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3년 전직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 가족의 저녁식사 자리. 식탁에 앉은 이는 로널드 레이건과 그의 딸 모린 레이건. 딸 모린은 언제나 아버지가 즐겨 화제로 떠올리던 한국전 영화 '전쟁 포로(Prisoner fo War)'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었다.
자신이 제작한 이 영화에 대해 평소에 누구보다도 이야깃거리가 많았던 레이건은 그날 따라 말이 없었다. 잠자코 모린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고 있던 레이건이 한참 후 마침내 입을 열었다. "얘야, 그 영화에 대한 기억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구나...." 그로부터 6개월 후인 1994년, 자신이 거주하고 있던 집이 마치 호텔처럼 낯설게 여겨진다는 병의 증세를 호소하던 레이건은 마침내 의사로부터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게 된다. 이후 레이건은 국민들 앞에서 자신이 마침내 "인생의 석양길"로 접어들었음을 공표한 뒤, 세상사람들의 이목으로부터 서서히 사라져갔다.
노인성 치매로 알려진 알츠하이머는 이처럼 고양이 걸음으로 안개같이 서서히 인생의 석양길을 덮쳐오기 시작한다. 물건을 어디 뒀는지 기억이 나지 않거나, 자식들의 이름이나 집 전화번호가 갑자기 생각나지 않고, 차를 몰로 가다가 집으로 가는 길이 생각나지 않아 길거리에서 당황한다. 안개가 짙게 깔리기 시작하면 짙은 어둠으로 변하면, 남은 것은 결국 죽음뿐이다.
독일의 정신의학자 알로이스 알츠하이머가 처음 이 증상을 식별해내고 알츠하이머병이라고 명명한 것은 1906년. 당시만 해도 미국인의 평균 수명은 현재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47세였으므로, 이 병은 그만큼 희귀한 병이었다. 그러나 이후 의학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77세로 늘어남에 따라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75∼84세 사이의 노인 5명중 1명 꼴로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으며, 85세 이상의 경우 과반수가 이병을 앓고 있다.
병의 원인과 예방 치료법이 잘 알려져 있는 심장병과는 달리 알츠하이머병은 아직까지 그 확실한 예방책과 치료법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15년간 이 병에 관한 의학연구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듭해 왔으며, 최근 들어 알츠하이머가 어떻게 뇌 기능을 손상시키는지에 대한 몇가지 결정적인 단서들이 발견됨으로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알츠하이머를 앓다가 사망한 이들의 부검결과, 이들 두뇌에는 '플랙'이라는 찐득찐득한 물질과 단백질 섬유가 함유된 신경세포들이 잔뜩 엉킨 채 쌓여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최근 의학계에서는 이들의 정체와 생성과정을 밝혀 냄으로서 알츠하이머 치료에 한걸음 성큼 다가가게 된 것이다.
먼저 알츠하어머의 발병 원인은 베타 유전분체(A-beta)라는 단백질의 엉킴과 관련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건강한 신경세포들은 정상적인 단백질 유전분체인 APP를 생산한다. 세포사이를 돌아다니는 이 APP는 알파, 감마, 베타등 세 가지 효소에 의해 보다 짧은 세포로 쪼개지게 된다. 이 중 베타와 감마 효소는 상호 작용을 통해 A-beta라는 짧고 끈적끈적한 단백질 유전분체를 만들어 내는데, 이 A-beta가 두뇌 속에서 생성되는 것은 정상적인 현상이다.
건강한 일반인의 경우 이 A-beta는 세포에서 떨어져 나감과 동시에 용해되는 반면, 알츠하이머에 걸린 이들의 경우에는 끈적끈적한 불용해체로 변해 사라지지 않고 덩어리로 엉키게 된다. 엉킨 덩어리는 건강한 뇌 세포들을 죽이거나 염증을 유발시킴으로서 뇌의 기능을 상실케 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