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타구니에 난 음모는 의학이 눈부시게 발달한 밀레니엄의 문턱에서도 여전히 불가사의한 존재다. 왜 그것이 존재하는가? 아직도 풀리 않는 수수께끼의 하나다.
사춘기에 들어서 발모하는 것으로 보아 성적 성숙을 표시하는 잣대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고 성기를 장식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성숙한 여성이 무모증이거나 털의 양이 극히 적으면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 때문인지 미술 작품이나 영화 등에 등장하는 여성은 한결같이 음모가 수북하게 자라나 있다.
음모가 없는 남성기도 생각할 수 없지만 그것이 결여된 여성기도 그 그림을 생각하기가 무척 거북하다. 그만큼 음모가 주는 성적 이미지는 강하다.
서양 여성은 동양 여성에 비해 성기 그 자체도 크지만 음모 영역 역시 아주 넓어 대퇴부의 내측까지도 무성하게 나 있어 마치 남자들의 팔뚝을 보는 듯하다.
하지만 그것이 주는 인상은 검은 음모를 가진 동양 여성 쪽이 흰 피부에 대비돼 더욱 두드러져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처럼 강렬한 성적 도발능력을 가졌다 해도 음부에 난 털이 가는 생리학적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는 아직도 불투명한 점이 많다.
그처럼 그것이 담당하고 있는 기능이 전무한 상태임에도 그곳에 털이 없는 여성들의 고민은 자못 심각하고 그런 무모증 여성들의 숫자는 자그마치 전체의 8∼9%나 된다.
그런데 이 음모가 남성 호르몬의 지배하에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없는 듯하다. 여성호르몬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두발은 남성에게 대머리가 있어도 여성에게는 없는 것처럼 남성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음모는 남성에겐 무모증 사례가 없는 반면 여성에겐 음부 대머리가 있다.
그러니까 여성의 무모증은 남성의 대머리와 유사증후군에 속한다. 그만큼 여성의 음모가 가지는 의미는 다양하고 신비하므로 거기에서 파생된 이야기 역시 많을 수밖에 없다. 저명인사 중에는 음모를 수집하는 사람이 많고 외국에도 부지기수로 많다.
1920년대 후반 규슈의 하카다라는 도시에 미색을 자랑하는 한 게이샤가 있었는데 그녀에게 갑자기 많은 돈이 요구되는 사건이 생겨 할 수 없이 자신의 음모를 뽑아 한 개당 50전에 팔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개화기에 스트립쇼를 하는 극장에서 불과 수초 동안만 음모를 보이는 정도인데도 관객이 운집했다고 하니 미녀의 음모를 소장한다는 것은 당사자로서는 굉장한 자랑거리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크게 달려졌다.
외국에 나가 라이브쇼를 보면 쇼걸이 음모를 보여 줘도 별로 감격하는 기색이 없고 음부까지 제대로 보여주지 않으면 환호성이 터져 나오지 않는다. 포르노를 보면 볼수록 그것이 주는 자극성이 무뎌지는 원리와 같다.
하지만 여성의 음모에 대한 관심이 아주 소멸된 것은 아니며 여성 자신까지도 그 신비한 마력에 도취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본의 경우엔 남편의 음모를 14개 태워 그 재를 먹으면 아기를 순산한다는 말이 전해져 온다. 상인들은 무모증 아내를 얻으면 무모증이라는 일본어 '모우케'가 돈벌이라는 뜻으로 해석돼 꺼리는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반대로 어부나 토건업자 등 위험이 많은 직업을 가진 남성들은 털이 없다는 '게가'를 '부상을 입는다'는 말로 해석해 재수 없다고 생각, 그곳에 털이 없는 아내는 친정으로 내쫓았다고 한다.
그런데 여성의 음모에 대해 말하자면 음렬(陰裂)의 형상이 천차만별이듯이 음모도 사람마다 각각 다르다. 장단, 강유, 굵은 것과 가느다란 것, 꼿꼿한 것과 곱슬곱슬한 것 등 각인 각색이고 또한 여성기에 명기와 조기(粗器)가 있듯이 음모에도 상품과 하품이 있다.
상품은 비너스의 언덕에 적당히 털이 나있으며 가축의 털이 미풍에 나부끼는 듯한 것이고 반대로 음질이 단단해 덤불 같거나 혹은 짧게 듬성듬성 나 억새풀이 타버린 들판처럼 보이면 하품으로 평가된다는 기록이 있다.
옛날의 창녀들은 음모에 의한 열상방지와 음부의 미용을 겸해 긴털을 잘라냈는데 그 도구로 구멍이 숭숭 뚫린 돌, 즉 모절석(毛切石)을 사용했다고 한다.
가위나 면도로 절단하면 음모의 끝이 뾰족해져 아프기 때문에 이런 방법으로 잘라내 모양이다. 그래서 창녀들은 돌과 돌 사이에 음모를 끼워넣고 비벼대듯 두들기면서 털을 짧게 잘랐다니까 보통 정성이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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