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운동가에서부터 운동권의 학생·명망있는 대학교수까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나타나는 성희롱 만연은 도덕성을 잃어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재의 얼굴이다. 사회적 배경과 개인의 병적심리가 어우러져 나타나는 성희롱에 대한 방지책이 하루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우리나라의 성의식 실태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을 제정 1년을 맞아 발표한 여성특위의 성희롱 실태에 따르면 성희롱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여성은 30백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여성의 경우 30.5%에 달한다. 또 직장내 성희롱이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여성의 비율은 남성에 비해 3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나 남녀간 인식의 차이를 보여준다.
한국여성개발원의 '성의식과 여성에 대한 폭력 연구'에선 이러한 사실이 더욱 뚜렷이 나타난다. 남성들은 여전히 여성들의 '아니오'를 '예'로 받아들였으며, 가부장적인 성향의 남성들은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 이는 '성폭력은 여성의 책임' '성희롱은 여성의 과다노출로 인한 성적충동'이라는 남성중심적인 사고로 발전해 결국 성희롱을 정당화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성희롱은 유아에서 노인까지 전 연령에 걸쳐 일어나는 현상으로 계절이나 시간·노출정도와는 무관하다. 여성민우회의 '가족과 성 상담소' 관계자는 "우리 사회에는 성희롱이 강도나 살인 등과 같은 하나의 범죄임에도 가해자의 잘못보다 피해자의 잘못을 더 강조하는 이상한 풍토가 만연돼 있다"며 "상대의 의지나 의도를 무시한 채 자신의 욕구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인권침해이며 명백한 성폭력"이라고 지적했다.
▶ 사이버 성희롱
사이버 세계에서도 성희롱은 극성이다. PC통신 유니텔의 이용자 2천1백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이버 성폭력 의식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채팅을 하다 성적 메시지를 받은 응답자가 54.1%(1천35명), e-메일을 통해 음란물을 받은 응답자도 47.4%(9백7명)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 성희롱에 대처하는 방법
남성들 사이에선 성희롱을 친밀감의 표현이나 직장생활의 활력소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또 이에 대응하는 여성의 자세에도 문제는 있다.
여성특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성희롱 경험 여성 가운데 56.1%는 아무에게도 이의를 제의하지 않았으며 27.1%는 이의를 제기했으나 아무 조치가 없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성희롱은 피해자들에게 모욕감이나 수치감·위협을 느끼게 하고 때에 따라서는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불가능할 정도의 정신장애를 유발하는 범죄행위다.
거부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성희롱을 예방하는 첫 걸음이다.
성희롱 피해자는 여성특위의 남녀차별신고센터(02-3477-1076∼7)나 여성의 전화·가정법률상담소·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의 상담창구를 통해 구제 받는 길이 있다.
▶ 외국의 사례
미국에서도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성희롱 사건이 있었다. 일본 미쓰비시 자동차의 미국 현지법인은 1998년 일리노이주 소재 미국 미쓰비시 자동자 제조사(MMMA)의 여자종업원 성희롱 사건에서 70여명의 여종업원들에 약 3천4백만달러(약 4백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이는 성희롱 소송사상 가장 큰 액수이며 이 사건으로 미쓰비시의 미국사업은 급속히 침체에 빠졌다. 99년에는 미국 포드사의 시카고 공장에서 일하는 6명의 전·현직 여직원들이 "수시로 몸을 어루만지고 성적으로 희롱하는 호칭을 써왔다"는 이유로 문제직원들을 제소했다. 회사는 7백75만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해야 했다. 기업내 성희롱은 배상금 부담도 크지만 때론 회사의 명예를 송두리째 날리는 엄청난 파괴력을 갖기도 한다.
▶ 전문가 제안
10년 전 미군 병원에 근무할 당시 신병들에게 정기적으로 성교육을 실시함은 물론 성희롱을 한 장병에게 의무적으로 심리상담을 받도록 하는 것을 보고 언제 우리 군대에도 저런 제도가 도입될까 생각한 적이 있다. 최근 몇몇 불미스런 사건들이 불거져 나오면서 대학가·직장 등에서 성희롱에 대한 기준을 마련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성희롱뿐 아니라 모든 성범죄자들에게도 의무적으로 정신과적인 치료를 받도록 후속 조처가 따라주었으면 한다.
물론 각종 외설매체의 범람으로 과거보다 남성들이 성적자극을 강하게 받고, 매매춘의 창궐로 성희롱이 별다른 죄의식 업이 일상화된 점도 있다. 또 기존의 성교육이 주로 여성에 대한 정조만 강조해왔지 남자들이 자신의 성적 행동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 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던 점도 있다.
정신분석학적으로 볼 때 성희롱이란 성숙한 성적 활동을 하기 직전 청소년이나 유아들에게 볼 수 있는 미숙한 행동이다. 아이들은 성적 유희를 통해 자신과 상대의 몸에 대해 탐색하고 친밀감을 터득하게 되는데, 이런 유아적 행동을 성인남성들이 계속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들이 성적 혹은 감정적으로 미숙하다는 뜻이다. 술을 마시면 뇌의 조절능력이 억제되면서 정상 성인들도 퇴행현상을 보이기 때문에 술자리에서 성희롱은 더욱 빈발한다.
성희롱이라는 불미스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첫째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자신의 성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갖도록 교육해야 한다. 둘째, 성을 사고 파는 행위, 또는 권력과 우월적 지위로 여성을 도구화하는 행위를 근절해 나가야 한다. 남성들은 자신의 성행동을 한번쯤 뒤돌아보는 점검의 기회를 가져야 할 것이다.
▶ 지도층 성심리
성희롱을 일삼는 남성들의 심리 속엔 무엇이 깔려 있을까. 전문가들은 최근 갈등을 빚는 성희롱 문제를 개인의 탓으로만 돌리기엔 한국사회 특유의 사회구조적 배경이 짙게 깔려 있음을 지적했다.
성희롱의 가장 큰 사회적 배경은 유교주의에서 비롯된 뿌리깊은 남존여비 사상이다. 최근 서구식 남녀평등주의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지만 경제선진화에 비하면 아직도 길이 먼 편이다.
배꼽 아래의 일에 대해선 관대해야 한다는 동양적 사고방식도 깔려 있다.
영웅호색처럼 능력 있는 남성일수록 여성을 성적 노리개를 경시해도 된다는 풍조가 있다.
그러나 성희롱을 사회적 배경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성희롱이 근본적으로 개인의 문제임을 지적했다.
정신의학적으로 성희롱은 ▷관음증(觀淫症) 등 비정상적인 성행위로 쾌감을 찾는 성도착증 ▷죄책감 없이 자기중심적인 행위를 일삼는 반사회적 인격장애 ▷성욕을 조절하지 못하는 충동조절장애의 세 가지 범주로 분류된다. 또한 정신과의사의 상담치료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성희롱은 여성을 인격체로 배려하지 못하는 태도가 평소에 배인 습관이다. 게다가 어디까지가 성희롱에 해당되는지 마땅한 기준도 없다. 이런 점에서 많은 한국남성들이 성희롱 가해자의 대열에 끼게 될 개연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성희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법을 동원한 타율적 처벌이 긴요하다고 강조한다.
성희롱이 나쁘다는 도덕적 판단은 13세만 돼도 가능하며 성희롱을 범죄행위로 간주해 엄격한 법률적 제재를 가하는 것이 관습화된 성희롱을 뿌리뽑는 방안이다.
▶ 여성들이여 성희롱을 이렇게 대처합시다.
일단 성희롱이라고 판단되면 거부의사표현을 분명하게 한다.
일단 불쾌한 표정을 짓거나 속히 그 자리를 피한다. 그래도 알아차리지 못하면 그만둘 것을 집적 요구한다. 중지를 요구할 때는 차분하고 명확한 어투로 분명히 한다.
이후에도 종종 성희롱이 계속되면 가해자에게 편지를 쓴다. 편지에는 당시 상황을 6하 원칙(언제·어디서·누가·무엇을·어떻게·왜)에 따라 정확히 기록하고 당한 느낌도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이 편지는 나중에 사본을 남기거나 내용증명으로 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해자에게 본인의 의사를 전달하기 어려우면 주변사람들과 문제를 의논하고 공동으로 대응한다.
▶ 남성들이여 가해자로 오해 안 받으려면
눈부터 조심
·여성들에게 음흉한 눈길을 보내지 마라.
·여성의 신체 한곳을 뚫어지게 보지 마라.
·포르노나 음란출판물을 보려면 숨어서 혼자 봐라.
·쓸데없이 윙크나 눈웃음을 팔지 마라.
입도 벌려선 안될 말
·"보건(생리) 휴가를 가서 뭐하나"
·"어젯밤에 뭘 했어"
·"우와 가슴이 엄청 크네"
·"성관계는 자주 하나요"
·"엉덩이를 보니 애는 잘 낳겠군"
·"고마우면 몸으로 때워라"
해선 안될 육체적 행동
·칭찬하며 쓰다듬거나 치는 행위
·몸을 밀착해 귓속말하기
·술잔 등을 돌리면 의도적으로 여성이 마신 곳에 입대기
·가슴이나 엉덩이 등 특정부위 만지기
·상사란 이유만으로 안마나 애무를 강요하는 행동
·술자리에서 옆에 앉으라거나 술을 따를 것을 강요
·포옹을 하거나 뒤에서 껴안기
·웃옷을 들거나 옷을 벗어 자신의 신체를 고의적으로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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