 곳마다 전설이 서려있다.
중국 당나라 덕종12년 왕손인 주도가 진의 회복을 꿈꾸며 군사 1만명을 이끌고 후주천왕을 자칭하고 반기를 들었다. 그러나 수도 장안을 공격하던 중 곽의자에 패하자 요동을 거쳐 신라로 도망왔다고 전해진다.
강원도를 거쳐 진성(지금의 진보)땅에 다다른 주왕은 주왕산으로 숨었다. 주민들의 식량을 약팔하는 등 노략질을 일삼자 신라는 마일성 장군과 그의 형제들에게 토벌을 명했다.
주왕은 마씨 형제와 싸웠으나 크게 패하자 주왕굴에 숨어 최후를 마쳤다. 주왕에게는 아들 대전과 딸 밸견이 있어 현재 주왕산의 대전사와 백련암의 이름은 여기서 유래되었다.
주왕이 관군과 싸움을 시작할 때 봉우리에 깃발을 꽂아놓고 신호를 보냈다고 해서 불리는 기암, 바위 위에 돌을 얹히면 아들을 낳는다는 아들바위, 용이 승천하지 못하고 바위가 됐다는 와룡암, 선녀가 목욕했다는 선녀탕 등 헤아릴 수 없는 기암괴석이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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