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양성의 구애는 겉으로 보기엔 매우 순수하고 로맨틱해 보이지만 결국 변형된 투쟁의 양상이라고 말한다면 그게 무슨 소리냐고 반문할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여러분도 동물의 암컷과 수컷이 교미하기 전부터 모든 성행위가 종료될 때까지 암수가 서로 싸우는 듯한 모습을 '자연은 살아있다'는 등 동물 세계 TV 프로를 통해 종종 보았을 것이다.
인간은 특히 문명인은 그런 노골적인 가학적 태도는 표출하지 않지만 내심으로는 누구나 그런 심리적 투쟁의 과정을 겪는다는 사실이 이미 많은 학자들에 의해 확인된 바 있다.
이 사랑이란 게임으로 위장된 본능적 투쟁에 있어 정복자는 수컷이고 항복자는 암컷인 것이 보통이지만 인간의 경우에는 그것이 반대이기도 하고 혼합되기도 하며 서로 번갈아 역할이 전도되는 수도 있는 등 조화를 이룬다는 점이 특이하다.
흔히들 메이크 러브라는 스마트한 행위를 가르켜 사람들이 씨름, 레슬링, 함락, 야습 등 공격적 어휘로 표현하는 것은 그런 성이 가지는 특수한 공격성을 염두에 두고 표현한 말이라고 생각된다.
예를 들면 일본의 만엽집(萬葉集) 중에 '불과 세 폭 넓이의 이부자리 속에서 죽느냐 사느냐 하는 큰 싸움이 벌어진다. 씨름판에서는 네가 패배하더라도 큰 부상만 입지 않는다면 밤에 치러지는 또 한판 씨름에서 내가 일부러 져 줄 수 있다'란 구절이 있는데 여기에는 남자의 새디즘을 여자의 매조히즘이 받아들이는 심리가 잘 표현돼 있다.
남녀의 성생활에서 특히 성교 때 남자가 공격적이고 여자가 수세적인 데 대해 프로이드, 앨리스, 슈테케르 등 성학자들의 방대한 저술이 있지만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남녀의 그러한 심리경향이 알맞게 조화를 이루면 성생활의 궁합이 서로 맞는다는 성의 특성이다.
남성의 성행위 심리를 잘 관찰해 보면 여성의 피동적인 기쁨, 즉 매조히즘을 이용해 남성이 상대를 모멸하고 싶은 가학적 욕구를 충족시켜 나가는 과정을 발견하는 수가 많다. 즉 여자란 것은 하찮은 것이라고 비하하고 싶은 욕망으로 성교를 행하는 기이한 심리다.
남녀의 육체관계가 이루어질 때까지는 남녀가 동등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호혜평등하게 서로를 대하게 되지만 여자가 한 번 몸을 허락하면 남자의 태도가 1백80도 달라져 마치 지배자처럼 군림하려 들게 된다. 몸을 허락한 고마움도 모르고 나중에는 싫증내는 기색까지 보이는 것이 남성의 성심리인 것이다. 섹스를 허용한 뒤 남성의 사랑이 식어 파경을 맞는 실연담은 사생활의 비밀을 가슴속에 파묻어 둬 모를 뿐이지 사실은 부지기수로 많다. 바로 이런 것이 공허한 향락주의에도 천박한 평등주의까지 겹쳐 마음이 들떠 몽매한 여성들이 우매한 남성들에게 걸려든 끝에 맛보게 되는 환멸의 비애일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성심리학이라 생각한다. 연애의 귀결은 어떤 것인지, 성욕의 본질은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애인을 원하고 기계적 성교를 행한 후 곧 틀어져 파경을 맞는 사태가 도처에서 일어난다. 그것은 인간의 성욕이 동물의 그것과 얼마나 다르고 그것이 어떻게 생겨나는가 또한 그 결과로 남녀가 공히 어떠한 마음의 변화를 일으키는가 이러한 과학적 탐구를 소홀히 한데서 생기는 자업자득인 것이다.
가장 민감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은 남성의 성심리 속에 자리잡고 있는 '여성 모멸'의 문제로 이것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낸 것은 정신의학의 거장 지그문트 프로이드였다. 그의 연구 결과 어떤 남자들은 쉽게 여자의 육체를 정복하고 이에 의해 여자의 가치나 애정을 경멸하며 만족하지만 다른 남자의 경우에는 여자에 대해 지나치게 경의를 품고 있는 페미니즘이므로 상대가 아주 천박한 여자가 아니면 정욕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대부분의 남성들이 좋아하는 파트너는 정숙한 아내로서는 불가능한, 철저한 성적 만족을 주는 여자들이다. 그러므로 '남성들은 자신이 경멸하고 있는 섹스 대상을 구한다'라고 프로이드는 분석했다. 바로 이것이 창녀를 좋아한다는 이른바 남성들의 황구심리의 바탕인 것이다.
무릇 사내 대장부들의 성교육은 상대방에 대한 모멸, 즉 정신적 가학에 역행해 생긴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두둑한 배짱을 갖지 못할 때 남성은 조루하며 성행위 도중 갑자기 발기가 소멸되는 사고가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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