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리, 말할 수 없는 마음을 듣다 (최승범 지음ㆍ이가서)
‘톰방 톰방’. 산뜻하게 울리는 술 거르는 소리다. 이 네 글자에 방 안은 금세 술 향기로 그윽해진다. ‘또드랑 탕탕 피지직 픗슥’. 이번엔 대장간에서 울려 퍼지는 담금질 소리다. 열 글자 남짓한 글자를 읽은 이는 어느덧 부산스럽고 유쾌한 시골 대장간에 가 있다. 이 책은 우리 민족의 삶과 애환이 녹아 있는 107가지 소리를 채집해 모은 책이다. 이상하게도 눈으로 책 을 읽는데 귀가 즐겁다. 청각 뿐 아니라 후각 미각 촉각까지 오감이 활자 너머에서 춤을 춘다.
시조 시인인 저자의 감수성과 글맛도 예사롭지 않다. ‘부엌에서 구수한 향기가 춤추는 소리를 어찌 활 자로 표현해낸단 말인가.’ 책장을 넘길 때마다 울리는 기막힌 소리에 감탄이 절로 난다. 저자가 지난 10년간 틈틈이 기록해 왔다는 소리 중에는 자신이 귀로 접한 것도 있고, 옛 시조에서 복원해낸 것들도 있다.
소리에 얽힌 이야기들도 맑고 향기로워 책을 읽고 나면 차가운 계곡물에 몸과 마음을 씻어낸 듯 상쾌한 기분이 된다. 뭔가를 가르쳐주는 책도 아닌데, 읽으면서 고개가 끄덕여지는 지적인 즐거움도 대단하다.
김소민 기자(som@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