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전조증상 찾으면 막을 수 있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7-09-19 오전 10:50:00
어느날 어머니가 가슴에 새빨간 약을 잔뜩 바르고 있다. 바람 잘 날 없이 속썩이는 남편과 자식들 때문
에 평생을 마음 고생에 시달려온 어머니(고두심 분)가 치매에 걸린 것이다. 멍한 표정으로 앞섶을 온통
붉게 물들인 채 약을 바르고 있는 어머니에게 큰 딸(배종옥 분)이 “뭐하세요”라고 묻자 어머니는 이렇
게 말한다. “내가 마음이 많이 아파서. 이거 바르면 괜찮을 것 같아서.” 딸은 눈물을 펑펑 쏟으며
“우리 엄마 어떡해”라며 오열한다. 지난 2004년 큰 인기를 끌었던 KBS 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의
한 장면이다. 오는 21일은 ‘세계 치매의 날’이다. 많은 드라마에서 치매 노인을 다뤘지만, 바쁜 생활
에서 부모님들의 치매를 초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치매는 그 원인이나 치료법이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만큼 불치의 질환은 아니다. 특히 최근 들어 치매를 유발하는 원인이 속속 밝혀지고 있고 많은 연구를
통해 치매 치료의 길이 밝혀지고 있다. 특히 치매를 조기에 인지할 수 있는 여러 증상에 대한 연구도 활
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른바 치매에도 ‘전조 증상’이 있다는 것이다.

◆ 치매의 징후 = 치매는 환자가 인식하지 못하지만 실제는 수년간에 걸쳐 천천히 발생한다. 치매가 진
행되고 있을 때 조기 발견한다면 비교적 초기 단계에서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양전자 방사 단층
(PET) 사진촬영을 통해 뇌 속에서 치매를 유발하는 독소 단백질인 ‘아밀로이드’를 찾아낸다거나 혈액
검사를 통해서도 치매를 예견할 수 있는 방법들이 개발되고 있다.

또 최근에는 기억장애의 새로운 범주인 ‘경도인지장애’에 주목하고 있다.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MCI)란 건망증과 치매의 중간단계라 할 수 있다. 단순한 건망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자주 무언가를 잊어버릴 때 경도인지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특히 최근의 일을 잊어버리는 단기기
억력 저하, 이전에는 잘 해내던 일을 갑자기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계산 실수가 잦아지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일상생활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해도 기억력이나 지각 능력 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되면 전문의를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 혼동 쉬운 증상들 = 치매에 대한 잘못된 정보로 노인성우울증을 치매로 오인하는 일도 자주 생긴다.
배우자의 죽음이나 만성질환으로 오는 통증,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상당수 노인이 우울증 증상을 보이
게 된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노인인구 중 15% 정도가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65세 이상
노인들 중 5~10%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말수가 적어지고 체중이 감소되거나 행동이 느
려지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기억력이나 집중력까지 저하되는 등 치매와 흡사
한 증상을 보여 ‘가성치매’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때문에 많은 노인 환자가 우울증을 단순한 노화 현
상이라고 생각하고 제때 치료를 받지 않고 있다. 본인은 물론 주변인들 역시 이런 우울증 증상을 치매
로 착각하기도 한다.

치매와 함께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인 파킨슨병은 손발이 계속 떨리고, 몸이 굳어가면서 움직임이 느려지
는 증상 때문에 일반인들의 치매와 같은 질환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이 병은 뇌에서 도파민을 생성하
는 신경세포가 사멸하면서 생기는 퇴행성 질환이고 증상 역시 운동장애와 인지장애 등이 나타나기 때문
에 관절염이나 치매, 뇌졸중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증상을 노화의 한 증상으
로 오인해 방치함으로써 증세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파킨슨병의 경우 다른 퇴행성 뇌질
환과는 달리 도파민성 약물을 투여하면 운동장애에 대한 증상을 크게 호전시킬 수 있다.

아울러 많은 주부가 건망증의 증상을 치매의 초기 증상으로 잘못 알고 병원을 찾기도 한다. 건망증은 단
순한 기억장애로 인해 발생하지만 치매는 뇌세포의 파괴로 인해 생기는 지적 능력의 장애라는 차이가 있
다. 건망증은 물건을 둔 장소나 약속 장소, 시간 등 단편적인 정보를 잊어버리지만 치매의 경우에는 자
신에게 일어난 일 전체를 잊어버리게 된다. 쉬운 예로 안경을 둔 장소를 잊어버리면 건망증이지만 안경
자체의 용도에 대해서나 자신이 안경을 사용했었다는 것을 잊어버리면 치매의 증상이다.

또 나이가 들면서 원인 없이 갑자기 몸무게가 주는 것 역시 몸의 이상 징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
다. 시카고대학 러시메디컬 센터 연구팀이 평균 연령 75세의 로마 카톨릭 성직자 820명을 대상으로 최
대 10년간 연구를 한 결과, 체질량지수(BMI)가 가장 많이 떨어진 대상자들이 알츠하이머에 걸릴 가능성
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일상적으로 맡아왔던 냄새를 구분하지 못할 때 치매가 진행될 가
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 예방법 = 치매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소일거리를 찾아서 일을 해야 한다. 독서를 하고 종교
단체 등 모임에 참가해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고립되어서는 안된다. 장기, 바둑, 화투 등도 도움이 되
지만 무리한 내기를 할 경우 오히려 악영향을 끼친다. 자원봉사 같은 생산적인 일에 참여하면 더욱 도움
이 된다. 머리를 많이 쓰면 쓸수록 치매에 덜 걸린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는 신경세포가 활발해지고,
쓰지 않는 뇌 신경세포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한편 보건복지부와 한국치매협회는 치매 조기발견을 위한 검진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 사업은 65세 이
상 저소득층 노인을 대상으로 지정된 전국 87개 보건소에서 검진을 받은 뒤, 치매가 의심될 때는 서울대
병원, 강남성모병원 등 60개 지역 거점병원의 전문의로부터 정밀검사를 받을 수 있다. 진단까지는 무료
지만 치료비용은 건강보험료 적용을 받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치매협회 홈페이지
(www.silverweb.or.kr)에 가면 온라인 치매 선별검사, 간이 정신상태검사 등을 받을 수 있다.

[치매설문지]
1.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2. 며칠 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잊는다
3. 반복되는 일상 생활에 변화가 생겼을 때 금방 적응하기가 힘들다
4. 본인에게 중요한 사항을 잊는다(배우자 생일, 결혼기념일, 제삿날 등)
5. 어떤 일을 해놓고 잊어버려 다시 반복한다
6. 약속을 해놓고 잊는다
7. 이야기 도중 방금 자기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를 잊는다
8. 하고 싶은 말이나 표현이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
9. 물건 이름이 금방 생각나지 않는다
10. 텔레비전을 보고 그 내용을 이해하기가 힘들다
11. 전에 가본 장소를 기억하지 못한다
12. 길을 잃거나 헤맨 적이 있다
13. 계산 능력이 떨어졌다
14. 돈 관리를 하는데 실수가 있다
15. 과거에 쓰던 기구의 사용이 서툴어 졌다

이승재기자 leesj@munhwa.com
도움말 = 나덕렬 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채승희 세란병원 신경과장, 한국치매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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