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달라져도 '효' 변해선 안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1-06-14 오후 6:04:00
특별하고 독특한 것이 넘치는 세상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가정문제, 특히 외도라든가 고부갈등 같은 것은 별 화제가 되지 못하는 게 요즘의 세태다. 그러나 여전히 외도와 가정폭력은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으며, 고부갈등도 양상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요즘에는 처가와 갈등을 겪는 남성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상담소의 이혼통계 가운데 가장 많은 이혼 사유가 되는 6호사유(민법 제840조 6호)를 보면, 여성 내담자의 경우 명백하게 드러난 고부갈등은 4.1%이지만 여기에 시가와의 갈등(2.6%), 생활양식차이(0.9%), 혼수시비(0.2%), 마마보이(0.1%) 등을 합치면 8%에 이르는 내용들이 시가와 연결돼 있다. 여기서도 시어머니로 대표되는 시가와의 갈등관계가 부부갈등의 중요한 원인임을 확인하게 된다. 상담내용을 들어보면 '요즘도 이런 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딱한 것이 시어머니들의 태도와 폭언이다. '시집올 때 해 온 것이 뭐냐' '지참금을 왜 안 가져 왔느냐' '남자는 바람도 피울 수 있다' '무거운 짐은 네가 들어라' 심지어 직장생활을 하는 며느리에게 아침마다 과일주스를 만들어 아들과 자신에게 대령하도록 하는 것은 물론 커튼이나 이불 빨래도 세탁기를 쓰지 못하게 하는 시어머니와의 갈등으로 급기야 가출을 하고 만 여성도 본 적이 있다. 물론 한 편에는 부엌 근처에는 얼씬도 할 수 없게 한 까닭에 며느리가 외출한 뒤에는 점심도 걸러야 하는 시어머니도 있고, 가족과의 대화단절, 학대에 가까운 방임이나 며느리의 폭언을 호소하는 시어머니들도 있다. 최근 들어 며느리 대 시어머니의 구도로 나타나는 고부갈등 외에 시아버지 때문에 갈등하는 며느리, 장인-장모의 간섭을 못 견뎌 하는 사위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한두 자녀만 낳아 키우면서, 딸이나 아들 모두를 결혼까지 시킨 이후에도 그 자녀들의 생활에 끊임없이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부모들이 문제다. 딸에게도 아들과 같이, 아니 어떤 경우에는 그 이상 신경을 쓰는 경향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처가와의 갈등도 증가하고 있다. 이는 딸의 이혼 상담에 따라와서 당사자보다 적극적으로 이혼을 성사시키려 하는 친정부모들을 보면 실감이 난다. 성인이 된 뒤에도 자신들의 문제를 부모들에게 지나치게 의지하는 의존적인 자녀들도 문제다. 고부갈등문제는 시어머니들이 며느리를 자신의 아들을 빼앗아간 침입자로 간주하는 데서 출발한다. 시어머니들은 자신들의 과거 시집살이를 여과 없이 며느리에게 대물림하려 하나 요즘처럼 자의식이 확립된 며느리들은 그런 시어머니의 태도를 참아내지 않는다. 여기다가 노인문제에 대한 사회적 대책이 없이 이미 핵가족 문화가 뿌리내린 사회에 '효'라는 명분으로 노인문제를 가정에서 책임지도록 하고 있는 것 역시 근본적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혼인'에 대한 성숙한 의식도 아쉽다. 또한 부양 문제 때문에 일어나는 갈등의 경우 이를 개인적인 차원의 윤리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변화된 세상에 살고 있는 자녀들이 변화된 방법으로 '효도'할 수 있도록 사회적 여건을 마련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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