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돈이 아니라 행복이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7-09-27 오전 9:54:00
[한겨레] 바야흐로 재테크의 전성시대, 오해부터 바로잡고 경제학을 논하자

▣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timelast@hani.co.kr

한 기업교육 전문가를 만나서 직장인 경제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기업교육 과정 중 경
제 교육 시간을 넣으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하던 중이었다. 그 기업교육 전문가는 반색을 하며 말했
다. “아주 좋은 생각입니다. 요즘 직장인의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하늘을 찌르고 있지요. 돈 버는 방법
에 대해 이야기하면 인기가 좋을 것입니다.”

순간 말문이 막혔다. 교육전문가마저도 경제 교육과 재테크 교육을 혼동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에
서 ‘경제’라는 단어가 편협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사람들에게 경제는
그저 돈일 뿐이었다.

미래를 지켜줄 새로운 신의 존재
사실 경제는 돈이고, 경제학이 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학문이라는 생각은 오해다. 경제학 원론 교과서
만 펴봐도 알 수 있는 이야기다.

경제학 원론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개념은 ‘돈’이 아니다. 모든 경제학 원론 교과서의 첫 번째 장은
‘효용’(utility)에 대해 설명한다. 효용이란 인간이 느끼는 만족, 또는 행복을 뜻한다. 즉, 경제는 원
래 인간의 행복과 만족과 관련된 영역이고, 경제학은 인간의 행복과 만족을 어떻게 극대화할 수 있는지
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돈은 그 다음에 나온다. 인간의 행복에 대해 분석하려면 행복을 개념화하고 측정할 수 있어야 할 텐데,
가장 쉽게 숫자로 측정할 수 있는 게 바로 돈이다. 그 자체가 숫자로 이루어져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돈은 인간의 행복을 측정하는 근사치로 자주 애용됐고, 그 역사가 오래 지나다 보니 돈과 경제학이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처럼 보이게 됐다.

요즘 한국인들은 경제와 경제학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서른살 경제학> <괴짜경제학> 등 예전
같으면 어렵다고 외면받았을 것 같은 ‘학’ 자 들어간 책들이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라섰다. <경제 비타
민> 같은 인기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탄생하기도 했다. 바야흐로 세상은 경제학의 전성시대인 것처럼 보
인다.

사람들이 경제와 경제학에 관심을 갖는 것은 어찌 보면 좋은 일이다. 경제학이 인간의 행복을 다루는 학
문이니, 다들 자신의 행복에 그만큼 많은 관심을 갖는다는 말 아닌가.

경제학에 대한 관심은 또 시대 상황에 맞는 일이기도 하다. 계획과 지시와 통제가 우리 모두를 자동적으
로 행복하게 해줄 것이니, 그저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만 하면 된다고 믿던 경제개발 시대의 패러다임에
서 사람들이 벗어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각자 자신의 행복을 독재자나 파워엘리트에게 위탁하지 않
고, 경제학 같은 도구를 통해 스스로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성시대는 위험하다. 경제학에 대한 오해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은 돈을 다루
는 학문이고, 경제는 곧 돈이라는 오해 말이다.

요즘 한국인의 재테크에 대한 관심은 그야말로 하늘을 찌른다. 한 조사에서는 한국인의 54%가 “한국 사
회에서 개인의 성공조건은 ‘돈’(재력)”이라고 응답했다. 권위주의가 사라진 시대, 누구도 자신의 미
래를 지켜줄 수 없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미래를 지켜줄 새로운 ‘신’의 존재를 찾아나섰고, 과거에는
독재자가 가졌던 그 ‘신’의 지위를 돈이 차지하고 들어선 결과다.

그런데, 돈이 많으면 반드시 행복한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면 당연히 행복해진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꼭 그런 것만
은 아니다. 돈이 많아도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고, 돈이 적어도 행복한 사람들도 많다.
영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레이어드 교수는 1인당 소득이 2만달러를 넘으면 돈이 아니라 행복, 즉 돈이 아
닌 다른 원인에서 비롯된 심리적 만족이 경제 주체의 의사결정을 좌우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실제 영국
의 빈곤정책 설계에는 레이어드 교수의 이론이 영향을 끼쳤다.

돈이 아니라 행복을 경제지표로 삼아야 한다는 이론을 통틀어 ‘행복경제학’(Happiness Economics)이라
고 부른다. 행복경제학에서는 국가의 경제정책 목표로 국내총생산(GDP)만 따질 게 아니라 행복도 따져
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총생산은 돈으로만 계산되는 것인데, 이래서는 그 나라가 얼마나 잘사는지 제
대로 따져볼 수 없다는 이야기다. 돈으로 채워지지 않는 부분까지 계산하라는 것이다.


후생을 측정하는 다른 모델을
최근에는 행복경제학에 반대하는 경제학자라도, 인간의 후생(행복)을 측정하는 데 좀더 정교한 모형이
개발돼야 한다는 데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돈은 세기가 쉽기 때문에 쉽게 경제학의 분석 대상이
됐지만, 다른 행복의 요소들은 세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분석 대상에서 제외돼버렸다는 이야기다.

숫자라는 게 묘해서, 지표를 만들어놓으면 사람들이 또 거기 맞춰서 변한다. 그런데 돈을 중심으로 경제
지표를 만들어놓다 보니 다들 돈만 생각하는 쪽으로 변해간다는 부작용도 지적된다.

기억하자. 경제학은 원래 행복을 다루는 학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을 스스로 만들어보려 경제학
에 관심을 갖는다. 그런데 많은 경제 이론가들이 인간의 행복을 측정하는 가장 편리한 도구로 ‘돈’을
사용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경제학이 돈이라고 여기게 됐다. 이건 그저 잘못된 의사소통에서 비롯된 오
해일 뿐이다. 오해부터 바로잡고 나서, 경제학을 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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