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촌지, 뇌물 관행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1-06-14 오후 6:04:00
촌지 급행료 떡값 상납 뇌물 향응 등으로 대변되는 우리사회의 부정부패는 정말 뿌리 뽑을 수 없는 것일까. 정부는 2000년을 '부정부패 추방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집권자들은 너나없이 서정쇄신이니 부패척결이나 외쳐대며 '깨끗한 정부, 투명한 사회실현'을 약속한다. 그러나 집권초기의 매서운 칼바람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공염불(空念佛)이 되고 만다. 심지어 교육계에까지 만연된 '뒷돈문화'를 보면 한국에서 부정부패 척결은 불가능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된다. 이렇듯 부패의 연결고리는 견고하기만 하다. 대구지방법원은 지난해 학부모 2명으로부터 모두 15만원을 받은 대구시내 H초등학교 교사 전모씨에 대해 뇌물수수죄를 적용, 자격정지 1년 등 유죄를 선고했다. 교사들이 학부모로부터 받는 '촌지'에 대해 처음으로 사법적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교육계에서는 '촌지'는 '자그마한 뜻을 표시하는 선물'이란 뜻의 원래 의미가 사라지고 '직무와 대가관계가 있는 이익'으로 변질돼 버린 지 오래다. 각종 행정기관을 중심으로 한 공직 부패의 뿌리는 더욱 깊다. 국무조정실이 1999년 상반기 공직사회를 대상으로 실시한 감찰활동 평가에 따르면 금전관련 비리로 징계 받은 공직자는 741명으로 98년 같은 기간의 475명보다 56.8%나 늘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99년 전국 43개 건설사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공사 담당자 중 절반에 가까운 44.2%가 건축허가나 형질·용도변경 등 인·허가와 수주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부조리 취약 부서인 건축·세무·위생·교통·환경부문에 있어 토착비리는 여전해 이의 발본색원은 아득하기만 하다. 공직생활 26년째인 중앙 행정부처의 한 국장은 뒤탈이 나지 않을 정도의 돈만 받아서 쓴다고 고백한다. 뇌물을 받지 않으면 생활이 어려워지는 '생계형 소득'이 아닌 '품위유지비' 수준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자신의 뇌물수수 행위를 별 문제될 것이 없는 '관행' 또는 '마음의 정' 쯤으로 합리화한다. 뇌물중독증에 빠져 있는 것이다. 유흥업소 단속을 둘러싼 '먹이사슬'은 공직 부패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99년 서울 서초구의 모 단란주점 주인은 "구청 위생과 직원 8명이 단속을 미끼로 4년간 1300만원 어치의 공짜 술을 마셨다"는 탄원서를 구청장 앞으로 보내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온 적이 있다. 처벌이 보다 엄해진 만큼 유흥업소 업주가 관련공무원에게 건네는 뇌물액수도 그만큼 커졌을 것은 뻔하다. 처음부터 부패 공무원이 되겠다고 작심하는 공직자는 아무도 없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공직사회 전반에 만연된 부패구조에 길들여지는 것이다. 그래서 혼탁한 세상에서 개인이 아무리 독야청청(獨也靑靑)하려 해도 맑아질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무엇보다 고위공직자 및 정치인 비리를 전담하는 사정기관의 신설과 강력한 법 집행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부패인사가 공직에 복귀하는 행태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법'에 의한 치유책 만으론 한계가 있다. 따라서 공익을 위한 고발정신이 존중되는 사회 분위기 조성 등 종합처방이 함께 실시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1998년 서울고등법원은 "사회정의를 위해서는 회사의 기밀을 누설할 수 없다는 내부규정이 있더라도 이를 이유로 파면처분 할 수 없다"며 '내부 고발자'를 법적으로 처음 보호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제는 내부 고발자 보호를 위한 자율 규제 장치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부패척결은 조직 구성원의 사회정의 실현의지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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