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등정자 갑자기 늘어난 까닭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7-05-28 오전 9:39:00
80년대까진 300명… 90년대 이후 폭증, 지금까지 2900여명 1인당 수만弗 받고 로프 설치 등 ‘상업등반
대’ 역할이 큰몫

이번 봄 등반시즌에 19명이나 되는 많은 한국인이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에 올랐다. 한 시즌 등
정 기록으로는 최다일 뿐 아니라 남성 최고령, 여성 최고령 기록도 바꾸는 등, 여러 기록이 탄생했다.
실버원정대의 김성봉씨는 66세로 한국 최고령, 송귀화씨는 63세로 한국 여성 최고령 등정 기록을 세웠
다.

이번 봄 시즌으로 지금껏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산악인들은 2900명 선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봄
에만 무려 250명 이상 등정했다. 올 가을 시즌까지 지나면 3000명은 거뜬히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5
월17일에는 18세 미국 소녀 라슨양이 아버지 데이비드(51)와 최초의 부녀 등정을 이뤄내 화제가 됐다.
과거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다.

1953년 초(初)등정이 이뤄진 뒤로 1977년 한국의 고상돈이 등정할 때까지의 24년간만 해도 에베레스트
의 총 등정자 수는 58명에 불과했다. 그 뒤 80년대 말까지의 10년여 동안에도 에베레스트 총 등정자 수
는 300명을 넘지 못했다. 그러다 90년대 들어 폭증하기 시작한다. 93년 한 해 129명이나 오르더니 90년
대 말부터는 매년 200명을 넘어섰다.

에베레스트엔 모두 15가닥의 등반 루트가 있다. 이번 우리 원정대의 경우 노멀(normal)루트라 부르는 네
팔쪽 남동릉 루트로 6명, 티벳쪽의 북릉 루트를 통해 13명이 등정했다. 특히 북릉 루트로 도전한 플라잉
점프팀은 20명 대원중 12명이나 정상에 올라, 한국 에베레스트 원정사상 한 시즌 최다 등정자를 배출한
원정대가 되었다.

남동릉 노멀 루트란 1953년 에베레스트 초등정때 올랐던 루트로, 매년 수많은 사람이 이 루트를 통해 정
상에 오른다. 그 다음으로 북릉 루트 등정자 수가 많다. 15개 루트 중 이 두 루트 등반이 비교적 쉽다.

그렇다고 에베레스트가 무슨 북한산의 백운대쯤 되는 것으로 상상하면 큰 오해다. 오랜 기간을 두고 체
력 단련을 한 사람이 아니면 해발 8000m 이상의 ‘죽음의 지대’를 결코 오를 수 없다. 그런데, 벼르고
별러서 세계 최고봉을 밟겠다는 사람들 수가 엄청나게 늘어났고, 그들을 상대로 ‘상업 등반’이 성행하
며 등정자 수도 폭증한 것이다.

상업 등반이란 원하는 봉우리의 정상까지 안전하게 안내해주고 돈을 받는 등반이다. 베이스캠프는 물론
제1,2,3,4 각 캠프마다 텐트를 설치하고 침낭·매트리스를 깔아준다. 산소통도 날라다주며, 위험한 ‘아
이스 폴’(얼음기둥들이 무수히 늘어선 지역)이나 크레바스(빙하가 갈라져 생긴 길고 깊은 틈) 지역을
손바닥처럼 훤히 꿰는 셰르파(네팔 고산족)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바로 옆에 붙어 동행한다. 요즈음 에베
레스트 등정자 중엔 이런 상업등반을 통한 사람이 3분의2 정도 된다.

상업등반은 네팔쪽 남동릉 노멀 루트와 티벳의 북릉 루트를 통해 성행 중이다. 상업등반 비용은 베이스
캠프~정상~베이스캠프까지 남동릉 루트의 경우 1인당 약 5만달러, 북릉 루트는 비교적 싼 편으로 2만~3
만달러 받는다. 일반 등반대는 대원 5명까지 입산료(등반 허가료) 7만 달러를 네팔 관광성에 내야 하
며, 대원 1인 추가에 1만 달러가 추가된다.

등정은 거의 전적으로 상업등반대들의 주도 아래 진행된다. 아이스 폴 지대의 사다리 설치, 각 캠프간
의 대원 이동시 안전을 위한 고정로프 설치 등의 작업을 상업등반대들이 협의 후 분담해 추진하는데, 물
론 안전이 최우선이다. 그러므로 등정률이 높고, 갈수록 등정이 쉬워질 수밖에 없다. 등정자 중엔 기술
적으로는 초보 수준인 사람도 적지 않다.

상업등반대는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 그래도 사고는 난다. 1996년 5월10일 하산 길에 8명이 목
숨을 잃은 비극적 사고가 발생했는데, 이는 등정자가 너무 많이 몰려 생긴 병목 현상 때문에 빚어진 것
이다. 5월10일 이날 남동릉 루트를 따라 수많은 등정자들이 줄을 이으면서 ‘힐러리 스텝’이라 부르는
정상 직전의 난관지점에서 시간이 지체되었고, 그 과정에서 지친 사람들이 결국 하산길에 악천후를 만났
던 것이다.

이런 노멀 루트와는 달리, 이번에 두 명의 젊은 산악인(오희준·이현조)이 목숨을 잃은 남서벽 루트로
가면 상황이 180도 달라진다. 지금까지의 에베레스트 총 등정자 2900여 명 중 남서벽 루트를 통한 등정
자는 겨우 20여 명에 불과하다. 북한산 백운대 철제 사다리 길과 인수봉 암벽 오르기에 비유할 수 있
다.

남서벽 오르기란 극도로 위험하며 어렵다. 해발 7000m 지점의 제3캠프지 이후부터 8848m의 정상까지
1800m 구간은 말 그대로 깎아지른 절벽이다. 인수봉 같은 암벽이 10개쯤 연이어져 있는 높이다. 제4,5캠
프는 얼음을 조금 깎아내고 암벽면 여러 군데에 바위못을 박고 로프를 연결하여 박스형 텐트를 설치해
야 한다. 노멀 루트와 북릉 루트를 제외한 대개의 다른 루트들도 모두 어렵지만, 이 남서벽과 동벽은 특
히 어려운 루트다.

박영석 대장의 남서벽팀의 경우 등반중 셰르파 2명이 위험하다며 하산해버렸고, 그 후 박대장은 베이스
캠프에 체류 중이던 여러 원정대의 셰르파 300여명을 대상으로 거액의 보수를 걸고 섭외했지만 단 한 명
도 응하지 않았다. 남서벽이 얼마나 험한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남서벽은 1975년 초등반되었으며, 한국산악인은 1995년 경남산악연맹의 김영태와 박정헌 대원이 올랐
다. 박영석팀은 이곳에 새 루트를 내려다 사고를 당했다.

[안중국 월간산 기자 tksdk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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