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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권호.한은화] "좋은 취지로 기부하신 할머니를 욕되게 하지 마세요."
평생을 홀로 살던 조명덕(74) 할머니가 식당을 해 번 14억원을 한국외국어대학에 기부했다는 기사가 21 일 한 포털사이트에 올랐다.
네티즌들이 즉각 반응했다. 5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대다수는 "부자한테 왜 주나" "정신 차리세 요, 할머니" 등 냉소적이고 삐뚤어진 시각으로 보는 악플이었다. 그러다 "할머니가 평생 모은 돈을 대학 생을 위해 내놓는 게 아무나 가능한가"는 내용의 글이 올랐다. "멋진 분, 세상은 살 만하다고 느낍니 다" "악플러들은 정신 차려라" 등 할머니를 옹호하는 댓글이 잇따랐다.
악플이 사회 문제가 되면서 '선플'이 주목받고 있다. 선플이란 '착할 선(善)'자와 '리플'이 결합된 말 로 악플의 반대 개념이다. 침착하고 차분하게 논리를 풀어나가는 선플은 건전한 토론을 이끌어내고 악 플 일색이던 댓글 문화를 바꾸고 있다.
사람 죽인 악플=2월 가수 유니가 스스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네티즌들의 악플 탓에 걸린 우울증 때문이 었다. 22일에는 영화배우 고소영씨가 네티즌 35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여자로서 충격을 받아, 네티즌 문화를 이대로 지켜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영화배우 김태희씨가 인터넷에 자신과 관련된 근거 없는 소문을 유포한 혐의로 악플러 11명 을 고소했다 취하하기도 했다.
연예인에만 그치지 않는다. 최근 윤봉길 의사 사진의 진위를 놓고 논란이 일어 교과서에서 빠졌다는 기 사에는 "요즘으로 치면 빈 라덴과 같은 테러리스트에 불과하다" "봉건적 조선 왕에 충성하던 사람에게 무슨 애국자냐"는 등의 악플이 달렸다.
전문가들은 악플러 및 인터넷 문화의 특성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얼굴을 맞대지 않는 인터넷의 특성상 악플러는 '공격 대상'이 내 눈앞에 존재하는 살아 있는 인격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반응한 다는 것이다.
◆ 악플을 정수하는 선플=야구선수 박찬호를 좋아하는 대학원생 전모(28)씨는 지난달 박찬호가 마이너리 그로 내려가서도 고전하고 있다는 기사에 달린 악플을 보게 됐다.
그는 데뷔 당시의 모습부터 외환위기 때 공 하나로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 준 모습을 차근차근 풀어 썼 다. 전씨의 댓글 이후 인신공격성 악플은 사라졌다. '전업주부의 가사노동을 연봉으로 환산하면 2500만 원이 된다' '뇌성마비 부부가 딸을 출산했다는 사연' 등 상당수 기사에서도 몇 개의 선플이 악플을 걸러 내는 역할을 했다.
이런 까닭에 악플에 시달리는 이는 지인에게 선플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 업체에 근무하는 김 모(26.여)씨는 자신의 글에 악플이 이어지자 남자친구에게 선플을 달아 달라고 부탁했다. 김씨는 "악플 이 이어질 때 선플이 몇 개 달리면 흐름이 바뀐다"고 말했다.
경희사이버대 민경배(NGO학과) 교수는 "포털의 독점화가 악플의 집중화를 낳아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 다"며 "선플 추천제, 칭찬 릴레이 같은 구체적인 방안으로 선플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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