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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진통을 겪고 있는 의약분업은 그러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생활속에 자리잡아온 제도다.시민들은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받는 관습에 익숙해져 있으며, 선진화된 전산시스템은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기까지 의약품 유통의 투명성을 보장,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의 의약분업 실태를 살펴본다.
국내에서 발행된 해외여행 안내책자들은 미주나 유럽지역을 여행하려는 사람들이 사전에 챙겨야 할 필수품에 ‘상비약’을 포함시켜 놓고 있다.이 지역을 여행하다 병에 걸리면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 약을 사야 하니 국내에서 미리 준비해 가라는 뜻이다.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 제도에 대한 인식은 이처럼 여전히 불편하고 번거로운 제도, 국민에게 경제적 부담을 안겨주는 제도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의약분업이 하나의 생활관습으로 자리잡은 유럽국가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 제도가 생활속에 정착될 경우 별로 불편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의약품 유통의 합리화를 촉진함으로써 장기적으로 국민건강 향상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서독의 경우 손님은 모두 의사로부터 발급받은 처방전을 들고 온다.약사들은 처방전에 기입된 약품을 진열대에서 찾아 환자에게 건네고, 모든 약품에는 바코드가 부착돼 있어 어떤 약품이 언제 어떤 환자에게 건네졌는지가 의료보험관리공단으로 실시간 통보된다.
이런 환경에서는 약사의 ‘임의조제’ 또는 ‘대체조제’ 역시 거의 논란거리가 되지 못한다.의사가 처방전에 특정 약품을 명시하면 약사는 무조건 처방전을 따라야 한다. 의사가 특정 약품명을 명시하지 않을 경우 약효가 같은 약품으로 교체할 수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아주 드물다.
상황은 프랑스도 마찬가지이다.모든 의약품 거래가 출고부터 유통, 소비에 이르기까지 잘 정비된 전산시스템에 의해 투명하게 드러나고 있다.약사들이 의사 처방 없이 약을 조제하는 행위가 문제되지 않는다.의사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약은 어느 약국에서나 가격이 동일하고, 약사의 ‘조제료’라는 것이 따로 없기 때문에 조제에 따른 실익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개정된 약사법에 따라 의사가 처방한 약을 고객의 동의 아래 약효 동등성이 확보된 값싼 약으로 대체할 수는 있지만, 이 경우 대체할 수 있는 약의 범위와 가격이 미리 당국이 배포한 책자에 명시돼 있기 때문에, 약사들로서는 굳이 특정 회사의 약품을 손님들에게 권할 이유가 없다.
시민들 입장에서 볼 때도 의사로부터 처방전을 발급받은 약은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처방없이 사먹을 수 있는 약은 자신이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의사의 진료와 처방을 받은 뒤 약을 사먹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
독일과 프랑스는 이처럼 선진적 의료보험 제도와 의약품 유통시스템을 갖춤으로써 ‘임의조제’나 ‘대체조제’ 같은 소모적 논쟁을 불필요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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