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금융이 뭐예요 - 은행 일에 정부가 입김을 넣는 거죠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1-06-14 오후 6:04:00
요즘 신문을 읽다보면 '관치(官治) 금융'이라는 말이 자주 눈에 들어오지요. 관치라는 한자어는 정부가 다스린다는 뜻이니까 관치금융은 '정부가 금융을 다스린다'는 쯤의 뜻일 텐데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린지 궁금한 사람들이 많았을 거예요. 자, 그럼 최근 신문에 많이 나오는 국민은행 사태를 통해 그 뜻을 한번 짐작해볼까요? "한나라당 이한구 선대위 정책위원장은 '국민은행장 선임과 관련해 외국계 주주와 노동조합이 관치금융이라며 반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민주당 김원길 선대위 정책 위원장은 '국민은행장 선출에 정부압력이나 관권 개입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며칠 전에 나온 기사의 내용입니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국민은행의 새로운 은행장을 뽑는데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목소리를 높인 반면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가 개입한 적이 전혀 없다고 부인한다는 내용이지요. 이 기사에선 은행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은행장을 은행이 자율적으로 뽑지 못하고 정부가 이런 저런 사람을 뽑으라고 압력을 가하는 것을 '관치금융'이라고 일컫고 있습니다. 이제 관치금융이 어떤 말인지 조금은 감이 잡히나요? 학교에서 반장 선거를 한다고 가정해봅시다. 학생들이 스스로 투표를 통해 대표를 뽑는다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요. 그런데 만약 선생님께서 A군을 반장으로 지명하거나 아니면 학생들에게 A군을 뽑으라고 은근히 강요한다면 어떨까요?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뽑은 반장이 꼭 반을 잘 이끌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반 학생들은 스스로 뽑은 반장이니 만큼 지시에 잘 따르겠지요. 그리고 설사 지시에 다른 결과가 잘못 되더라도 본인들의 선택에 대해 기꺼이 책임을 질 수밖에 없어요. 만약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뽑은 반장이 일을 잘 못할 경우는 사정이 전혀 달라질 것입니다. 학생들은 반장이 하는 일이 달갑지 않을 것이고 혹 일이 잘 안되면 "우리는 아무 잘못 없어. 반장과 선생님의 책임이야"라고 남의 탓을 하게 될 거예요. 관치금융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많은 은행들은 외환 위기를 맞아 줄줄이 망할 위기에 놓이자 정부를 탓하기에 바빴습니다. 은행들이 부실해진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관치금융 때문이라는 것이죠. 과거 우리나라는 정부가 나서서 기업을 키우고 수출도 늘리고 하다보니 은행에 이런저런 지시를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바로 관치금융이죠. 은행들은 피치 못하게 정부의 지시에 따라 돈을 떼일 것이 뻔한 부실기업에 돈을 빌려주기도 했어요. 그런데 외환 위기로 이들 부실기업이 빌린 돈을 갚지 못할 처지에 놓이자 은행들도 덩덜아 부실해진 것입니다. 하는 수없이 정부는 막대한 국민의 세금을 들여 은행들을 도와주게 됐어요. 안 그랬다간 은행이 망하고 그 은행에 돈을 예금한 고객들까지 엄청난 피해를 보게되니까요. 이같은 외환위기를 통해 관치금융의 결과를 뼈아프게 겪은 은행과 정부 양측은 자율경영을 대내외에 약속하고 나섰습니다. 정부가 은행의 경영이나 대출 결정에 간섭하지 낳는 대신 은행은 그 결과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최근의 신문에도 여전히 관치금융 운운하는 기사들이 많이 나오는 걸 보면 정부나 은행 모두 아직까지는 완전하게 달라지지 못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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