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단말기는 달러먹는 하마?' 휴대폰 단말기가 수출효자 품목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부품의 상당부분을 수입에 의존,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가 휴대폰 단말기를 경상수지 악화의 요인으로 지목하고 국내 수요 억제를 위해 단말기 보조금 축소를 유도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휴대폰 단말기에 들어가는 부품 가운데 외국산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가격대비 40∼50% 가량. 단말기 평균가격이 대략 40만원선 임을 감안하면 1대를 생산할 때마다 16만∼20만원이 외국으로 흘러가는 셈이다. 99년의 경우 내수용으로 공급된 휴대폰 단말기는 1,377만대로 부품 수입 총액은 무려 2조, 2000억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99년 국내 단말기 제주업체들이 수출로 총 10억달러를 벌어들였지만 이중 4∼5억달러는 외국 업체의 호주머니로 들어간 셈이다. 부품 수입 의존도 자체도 높지만 더욱 큰 문제는 가격대비 비중이 높은 핵심 부품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에 해당하는 MSM(Mobile Station Modem)칩과 BBA(Baseband Analog Processing)칩은 전량 미국 퀄컴사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국내업체들은 퀄컴측이 이와 별도로 단말기 1대 당 판매 가격의 5.25%(수출의 경우 5.75%)에 달하는 기술특허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 99년 삼성전자 LG 정보통신 현대전자 등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퀄컴에 지급한 로열티는 3억5,000만 달러나 된다. 또 전체 가격대비 비중이 17%에 달하는 메모리칩의 경우도 주로 산요 후지쓰 등 일본제품을 수입해 쓰고 있으며, 단말기와 기지국간 신호 송·수신에 관련된 RF부품 역시 대부분 퀄컴 등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산요 등 일본서 전량 수입하거나 핵심부품을 들여와 쓰던 배터리를 99년부터 LG화학 등에서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국산화가 상당부분 진행된 점이다. 파나소닉 마쓰시타 등 주로 일본제품으로 충당해오던 LCD(액정표시장치)도 꾸준히 국산제품으로 대체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무선인터넷 단말기 생산이 늘면서 수입 의존도가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세계 무선인터넷용 소프트웨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 폰닷컴과 마이크로소프트에 라이센스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잖아도 단말기 부품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무선인터넷 소프트웨어 수입으로 또 다시 외화가 새나가고 있으므로 안정적인 부품 공급선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품 국산화에도 주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