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없인 특허도 빈껍데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1-06-14 오후 6:04:00
최근 들어 버스카드는 지하철에도 사용이 가능해졌다. 수년 동안 시민들이 수없이 민원을 제기해 교통카드로 통합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불편은 많다. 대구의 교통카드는 서울에서 무용지물이고 신용카드와 교통카드를 결합시켰다는 '하이브리드 카드'도 지방에서는 소용없다.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기업별로 '표준화'나 '국민들의 편의'는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의 편의에 따라 마구잡이로 만들어 낸 결과다. 수질 측정도 KS규격은 국제표준화기구(ISO) 기준에 맞춰1백28개 항목에 걸친 분석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정작 수질오염조사 때 KS 마크는 아무 효력이 없다. 환경부 고시에 따른 별도의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환경부의 수질오염공정법은 불과 51개 항목만 조사하도록 돼 있고 국제규격에도 미달한다는 사실이다. 표준화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통합노력이 부족한 것은 민간기업도 마찬가지다. 속옷의 경우 가슴둘레를 통해 '95, 100, 105...' 치수를 사용하고 양복의 경우 어깨너비·허리둘레·상체길이 등을 나타내는 '577, 688,...' 치수를 쓰지만 업체별로 그 크기가 서로 달라서 소비자를 헷갈리게 할 뿐 아니라 인터넷 쇼핑이나 TV홈쇼핑에도 장애가 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부분이 단지 조금 불편한 차원을 넘어서 국가적 예산낭비와 우리나라 제품의 국제경쟁력 감소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지금은 표준화의 단골 사례가 된 '서울지하철과 국철간의 서로 다른 전류방식'의 경우다 남태령 고개에서 객실 전등이 잠시 꺼지는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전동차 한 대 마다 교류를 직류로 바꿔주는 장치(1억5천만원 상당)를 추가로 설치함으로써 이미 수백억원의 예산을 낭비한 것이다. 국제무대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ISO는 "특허나 기술보다 표준이 국제경쟁에 더 큰 무기"임을 간파한 선진국에 의해 이미 선점된 상태다. 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은 ISO 산하 759개 기술위원회의 대부분에 가입해 있고 특히 결정권한을 가진 간사국으로 활동하고 있다. 1980년대 초 유럽과 연합해 국제 표준으로 채택된 마쓰시타의 VHS 방식 VCR가 기술적 우위에 있던 소니의 베타(β) 방식을 눌렀던 것이나,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4㎜ 캠코더가 국제표준화에 실패해 사장된 것은 ISO의 위력과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남북한 관계도 비슷한 처지다. 최근 복원공사 중인 경원선의 경우도 철로 비용보다 서로 다른 제어시스템과 연결장치를 통합하는데 더 큰비용이 예상된다. 컴퓨터 자판의 배열이나 철근의 길이·굵기도 다르고, 심지어 국어 사전의 가나다 순서에도 차이가 있다. 남북한간 표준화 협력이 빨리 이뤄지지 않을 경우 통일 비용 중 15%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표준환 비용은 날이 갈수록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다. 뒤늦게나마 정부가 범정부 차원에서 표준화 계획을 마련한 것은 다행이지만 아직 계획 단계인 만큼 빈틈없는 실행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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