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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 봄에 한 경제연구소는 IMF 위기에 대한 보고서에서 "앞으로 경제성이 최우선 고려사항으로 부상, 합리적 소비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2000년 5월 들어 사람들이 지난 1년간의 어려움을 잊은 듯이 과소비풍조에 젖어드는 것 같아 사회적 우려를 낳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행동하는 것일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속이 비어 있으면서도 우쭐대고 과소비를 일삼는 것은 아직도 국민의식 속에 궁핍하게 살았던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굶주리면서 산 경험이 좀 형편이 나아지면서 한풀이식으로 소비하려는 마음을 만든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 젊은이들이 50년대나 60년대의 어려운 생활을 알 턱이 없지만 적어도 그의 부모들은 알고 있고, 또 그들의 생각과 행동이 어린세대에 어떤 모양으로든 전파돼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 게다.
물질적 가난에 시달린 과거의 경험도 작용하지만 한국인의 높은 권력욕구도 한몫을 한다고 불 수 있다. 우리는 대개 권력욕구를 「감투」와 연관시켜 생각하는데, 감투를 차지하는 것은 권력욕구가 나타나는 한가지 표현에 불과하다. 권력욕구는 전혀 서로 다른 많은 형태로 나타난다. 심리학적으로 권력욕구는 주로 네 가지 형태로 표면화한다. 첫째는 권력지향적인 독서를 하는 것, 둘째는 희귀품을 즐겨 소장하는 것, 셋째는 경쟁적인 스포츠를 즐기는 것, 넷째는 수많은 조직이나 클럽에 가입하는 것을 즐기는 것이다.
독서경향에서 권력욕이 높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 '플레이보이'지처럼 여자 나체사진을 실은 잡지나 스포츠 잡지를 선호하는데, 이것은 그런 책을 읽는 동안만은 자신이 여자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분수에 맞지 않게 과소비를 하는 것도 바로 자신이 '힘을 가졌다'는 짜릿한 맛을 즐기기 위함이다. 비록 뒤에 후회하는 일이 있어도 그 당장은 이 환상의 포로가 되고 만다. 우리는 흔히 신바람이 좋은 것이라고 말하는데, 신바람도 이런 권력욕구의 한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내가 통제력을 갖지 못하고 대상에 대해서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는 현상을 사회심리학적에서는 '통제착각'이라고 한다. 이런 경향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높은 권력욕구로 인해 이런 경향이 유별나게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한국인은 일이 안 되다가 잘 풀려 나가면 갑자기 신들린 듯이 행동하게 되는 경향을 보인다. 감투가 없던 사람이 작은 감투를 썼을 때도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그래서 기고만장하게 행동한다.
스포츠잡지에서는 경기에서 이기는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어 자신이 승리자 편에 서서 힘의 느낌을 맛볼 수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스포츠신문 같은 것이 그런 종류의 읽을거리다. 이런 부류의 신문이나 잡지가 인기를 끄는 것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높은 권력욕구로 설명될 수 있다.
권력욕구가 높은 사람들은 또 희귀한 물건을 사 모으고 이것들로 방을 장식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은 총기류나 무개승용차 컬러TV(70년대 이야기임) 등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것을 수집하고, 특이한 술잔 벽걸이 양탄자 골동품 가구 등으로 방을 장식하기를 좋아한다.
권력욕구가 높은 사람은 많은 수의 크레디트 카드를 소유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도 많은 크레디트 카드를 지니면 뽐낼 일이 될 뿐 아니라 그 카드로 호기있게 돈을 쓸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IMF한파로 크레디트 카드를 무절제하게 사용한 사람들이 빚으로 고생했지만, 크레디트 카드를 많이 소지하는 것 자체가 그들의 허영심을 만족시켰을 뿐만 아닐 실제로 이들 카드로 물건을 많이 샀던 것이다. 물론 자신이 경제적으로 힘있는 사람이라는 순간적인 느낌을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이다. 이렇게 우리나라 사람들이 허풍 떠는 버릇은 권력욕구에 닿아 있다.
여기서 권력욕구가 강한 사람이 많은 단체나 조직에 들어가는 경향은 특별한 설명이 필요없다. 감투가 좋아서 그렇게 한다고 복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런 조직이나 클럽에 들어가는 것은 그런대로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국제경쟁력을 키울 생각은 안하고 요란한 광고나 해대고 외형이나 부풀리는 풍토도 권력욕구의 탓으로 돌릴 수 있다. 그런 식으로 운영되는 기업이나 과소비 하는 시민이나 같은 심리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경제에서의 거품도 사실은 권력욕구의 표출결과로 볼 수 있다. 거품이 우리 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권력욕구도 한국인의 독점물은 아니다. 다만 한국인의 권력욕구가 다른 나라사람들에 비해 좀더 높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불거지는 과소비풍조를 전적으로 한국인의 성격 탓으로만 보아서는 안될 것이다. 있는 돈을 저축해서 이득을 낼 전망이 없고 그렇다고 투자할 곳도 없으니 사람들은 돈을 쓰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과소비가 아니라도 한국인이 허풍떨기를 좋아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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