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열린 경제'를 해야 하나?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1-06-14 오후 6:04:00
'지구촌 경제'라는 말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 기업 중 다른 나라에 공장이나 회사를 갖고 있는 곳이 많다. 이 기업들은 '세계 1등 제품을 만들겠다'며 각오가 대단하다. 그런가 하면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마음대로 건물이나 땅을 사들일 수도 있다. 미국 돈으로 계산하는 우리나라 돈값(환율)도 수시로 변한다. 물건을 만들어 파고 사는데 나라간 울타리가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바로 이런 것을 두고 '열린 경제(개방경제)'라고 한다.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상품을 다른 나라에 팔고 사오는데 여러 가지로 불편한 게 많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것을 '닫힌 경제'라고 불렀다. 얼마 전 정치인들이 바로 이 문제를 놓고 입씨름을 벌였다. 한쪽에서 '외국 투자자들이 우리 경제의 단물을 빼먹고 있다'고 주장하자 다른 쪽에서 '외국인 투자는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된다'며 맞섰다. 바로 이 '열린 경제'를 놓고 벌어진 다툼이다. 넓은 농토를 가진 미국과, 임금이 싸고 기술이 뛰어난 독일 있다고 하자. 미국은 기계를 만드는데 1백원이 들고, 밀은 50원에 재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독일은 정반대로 밀농사는 1백원이 들고 기계는 50원에 만들 수 있다고 하자. 미국과 독일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미국은 5원 어치의 밀을 독일에 팔고 그만큼 기계를 수입하는 게 이익이다. 그러면 미국으로선 수출과 수입, 즉 무역을 통해 자기 나라에서는 1백원이 들어가는 기계를 50원에 살 수 있어 50원의 이익이 생긴다. 독일도 1백원이 들어가는 밀을 미국에서 50원에 들여올 수 있어 역시 50원을 남길 수 있다. 두 나라가 각각 상대국보다 더 싸게 만들 수 있는 물건을 생산해 서로 바꿈으로써 양쪽 모두 이익이라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멀리 떨어진 나라와 물건을 사고 파는 무역을 한다. 어떤 나라는 노동력이 풍부해 품삯이 싸고, 어떤 나라는 기술이 뛰어나고, 여러 가지 천연자원이 매장되어 있는 나라도 있다. 원유가 많은 중동국가는 원유를 수출하고, 인구가 많고 임금이 싼 중국과 인도는 옷이나 신발 같은 상품을 만들어 수출한다. 또 유럽과 일본 등 돈이 많은 나라는 큰돈이 들어가는 공장과 설비를 이용해 자동차를 만들어 내다 팔고, 대신 원유와 의류·신발을 수입하는 것이다. 무역이 이처럼 자기 나라의 장점을 살린 상품을 사고 팔면서 이익을 얻는 것이다. 그 덕분에 지난 1백년동안 세계의 무역은 빠른 속도로 크게 늘어났다. 무역규모가 커지면 소비자들도 대부분 혜택을 본다. 국내 기업이 외국기업과 경쟁하면서 더 좋은 제품을 싸게 팔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나라와의 거래가 항상 그 나라에 도움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수입품이 질이 좋고 가격도 싸 인기를 얻으면 경쟁 상품을 만들어 국내기업은 망하고 여기서 일하던 사람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이 물건을 수입한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은 더 어렵게 된다. 덤핑(Dumping)이란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상품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생산비용)보다 더 싼값에 수출하는 것을 말한다. 덤핑을 하는 기업도 손해를 볼리는 없다. 싸게 수출하면서 생기는 손해를 메우기 위해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비싼 값에 물건을 팔게 된다. 기업이 다른 나라와 거래하다 보면 덩치가 갈수록 커진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회사는 미국의 GM(제너럴 모터스)이다. 이 회사로선 1만대의 자동차를 만드는 것보다 1백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이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비용이 적게 들어간다. 생산량(규모)이 많을수록 상품 하나에 들어가는 비용이 줄어드는 현상을 '규모의 경제'라고 한다. GM은 더 큰 이익을 내기 위해 자동차 생산을 더 많이 하고, 덩달아 수출도 늘어나게 된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한 기업들은 살아남기 힘들어지고 그 결과 몇 개의 덩치 큰 기업들만 세계 시장을 주무르게 된다. 그렇다고 무역이 계속 늘어나기만 할까? 물론 줄어든 때도 있었다. 시계를 1930년으로 돌려보자. 당시 미국의 정치인들은 농산물이 많이 수입되는 바람에 자꾸만 떨어지는 미국의 농산물 가격을 걱정했다. 그래서 수입 농산물에 붙는 세금을 올리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관세(수입품에 매기는 세금)를 비싸게 하면 수입 농산물의 가격이 올라 자연이 미국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이 더 많이 팔릴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결과는 전혀 엉뚱하게 나타났다. 캐나다·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호주도 덩달아서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올렸기 때문이다. 이들 나라 정치인들도 미국을 본떠 자기 농민을 보호한다며 관세를 높였다. 이처럼 서로 관세를 올려 다른 나라의 상품이 수입되는 것을 억제하는 것을 '보호무역주의'라고 부른다. 바로 이 보호무역주의의 결과는 어땠을까? 갑자기 전 세계의 무역량이 줄어들었다. 관세가 높아져 가격이 올라가는 바람에 외국제품이 잘 팔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농민들은 결구 더 큰 고통을 받았다. 수출이 안돼 미국 농산물 가격은 더 떨어졌고, 논과 밭에서는 채소들이 버려진 채 썩어들어 갔다. 이익이 남지 않을 것 같아 농민들이 아예 수확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관세를 올린 다른 나라 농민들도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었다. 열린 경제에서 이처럼 자기만 아는 엉뚱한 정책은 화(禍)를 부른다. 다행히 인류는 이런 실패에서 지혜를 배운다. 1930년대의 아픈 경험 때문에 1980년대와 1997년에 닥쳐온 두차례의 위기를 무난히 넘겼다. 1987년 10월 미국에서 주식 가격이 갑자기 뚝 떨어졌을 때, 선진국들이 서로 힘을 합쳐 미국 경제를 돕겠다고 약속해 위기에서 벗어났다. 1997·98년 우리나라 경제가 위기에 빠졌을 때도 국제통화기금(IMF)이 큰돈을 빌려주었고, 미국은 금리를 내리고 수입을 늘여 우리나라가 급한 불을 끄는데 도와주었다. 열린 경제에서는 이웃 나라가 잘못되면 자기 나라에도 피해가 온다는 역사적 경험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수출을 늘인 덕분에 다른 나라보다 빨리 경제위기에서 벗어났다. 이처럼 열린 경제는 이익을 가져주지만 위험도 그만큼 높다. 수시로 변하는 환율을 틈타 외국의 투기꾼들이 설치고, 기업들도 세계적인 업체들과 경쟁을 해야 하므로 힘이 들수 밖에 없다. 또 판단을 잘못해 필요없는 곳에 투자하거나 전망이 없는 기업에 돈을 빌려주었다가는 하루아침에 망할 수도 있다. 외국 기업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이죠. 그렇게 되면 실업자가 늘어나고, 금융기관과 기업이 외국에 헐값에 팔려나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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