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가을, 중년이 위험하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7-10-17 오전 10:35:00
코트 깃을 올려 세운 중년 남성의 중후한 멋이 어울리는 가을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닥친 ‘인생 가을’
은 그다지 멋있고 낭만적이지 않다. 총천연색으로 불타는, 절정의 순간을 지나버린 단풍처럼 중년 남성
의 몸과 마음은 초라하고 을씨년스럽다. ‘마음은 청춘’인데 움직여 주지 않는 제 몸을 보며 “나도 늙
었구나” 하는 한탄이 새어 나온다.

‘남성의 가을’은 숨길래야 숨길 수 없다. 세포 내 단백질 합성이 저하되고, 수분이 적어지면서 얼굴
과 목 주변에 짙은 주름이 생긴다. 남성호르몬 분비가 불규칙해지면서 탈모도 진행돼 전형적인 ‘아저
씨’ 모습이 된다. 뱃살도 허리를 비집고 나온다. 중년에 접어들면 기초대사량이 15% 정도 감소하고, 지
방세포의 크기가 커지는 ‘비대성 비만’ 때문에 아무리 적게 먹고 운동을 해도 허리 주위에 지방세포
가 집중된다.

체력과 운동 능력도 예전 같지 않다. 40대 중반을 넘어서면 30대에 비해 근육 량과 근력이 10~20% 정도
줄어 든다. 심폐지구력, 유연성, 평형감각 등 기초체력도 30대보다 8~13% 정도 떨어진다. 이 때문에 뛰
고 싶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고, 무리해서 뛰면 다치기 쉽다. 40~50대의 운동 부상 확률은 전 연령대서
가장 높다.

‘남성성(男性性)’도 상처를 받는다. 대한남성과학회에 따르면 40대 남성의 약 8%, 50대 남성의 약 15%
가 병적인 발기부전이다. 고혈압·당뇨·심장질환 등 만성질환자는 발기부전 유병률이 최고 4배까지 높
아진다. 기대 수명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인생의 절반을 갓 넘긴 시점부터 ‘남자의 힘’을 잃은 ‘고개
숙인 남성’이 되는 것이다.

‘건강 성적표’는 그야말로 낙제 수준이다. 40~50대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39.2%로 60~70대(35.8%)보다
오히려 높다.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복부비만 등 ‘고약한’ 만성병을 모두 갖고 있는 사람이 중년
남성 10명 중 4명이나 된다는 뜻이다. 고혈압 유병률은 40~45세 24.5%에서 55~59세가 되면 47.7%로 급상
승한다. 30대 1%에 불과하던 당뇨병 유병률도 45세가 되면 9%로, 50대엔 17%가 된다. 40~50대 남성의 공
복 시 혈당 평균치는 99.2~104.5㎎/㎗다. 100㎎/㎗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그 밖에 눈에 보이
지 않는 혈관과 세포와 뇌의 노화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면역기능이 떨어져 툭하면 잔병치레를 하게
된다.

지치고 힘겹기는 정신도 마찬가지다. 2006년 통계청 사망률 통계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 중 40대는 25
명, 50대는 33명이 자살했다. 우울한 기분을 막는 뇌의 갑상선 호르몬 대사가 줄어드는 대신 세로토닌
같은 뇌의 신경전달물질 분비가 증가하면서 우울 증상이 쉽게 오기 때문이다. 신경과민, 무기력증, 강박
증 등도 중년 남성을 괴롭히는 대표적 문제들이다.

삼성제일병원 비뇨기과 서주태 교수는 “육체적 노화를 수동적이고 비극적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청년
못지 않은 자신감과 운동 등 자기 몸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로 ‘인생 후반전’을 적극적으로 설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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