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 한걸음 ‘행복은 천걸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9-11-19 오전 11:33:00
“바람이 강해도 사납진 않네요, 서울처럼은.”

제주 올레길 9코스가 시작되는 대평포구를 걷던 소설가 박범신씨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길을 따르던 스
무 명의 사람들도 고개를 들어 새삼 바람을 느껴본다.

지난 12일 ‘제주올레 녹색문학투어’를 떠나온 사람들은 올레길의 품안에 이미 빠진 듯하다. ‘그냥 해
안 길 아닌가’라는 생각은 금세 접었다. 올레길은 변화무쌍한 길이다. 심심할 새가 없다. 대평포구 끝
에 난 오솔길로 접어들자 순식간에 바다는 사라지고 숲이 사람들을 감쌌다. 한 사람이 겨우 걸어갈 만
큼 작은 길 위에선 젖은 낙엽 냄새가 폴폴 올라온다.

가파른 숲길을 20분 정도 걸었을까. 숨이 찰 때쯤 갑자기 눈앞에 들판이 펼쳐지자 사람들이 감탄사를 내
뱉는다. 방목장으로 쓰였다는 이곳은 아찔한 절벽이다. 저 멀리 마라도와 가파도까지 보인다.

걷기를 좋아해 히말라야를 15번이나 다녀온 박범신씨는 처음 걸은 올레길에 “마음이 청명해진다”고 했
다. 그는 “킬리만자로나 티베트처럼 그동안 가파르거나 아슬아슬한 길만 걸었는데, 그에 비해 올레는
편안하고 아름다운 길”이라고 말했다.

내친김에 제주 사람들만이 안다는 하례 원시림 속으로 들어갔다. 제주 날씨는 금세 달라져 이날 계곡길
을 걸을 땐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비옷을 걸치고 빗소리가 떨어지는 소릴 들으며 걸으니, 그것도 새롭
다.

지난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뒤 올레길 마니아가 된 ‘문학사랑’의 김용욱 실장은 “궂은 날
에 걷는 재미가 따로 있다”며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올레는 다른 속살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우리는 ‘올레교’ 광신도들!”이라고 소개하는 이들은 지친 기색도 없이 싱글벙글이다. ‘녹색문학투
어’ 1∼3차 행사에 모두 참여한 이들만 무려 네 명이다. 이 중 이소영씨는 “제주도 걷기는 행복”이란
다. 지난 4월 이후 네 차례에 걸쳐 1∼2주씩 올레 코스를 걷고 있다. 그는 “자연 속으로 걸어 들어가
는 듯한 느낌은 자동차 여행으로는 알지 못했던 것”이라며 웃었다.

진에어에선 다음달 10∼12일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제주올레 녹색문학투어’를 떠난다. 올레 코스 중
11∼13코스를 걷는다. 엄홍길씨와 참가자들이 함께하는 대화의 시간도 마련된다. 문의:www.jinair.com


[출처] Me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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