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로 시간여행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7-09-10 오전 11:56:00
경북 영양은 한국에서 오지로 꼽히는 지역 중 하나. 인접한 봉화, 청송을 함께 묶은 ‘BYC’ 라는 말은
아직도 ‘궁벽’ 의 상징어로 통한다. 그러나 오지라는 말은 그만큼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청정지역
이라는 말도 된다. 얼마 되지 않았던 피서객마저 물러간 초가을 영양은 너무도 맑고 깨끗하고, 그리고
조용했다.

깨끗한 # 반딧불이와 금강송림
영양이 청정지역이라는 사실은 반딧불이 생태공원이 있는 데서도 확인된다. 한국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반딧불이를 관광 테마로 삼은 지역은 전북 무주와 영양 단 두 곳뿐이다. 영양에서도 숲과 계곡이 가장
깊은 수비면의 수하계곡에서는 9월 초순까지 어렵지 않게 반딧불이를 구경할 수 있다. 수하계곡 안쪽에
는 폐교를 개조한 반딧불이 생태학교가 있다. 청정지역에서는 별자리도 잘 보이는 법. 반딧불이 천문대
가 들어선 이유다.
수하계곡은 수달과 은어가 뛰어논다는 울진 왕피천의 상류. 한국의 대표 청정계곡인 왕피천 상류라는 사
실만으로도 수하계곡의 깨끗함은 재론할 필요가 없다.

영양에서는 귀하디귀한 금강송림도 발에 채일 정도로 흔하다. 영양은 전국에서 금강송 군락지가 제대로
보존된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다. 특히 수비면 본신리 일대는 1970년대 남부지방 산림청이 ‘미림단지’
로 지정하고 보호·육성한 지역이다. 48년 만에 올 7월부터 일반인에게 금강송림이 개방됐다. 숲해설가
가 배치되고 있고, 야외 텐트장도 설치됐다. 88번 국도와 인접해 울진이나 봉화의 금강송림과 달리 쉽
게 접근할 수 있다.

본신리 인근 검마산 자연휴양림에도 미끈한 금강송이 즐비하다. 검마산에는 금강송림 사이로 탐방로와
야생화원이 잘 꾸며져 있다. 산림문화휴양관에 여장을 풀면 창밖 금강송림을 보며 싱그러운 아침을 맞
게 된다. 917번 지방도로를 타고 달리다 보면 수하계곡 주변 곳곳에도 금강송이 늘어서 있다.
영양에는 전국 최대 규모의 야생화공원도 있다. 영양의 최고봉인 일월산(1219m) 자생화공원에는 벌개미
취, 금낭화, 구절초 등 야생화 수십종이 단지를 이루고 있다.

고즈넉한 # 오무마을과 비지미골
오지마을의 정취를 제대로 맞보고 싶다면 수비면의 오무마을(수하 3리)과 비지미골(수하2리)을 찾으면
된다. 오무마을은 수비면에서도 가장 오지로 꼽히는 지역이다. 올해 도로가 포장되고 계곡들이 다리로
연결되기 전까지는 비가 많이 오면 어김없이 교통이 두절돼 ‘육지 속의 섬’이라 불렸다. 첩첩산중에 7
가구가 주로 고추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3가구가 사는 비지미골에서는 200년이 넘은 초가집을 만나게 된다. 현재도 김대준(72)·김통분(73) 부부
가 아궁이에 장작을 지피며 살고 있다.

# 선바위와 남이포·측백나무숲
요란하게 분칠을 하고 소문을 내지 않아 외지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양에는 명승지가 즐비하다.
입암면 연당리의 선바위와 남이포는‘영양 관광 1번지’로 부를 만한 곳이다. 반변천과 청계천이 합류하
는 남이포는 기암절벽이 보는 위치와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풍광을 연출한다. 강 건너 절벽에 촛대같
이 하늘로 치솟은 바위가 선바위. 조선시대 남이 장군이 모반세력을 평정한 곳이라는 전설이 서려 있
다.
영양읍 감천리 반변천의 깍아지른 절벽 사이에 군락을 이룬 측백나무숲도 천연기념물 제 114호인 절경.
절벽에 측백나무가 자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한다.

기품있는 # 서석지와 두들마을
영양에는 경북 안동이나 영주의 한옥같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갈하고 기품 있는 고택이 제법 많이 남
아 있다.

남이포 인근 서석지는 담양 소쇄원, 보길도 세연정과 더불어 국내 3대 민가 정원으로 꼽힌다. 조선 광해
군 때 성균관 진사를 지낸 석문(石門) 정영방(1577∼1650)이 자연과 인간의 합일사상을 토대로 만들었다
고 한다. 규모는 작지만 조선 선비의 멋과 풍류가 넘쳐난다. ‘경정(敬亭)’이라는 현판을 건 정자 앞마
당 전체가 연잎으로 뒤덮인 연못이다. 연못에는 90여개의 바위와 돌을 놓았는데, 60여개가 물 위로 드러
나 있다. 20여개에는 ‘떨어진 별의 돌’, ‘나비와 희롱하는 바위’ 등의 이름이 붙어 있다. 400년된
은행나무가 담장을 넘어 연못 위에 가지를 드리워 운치를 더한다.

석보면 원리리의 두들마을은 재령 이씨 집성촌으로, 석계고택·석천서당 등 전통 한옥 30여채가 보존되
어 있다. 석계고택은 조선 인조 때 유학자인 석계 이시명(1599∼1674)이 1640년에 지은 한옥이며, 석천
서당은 석계가 세운 초당을 후대에 중건한 고택이다. 이시명의 아내인 안동 장씨가 이곳에서 지은 ‘음
식 디미방’은 현존하는 한글 요리서 중 가장 오래됐다. 두들마을에는 장씨 유물 전시관이 있으며, 정부
인 장씨 예절관에서는 음식디미방에 나오는 음식 일부를 맛볼 수 있다.

두들마을의 ‘석간정사’는 소설가 이문열이 유년 시절을 보낸 곳이다. 이문열이 후진 양성을 위해 지
은 광산문학연구소는 고급스럽고 멋스러운 한옥으로, 두들마을의 최고 명소가 됐다. 인근 주실마을에는
청록파 시인 조지훈의 생가(호은종택)와 올 5월 개장한 지훈 문학관, 감천마을에는 1935년 최초의 시 전
문지 ‘시원’을 창간한 오일도의 생가가 있다. 그래서 영양은 문학기행지로도 손꼽힌다.

수하계곡 주변에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핀 것을 보니, 이제 가을이 하루하루 깊어갈 것이다. 높고 파란
가을 하늘과 선선한 바람까지 어우러지면 영양의 숲과 계곡은 얼마나 청징하게 느껴질까.

영양=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 여행정보


서울에서 출발하면 경부, 영동 고속도로를 거쳐 중앙고속도로 서안동나들목에서 빠져나온다. 34번 국도
를 타고 안동 시내를 지나 청송군 진보면 월전삼거리에서 좌회전한다. 4시간쯤 걸린다.

영양의 대표 특산물은 뭐니 뭐니 해도 고추. 영양은 일교차가 커서 고추의 껍질이 두껍고 당도가 높다
고 한다. 영양군 농특산물직판장(054-682-6662)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청정지역에서 자라 맛이 좋다
는 한우도 빼놓을 수 없다. 영양군청 주변에는 맘포식당(054-683-2339) 등 20여곳의 고깃집이 몰려 있
다. 맘포식당에서는 한우 200g을 2만 1000원에 내놓는다. 구이용 소고기를 투박한 대접에 담아 오는 전
형적인 시골 음식점이지만, 부드러운 한우맛은 서울 강남의 4만∼5만원짜리보다 낫다. 칼칼한 맛의 된장
국도 일품이다. 고향집(054-682-9400)에서는 수하계곡 등에서 잡은 메기·꺽지·미꾸라지 등으로 민물고
기 매운탕을 내놓는다. 영양고추로 간을 해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맵지만, 뒷맛은 아주 개운하다. 선바
위 식당(054-682-7429)에서는 일월산, 검마산 등에서 채취한 산나물로 정식을 차려낸다. 영양군청 문화
관광과(www.tour.yyg.go.kr/ 054-680-6067)

이전글 USB의 배신 ?
다음글 재미 코드 로 학벌을 뛰어 넘어라
주소 : 서울특별시 광진구 아차산로 589 우)143-805 / Tel. 02) 456-7850 | Fax. 02) 456-7650 | E-mail. karp@karpkr.org
Copyright(c) 2008 KA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