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농정' 틀 빨리 깨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1-06-14 오후 6:04:00
◇ 부채문제는 어떻게 금리인하, 장기 분할상환, 연체이자 면제, 경영안정자금 추가지원과 같은 기존의 부채 대책들은 더 이상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농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금융거래의 책임회피 현상과 농정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을 키우는 등 역기능이 더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생산성 향상·개발·육성 위주로 돼 있는 대부분의 정책자금 예산을 앞으로는 대폭 줄이되 감축부분을 기존 부채의 상환능력을 높이는 데 돌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즉 정책자금을 무작정 지원하기보다는 일정 수준의 소득보장 및 생활안정에 돌리고 농수산업자 신용보증기금의 정부출연금을 늘려 연대보증 문제를 해소시켜주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농가의 평균 수익률과 실제 이자율 차이를 정부가 메워주는 이자보상지원제도와 정부가 '논농사 직불제'(벼농사를 짓는 농가는 무조건 일정 금액을 정부가 직접 지급)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일부 품목에서만 부분적으로 실시중인 농작물재해보험의 품목을 확대하면서 보험료를 정부가 대폭 보조하고 현재 배추·무·고추 등의 판매가격이 폭락할 경우 정부가 매입해주는 기준 가격을 최저생산비 수준에 근접하도록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간접적인 방안이지만 학비·생활자금 등 가계자금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결국 농가부채 경감혜택이 있다. 농촌지역 대학생에게 장학금 지원을 확대하고, 현재 예산부족·경제성 등의 이유로 줄어들고 있는 농촌의 교육·병원·문화·교통시설을 어느 정도 유지해 거주비용을 줄여줘야 한다. ◇ 종합자금제 확대해야 현재 각종 정책 금융들이 정부계획 아래 연도별 예산사업으로 이뤄지다 보니 막상 자금을 받을 무렵에는 필요성이 사라지고 사업효과가 떨어지는 단점이 발생한다. 각종 자금을 통합해 농민의 수요에 맞춰 적시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일선 금융기관에 심사권까지 갖는 '농업경영종합자금제'를 하루 빨리 확대 시행해야 한다. 현재는 축산업을 하려면 기계·농지구입·축사시설·기반시설·운영·사료생산자금 등을 각각 신청해야 하고 지급되는 시점도 제각각이다. 그러나 일본의 '슈퍼자금'처럼 종합자금제를 도입할 경우 명목을 세부적으로 나누지 않고 전체적인 사업계획서 한 장만으로 원하는 시점에 자금을 지원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금전용 감시나 사업성 평가 등의 문제는 어차피 행정기관보다는 일선 농협이 더욱 효과적이다. 농협이 직접 이해당사자가 되도록 권한과 책임을 함께 넘길 필요가 있다. 현재 농협이 독점하고 있는 정책자금의 운용을 앞으로는 우체국이나 지방은행에도 허용해 서로 서비스경쟁을 벌이도록 하고, 운용실적과 실수요자인 농민들의 평가에 따라 자금배정을 달리 하는 방안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 생산·가격조절 기능 농가부채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농산물의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폭락 문제다. 한 농가가 방울토마토를 온실재배해서 성공했다거나 배 농사로 돈을 벌었다면 인근 마을 주민들까지도 온실 짓고 과수원을 마련해 똑같은 작물 재배에 나선다. 이른바 '우 따라하기' 현상이다. 결국 선발주자를 제외한 대부분은 참담한 실패를 볼 뿐이다. 이에 대해 영농조합법인이나 작목반별로 위원회를 구성해 생산량을 스스로 조절하도록 하고, 이를 거는 농가는 농림부 장관이 심사 후 유통중지명령을 내릴 수 있는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해마다 어떤 품목의 생산량이 넘칠지 모자랄지를 조사해서 알려주는 '농업관측제도'의 기능도 대규모로 확충하고, 농산물 전자상거래를 통한 직거래를 활성화 해 현재 도시상인들이 차지하고 있는 유통수익의 상당부분을 농촌에 되돌리는 정책도 활성화해야 한다. ◇ 외국은 이렇다. 외국에서도 농민들의 시위는 자주 벌어진다. 주로 외국산 농산물 수입금지나 농산물 가격폭락 대책 요구가 농민들이 내거는 이유다. 우리처럼 "빚 때문에 못살겠다"는 시위는 흔치 않다. 미국의 경우 1980년대 미국 정보가 러시아로의 양곡수출을 중지시키면서 공급과잉으로 농지가격이 급락하고, 은행들이 앞다퉈 대출을 회수하면서 전체 농가의 4.2%가 파산하는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당시 미 행정부는 영농자금을 추가로 빌려주거나 세금으로 이자를 깎아주는 식의 직접지원은 별도로 하지 않았다. 대신 보조금 지급을 늘려 일정한 소득을 보장해주는 한편 연방신용법과 각 주의 파산법 등을 개정해 금융기관이 농가를 쉽게 파산시키지 못하도록 했다. 은행들은 농가와 개별 협상을 거쳐 부채상태·사업성·상환능력 등을 감안해 빚을 깎아주거나 상환을 연기시키고 회생불가능한 농가는 파산시켰다. 독일·프랑스 등 다른 유럽국가들도 미국의 부채대책과 큰 차이가 없다. 일본이 경우는 우리나라가 일본 농정을 주로 모방한 탓에 부채대책도 우리와 유사하다. 일본 정부는 우루과이라운드 타결 이후 농업금융의 금리인하, 정책자금의 장기상환은 물론 6년간 6천억엔의 경감자금을 어려운 농가에 직접 지원했다. 하지만 우리가 그저 돈만 빌려 준데 그친 반면 일본은 농협직원·공무원들로 '농가 경영관리지도단'을 구성, 농가별로 전임자를 배치해 ▶자산처분을 포함한 자구노력 지도 ▶대출조건완화를 위한 금융기관과의 대리 협상 ▶장부정리·회계 등 경영지도사업 등을 벌였다. 우리나라처럼 정책자금을 농업금융기관이 독점 운영하지도 않으며, 농민을 주로 상대하는 금융기관들이 농민들에게 적합한 금융상품들을 개발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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