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타고 떠나는 가을 산행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7-09-21 오전 10:36:00
전철역 인근에 빼어난 절경들 많아 편한 옷차림으로 언제든 갈 수 있어

추석 연휴가 다가왔다. 고향에 가지 않는 사람들은 근교 나들이라도 하고 싶을 테지만 길이 막혀 차를
몰고 나가기는 어렵다. 이럴 땐 지하철을 타고 나서보자.

그저 동네 주민들만 아는 쉼터로 여기기에는 너무 아까운 보석 같은 산들이 서울 주변에는 적지 않다.
간편한 옷차림으로 부담 없이 오르면서도 빼어난 조망과 아기자기한 절경에 흠뻑 취할 수 있다. 전철역
인근에 있는 유서깊은 서울 및 수도권의 작은 산 네 곳을 가을 산행 코스로 소개한다.

◆6호선 끝자락에 봉화산
지하철 종점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조선시대 불을 피웠던 봉수대가 있던 유서 깊은 곳이다. 6호선 봉화
산역에서 깔끔하게 지어진 아파트단지를 따라 10분 정도 걸으면 산어귀에 닿는다. 산세는 완만하지만 제
법 깊고 아기자기하다. 수확을 앞둔 배가 한창 익어가는 곳에서 시작되는 등산로에 접어들면 아직은 녹
색인 단풍나무 밑으로 활짝 핀 호박꽃들이 선명한 노란색을 뽐낸다. 실개천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이어
진 등산로는 길을 잘 닦아놓고 곳곳에 쉼터를 꾸몄다.

정상에는 1993년 서울시가 복원한 봉수대가 있다. 정상에서 한 눈에 들어오는 도심 풍경은 북한산이나
도봉산 못지 않다. 먹골역·중랑구청 등 여러 지점으로 갈래갈래 길이 나있다.

◆한강 굽어보는 개화산
5호선 개화산역에서 내려 주택가 안쪽으로 나있는 산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어느새 도시 풍경은 사라지
고, 주변은 온통 소나무 숲으로 변한다. 황토색 산길에 걸음을 디딜 때마다 잿빛 송장메뚜기가 몇발짝
씩 앞서가고, 곳곳에 자리한 봉분에는 까치들이 떼로 몰려 쉬고 있다. 이런 풍경은 능선에 오르면 다시
바뀐다. 타이어들을 겹으로 쌓아 위장색깔로 칠해 군사 진지를 만들어놓았고, 산 정상의 군대 철조망에
는 휴전선에서나 보았던 깡통을 달아놓아 긴장감이 감돈다.

그래도 전망은 일품. 철조망 위로 한강과 고양시, 멋진 오렌지색 아치가 달린 방화대교까지 한눈에 잡
혀 가슴 속이 탁 트인다. 산사(山寺)인 약사사에서는 고려 말에 만들어 돌 색깔이 고풍스러운 석탑을
볼 수 있다.

◆서울숲 내려다보는 응봉산
흙내음 가득한 산길을 기대하고 갔다간 실망하기 쉽다. 중앙선 전철 응봉역에서 내려 광희중학교·응봉
초등학교를 지나 산 정상에 이르기까지 흙을 밟을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암벽공원 관리사무소 뒤에
서 시작하는 등산길은 철제계단~콘크리트계단~목재계단으로 이어지고, 산 뒷쪽 길도 대부분 아스팔트가
깔렸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은 전망 하나로 충분히 보상 받을 수 있다.

중랑천 물길과 한강이 만나는 풍경이 훤히 들어오고 그 뒤로 푸른 뚝섬 서울숲, 그 옆의 시멘트 공장,
한없이 뻗은 것 같은 강변북로가 생생하게 시야에 잡힌다. 산자락 경사를 따라 늘어선 학교 앞 분식집
과 이발소, 세모진 지붕을 가진 70~80년대 양옥집 풍경이 정겹다.

◆호수공원 건너 숨은 정발산
일산신도시의 볼거리를 떠올릴 때 대개 정발산역에서 가까운 호수공원과 축제의 거리 ‘라페스타’ 등
을 떠올리는 반면, 정작 역이름을 빌려왔으며 바로 연결되는 정발산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해발 88m
에 불과해 산이라고 하기에도 미안할 지경이지만 신도시의 한가운데 자리잡은 엄연한 주산이다. 최고급
공연장인 아람누리도 들어섰다.

다양한 경사의 오르막과 내리막길을 반복하는 산길 따라 쉬엄쉬엄 산위에 올라서면 호수공원과 아파트단
지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기품있게 지어진 누각에 올라서서 맞는 바람은 더없이 시원하다. 지하철 정발
산역 입구에서 이어지는 길 말고도 동서남북 여러 방향에서 길이 이어져있다.

정지섭 기자 xanad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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