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식도 ‘쇼를 하라’…자전거 선물·문화공연·교사들이 교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8-03-04 오전 9:20:00
나라의 발전과 민족의 영광이 어쩌고저쩌고 하며 장황하게 이어지는 교장이나 총장의 훈화, 배배 꼬이
는 몸을 애서 지탱하며 질서정연하게 줄지어 선 학생들. 10여년 전만 해도 이즈음의 각급 학교 입학식에
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러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 그 사이 입학식 풍경도 예전과
사뭇 달라졌다. 근엄과 권위는 사라지고, 그 자리를 재미와 개성이 메웠다.

3일 낮 12시께부터 덕성여대 정문 앞에는 교수와 재학생들이 모여들었다. 입학식에 참석하는 새내기들
을 온몸으로 환영하기 위해서다. ‘점프 투게더, 도약의 입학식’이란 제목까지 내건 이날 입학식에서
지은희 총장을 비롯한 교수진과 대학 선배들은 ‘프리허그(Free Hug:원하면 조건 없이 안아주기)’로 신
입생을 맞았다.

또 신입생들은 교정에 걸린 현수막에 저마다의 목표를 적으며 각오를 다졌고, 학교 측은 이를 4년 후 졸
업식 때 개봉하기 위해 도서관 앞 ‘타임 캡슐’에 담았다. ‘준사회인’으로 첫발을 내딛는 새내기들
은 환경과 문화재 보호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의 서명을 이경률 환경실천연합회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한국외국어대는 대학 이름에 걸맞게 ‘영어 입학식’을 열었다. 이날 오전 서울캠퍼스 노천극장에서 열
린 입학식에서 사회자 진행과 입학허가선언, 신입생 선서, 총장 축사 등 전 과정이 영어로 진행된 것.
‘영어가 짧은’ 학부모들을 위해서는 영어와 우리말이 적힌 안내장을 제공하고 주요 대목을 우리말로
통역했다.

한양대는 흥겨운 축제를 벌였다. 입학식 전 30여분 동안 한국전통음악을 현대화한 퓨전국악그룹 ‘동
화’의 공연과 함께 퓨전 타악그룹 ‘잼스틱’이 클래식과 재즈 등을 타악과 접목해 흥겨운 리듬을 선
사, 학부모와 신입생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대전대는 근엄하신 총장님과 부총장님이 앞치마를 두른 채 신입생들을 반겼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1시
간 가까이 진행된 공식 입학식이 끝나자마자 총장 등 교무진이 학생식당으로 달려가 앞치마를 두른 채
따뜻한 밥 한 그릇씩을 퍼주면서 새내기들에게 한발짝 다가섰다.

대학만 입학식 풍경이 바뀐 것은 아니다.

대전의 기성중학교는 신입생 전원에게 시가 10만원 상당의 자전거를 선물로 안겼다. 학생들이 기초체력
을 길러 건강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이 학교는 지난해 가을소풍에서 전교생이 자
전거를 타고 나들이를 나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같은 지역의 관평중학교는 입학식에서 교사들이 교가를 불러주고 신입생 전원에게 장미꽃을 전달하는
‘아름다운 입학식’을 가져 눈길을 끌었다.

또 충북 괴산군 사리면의 보광초등학교에서는 6학년생들이 처음 학교생활을 시작하는 20명의 신입생들에
게 사탕으로 만든 축하목걸이를 걸어준 뒤 등에 업고 입장하는 이색 입학식을 가졌다. 교내 폭력사고와
왕따 예방의 의미를 담은 이같은 입학식은 서울·울산 등 전국 곳곳에서 펼쳐졌다.

〈 엄민용기자 margeul@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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