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밥통’ 깨지고…강의평가 공개까지…교수들, 새학기부터 ‘죽을 맛’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8-03-15 오전 10:25:00
동국대가 지난달 교수 강의평가 자료를 전격 공개하면서 서울시내 주요 대학 총학생회가 잇따라 대학 측
에 강의평가 자료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학생들은 공개되지 않는 강의 평가는 하나마나라는 이유를
들어 대학 측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교수들은 평가자료를 공개하면 학생들의 눈치를 보는 수업으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며 반발해 새학기부터 대학가가 뒤숭숭한 분위기다.

14일 서울 주요 대학 총학생회에 따르면, 서강대 총학생회는 중앙운영위원회 회의를 거쳐 지난 10일 학
교 측에 공식적으로 전체 수업에 대한 교수 강의평가 자료 공개를 요구했다. 한양대 총학생회도 대학 측
에 강의평가 공개를 요청하기 위해 내부 논의 중이다. 연세대와 성균관대 등 다른 대학 총학생회도 중앙
운영위원회에서 강의평가 공개를 정식 안건으로 삼고 이를 본격 논의하고 있다.

서울 주요 대학들은 그동안 학기 말에 학생들이 강의내용을 평가하는 제도를 대부분 운용하고 있지만 평
가 자료는 학생들이나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교수 당사자에게만 통보해왔다.

권중도 한양대 총학생회장은 “공개되지 않는 강의평가는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하고 “강의평가 자료
가 공개되면 학생들은 수업 선택권을 보장받을 수 있고 교수들도 이를 통해 수업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학 측은 학생들의 요구가 거세지자 동국대처럼 평가 자료를 전면 공개하는 것은 어렵지만 일단 교수
심사 기준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건국대는 지난 7일 2007학년도 2학기 강의평가 결과에서 상위 20%에 포함된 교수 185명에게 특별 상여
금 150만원씩을 지급했다. ‘채찍’ 보다는 ‘당근’을 선택한 것이다. 동국대도 강의평가 결과를 교수
성과급 지급과 연계시킨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대학 측의 이같은 방침과 학생들의 요구에 교수들은 당황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강의평가가 공개
되면 학문을 가르치기 보다는 교수가 단순한 ‘피평가자’ 신세로 전락해 학생들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며 매우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서강대 A교수는 “개강하고 강의실에 들어갔는데 ‘학생’이 아니라 ‘고객’이 앉아 있는 느낌이 들었
다”며 “필요에 따라 학생들을 다그치는 등 공격적으로 강의를 해야 하는데 감시받는 기분이 들어 그러
지도 못 할 것 같다”고 하소연 했다. 동국대 B교수는 “교수와 학생의 관계가 쌍방 간에 점수로 맺어지
면 열린 마음으로 학문적 소통을 할 수 없게 된다”며 “단순히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제논리로 만나는
관계가 아닌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양대 C 교수는 “수업의 질적 향상보다 학생들의 입맛에 맞는 수
업으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고 “매번 강의 때마다 학생들에게 공개 심사를 받는 기분”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김정필·유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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