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신문이나 방송에 워크아웃이란 말이 자주 나온다. 기업과 관련한 말 같은데 바로 머리에 들어오지는 않는게 사실이다. 먼저 영어로 워크아웃을 어떻게 쓸까? walk out이란 단어가 먼저 떠오를지 모른다. 기업이 더 이상 경제계에 남아있지 말고 떠나라는 의미, 한마디로 '퇴출'(退出·물러나서 나감)이니 맞는 것 같다. 그러나 정답은 workout이다. 영한사전을 보면 '연습', '검정', '시험'의 뜻만 나와 있답니다. 그러나 비만 또는 허약한 체질의 사람이 에어로빅 등 운동으로 군살을 빼거나 몸매를 가꾸는 것, 즉 체질을 바꾸는 것도 워크아웃이라고 한다. 경제에서 사용하는 용어는 여기에서 빌려온 것이다. 지금사정이 좋지 않은 기업이 불필요한 사업을 포기해 군살을 빼고 돈을 빌려준 은행 등 금융기관은 이 회사를 잘 관리·감독해 건강한 기업으로 되살리자는 것이다. 기업의 체질을 좋게 바꾸는 작업, 줄여서 '기업개선작업'이라고 한다. 휘청거리는 기업에 자금을 긴급 수혈하는 등 응급실 역할을 하는 이 제도는 1998년 7월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서 우리나라에서 첫선을 보였다. 왜 이 제도가 필요할까? 사업하다 보면 돈벌이가 잘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많다. 제품이 팔리지 않아 금고는 비어있는데 은행·보험·종금사 등에서는 빌려간 돈과 이자를 갚으라고 아우성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부도가 날 수 있는 상황이다. 기술이 뛰어나고 신용있는 기업이라면 이 순간만 넘기면 다시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는데 얼마나 안타까울까? 이때 기업은 빚을 가장 많이 진 단골은행(이를 주관은행 또는 주채권은행)에 도와달라고 요청을 한다.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것이다. 주관은행은 사정을 들어보고 도와줄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이 회사에 돈을 빌려준 모든 금융기관에 회의를 하자고 급히 연락한다. 1차 회의는 통보한 뒤 열흘 안에 열린다. 회의통보를 받은 금융기관은 신사협정에 따라 해당기업에 당분간 빚을 갚으라는 독촉을 하지 않는다. 이 신사협정은 기업구조조정협약이라고 하는데 은행·보험·증권·투자신탁·종금사 등 1백77개 금융기관이 가입했다. 금융기관들은 토론을 벌여 문제의 기업을 워크아웃 대상으로 선정할지 아니면 퇴출시킬지 결정한다. 워크아웃 기업으로 선정되면 회사를 살리기 위한 '치료'가 시작된다. 먼저 회계법인이나 컨설팅회사 등 전문가들이 기업의 상태를 석달 동안 속속들이 '진단'하는데 이를 실사(實査)라고 한다. 감당할 수 있는 대출금은 어느 정도인지, 사업 전망이 좋은지, 도와주면 회생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주로 체크한다. 실사가 끝나면 금융기관들은 2차 회의를 갖고 회생방안을 결정한다. 한편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종업원과 씀씀이를 줄이고 돈벌이가 되지 않는 회사를 팔겠다는 감량·단식 의지를 약속한다. 기업주는 자신의 재산을 내놓거나(사재출연), 경영을 제대로 못한 경영진은 책임지고 물러나기도 한다. 종업원들도 회사가 망하면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하기 때문에 임금의 일부를 반납하겠다고 나서기도 한다. 이런 것들을 자구(自救·스스로 구함)노력이라고 한다. 금융기관과 기업은 금융기관이 도와줄 내용과 회사의 자구노력을 담은 기업개선약정(MOU)이라는 계약을 하고 본격적인 치료를 시작한다. 금융기관은 부족한 자금을 추가로 빌려주고 이자와 원금을 깎아주거나 갚을 시점을 늦춰주기도 한다. 회사가 갚아야할 돈 대신 주식을 받기도 한다. 왜 이런 혜택을 베풀까? 간단히 말하면 금융기관에도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자금사정이 어렵다고 유망한 기업을 곧 바로 부도처리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회사 재산을 다 팔더라도 빚이 더 많아 금융기관은 원금도 받지 못할 수 있다. 당장은 손해가 있더라도 기업이 회생하면 빚의 상당 부분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지원하는 것이다. 기업주 입장에서는 자신이 키운 회사를 살릴 수 있고 종업원은 직장을 계속 다닐 수 있으니 누이좋고 매부좋은 격이된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한편으로는 치욕이다.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이 관리자를 파견해 회사가 자금을 제대로 사용하는지 점검한다. 이를테면 '신탁통치'를 하는 것이다. 워크아웃 기간은 보통 3∼5년이지만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기업의 자금상태가 좋아져 자력으로 일어설 수 있거나 금융기관에 빌린 돈을 모두 갚으면 조기졸업도 가능하다. 응급실에서 퇴원해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다. 반대로 더 이상 도와줘도 살아날 가능성이 없다고 금융기관들이 판단하면 치료를 중단하고 기업은 간판을 내려야 한다. 워크아웃은 금융기관·기업주·종업원 등에게 모두 이익이 되는 좋은 제도라고 했지만 허점도 있다. 우선 지금까지 말한 금융기관에 외국 금융기관, 상호신용금고, 파이낸스사 등이 들어가지 않다. 기업을 살리기 위한 금융기관의 합의사항을 따르지 않아도 이들에게는 강제로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워크아웃의 효과는 떨어진다. 때로는 경영자나 기업주가 워크아웃의 참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흥청망청하면서 회사운영을 제대로 하지 않아 손가락질 받는 경우도 있다. 기업개선작업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그때가지 금융기관이 쏟아 부은 자금과 노력은 모두 헛수고가 되고 피해규모는 더 커지게 된다. ▲법정관리 워크아웃과 마찬가지로 기업을 회생시키는 방안으로 법정관리와 화의가 있다. 법정관리(法定管理)는 기업이 도저히 회사를 살리기 어려울 만큼 빚이 많을 때 법원에서 지정한 제 3자(법정관리인)가 자금과 기업활동 전반을 관리하는 것이다. 부도 위기에 몰린 기업을 파산시키는 것보다 살려내는 것이 국가적으로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법정관리를 신청할 때 기업은 빚(채무)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을 받기 위해 재산보전처분을 동시에 신청하기 때문에 돈을 빌려준 사람(채권자) 입장에서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법원은 신청 후 석달 정도의 시간을 갖고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법정관리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그 기업은 법정관리인에 의해 회생작업이 시작되고, 기각되면 파산 절차를 밟게 된다. ▲화의 화의(和議)는 법원의 중재 아래 기업이 채권자들에게 빚을 어떤 방법으로 갚겠다고 서로 약속함으로써 파산을 피하는 제도이다. 화의신청이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법원은 법정관리처럼 재산보전처분 결정을 내려 부도를 막아준다. 그러나 법정관리 달리 기업경영에 전혀 개입하지 않고, 지금까지의 경영자가 계속 회사를 맡아 운영하는 것이 다른 점이다. 워크아웃은 이들 두 제도와 달리 법원이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금융기관과 기업의 계약에 의해 진행되기 때문에 강제력도 약하다. 워크아웃이 금융기관에만 적용되는 데 비해 법정관리와 화의제도는 금융기관을 포함해서 개인, 기업 등 모든 채권자에게 적용되는 것도 차이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