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계절이건 수목원을 찾을 때마다 듣는 말이 있다. 수목원 운영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은다. “5월에 다시 한번 와달라”는 것이다. 그만큼 5월의 수목원이 아름답다는 뜻이다.
꼭 수목원 뿐일까. 산이나 들의 나무와 꽃도 5월에 가장 아름답긴 마찬가지다.
최근 몇년 사이에 전국에 수목원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다. 공급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따른다 는 것. 그러나 ‘볼거리’를 찾는 눈으로는 수목원은 심심하기 이를데 없는 공간이다. 숲과 꽃의 향취 를 폐부 깊숙히 마시고, 청량한 공기 속에서 가족들의 손을 잡고 산책하는 맛을 알아야 비로소 수목원 을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된다. 지금껏 수목원의 매력을 찾지 못했다면, 신록과 꽃이 가장 아름답다는 이 즈음에 찾아가보자. 아름답다는 계절 5월에 가볼 만한 수목원을 골라봤다.
◆ 평강식물원 경기 포천시 영북면의 산정호수 근처 9만8000여평의 부지에 자리 잡은 사설 식물원(위 왼쪽 사진)이다. 이곳은 북쪽에 있는데다 산지에 들어 앉아있어 5월에 들어서야 진달래가 필 정도로 꽃이 늦다. 이런 기 후적 특성을 이용해 월귤이며 털진달래 등 한라산, 백두산의 고산식물과 만병초류를 심어놓았다. 고산식 물들이 마치 자생지에서와 같이 자연스럽게 자라나고 있다. 보유 식물은 고산식물을 비롯한 5000여종. 단풍나무와 비비추가 100여종이 있고, 붓꽃이나 수련 등도 각기 색깔이나 모양이 다른 50여가지가 있 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고산식물들이 자라는 암석원. 작은 폭포와 연못, 자연석들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들여놓았고, 특별한 흙과 돌을 깔아 고산지대의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이유때문인지 수목 한계선을 넘은 고산식물들도 이곳에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지금 암석원은 온통 꽃으로 가득차있다. 고산식물은 키가 작고, 모여 피거나 땅에 붙어 자라는 특성이 있어 꽃이 피면 지면이 꽃으로 덮여 바닥 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다. 이밖에 연못, 습지, 이끼, 약초 등 12개의 주제를 내세운 생태정원도 아름답 다. 인위적으로 꾸몄지만, 너무도 자연스럽다. 특히 화이트가든은 흰진달래, 흰용머리, 흰붓꽃 등 흰꽃 을 피우는 식물만을 모아 전시한 곳으로 독특한 풍경을 빚어낸다. 오는 27일까지 야생화 전시회가 열리 고, 19일부터 31일까지는 국내외 고산식물전이 열린다. 식물원 내에 위치한 약선 레스토랑 ‘엘름’에 서 인삼, 대추, 녹용 등의 각종 한방 재료로 맛을 낸 평강갈비탕과 평강 묵채밥 등 웰빙음식을 맛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다. 031-531-7751
찾아가는 길 = 산정호수 부근에 있어서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철원방면 43번 국도를 타고 성동에서 나 와 산정호수쪽으로 가다가 한화콘도를 지나서 정수식당을 끼고 우회전하면 식물원 입구다. 031-531- 7751
◆ 한택식물원 경기 용인시 백암면에 자리잡은 국내 최대 규모의 사립 식물원(위 오른쪽). 1979년 설립해 회원과 교육 을 위한 방문만 허용하다 2003년 5월에 일반에 공개했다. 공개 당시, 관람객들에 의해 전시식물이 크게 훼손되기도 했다. 보유식물은 국내최고 수준. 자생식물 2400여종과 외국식물 5400여종을 가지고 있다. 식물원은 동원과 서원으로 나뉘어있는데, 동원 쪽만 일반 방문객을 받고 있다.
7만여 평의 공간에 억새원과 덩굴식물원, 약용식물원, 희귀식물원, 수생식물원 등 모두 33개 주제원이 정교하게 배치됐다. 키작은 식물들로만 구성해놓은 난쟁이 정원은 작은 인형과 집 등을 함께 꾸며놓아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식물원에서 가장 꼼꼼히 둘러봐야 할 곳은 자연생태원. 자생식물들을 한데 모은 곳인데 1000여종의 자생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토종식물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일천했던 시절이 이택주 원장이 전국의 산 을 돌면서 일일히 수집한 것들이다. 튤립과 함께 작약과 모란이 지금 한창 피어나고 있다. 모란이나 작 약의 종류가 워낙 다양해서 일일히 구분할 수 없을 정도다. 입장료는 평일 어른 7000원, 주말, 공휴일 8500원으로 가장 비싼 편이지만, 편의시설이 충실하게 갖춰져있다.
찾아가는 길 = 영동고속도로 양지 나들목에서 17번 국도를 타고 백암을 통과해 이정표를 따라 진입하면 된다. 중부고속도로는 일죽나들목에서 죽산을 거쳐 들어가면 된다. 031-333-3558
◆ 한국자생식물원 월정사 인근의 강원 평창군 도암면 병내리에 자리잡고 있다. 오로지 토종 우리꽃과 나무만으로 꾸며놓 은 식물원이다. 1만여평에 달하는 우리꽃 재배단지에서 철마다 대단위로 키워내는 꽃이 시원하게 눈길 을 붙잡는다. 5월에는 붓꽃과 부채붓꽃이 피고, 6월에는 꽃창포, 분홍바늘꽃이 피어난다. 7,8월에 흐드 러지게 피어나는 벌개미취와 가을에 피는 산구절초가 가장 알려져있다.
이곳에는 독특하게 꽃이름에 따라 주제원을 만들어 놓았다. 사람명칭 식물원에는 애기나리, 처녀치마, 홀아비꽃대, 할미꽃 등을 모아놓았고, 동물명칭 식물원에는 범부채, 노루귀, 병아리꽃나무, 노루오줌 등 동물이름이 들어있는 식물을 심어놓았다. 두 곳을 돌아보면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꽃이름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이밖에도 독성식물원과 향식물원 등도 있다.
신갈나무 숲길을 따라 도는 30분짜리 산책코스는 빠뜨릴 수 없다. 산책로에는 철쭉이 흐드러지게 피어 마치 철쭉산행을 온 것 같은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찾아가는 길 = 영동고속도로 진부 나들목에서 오대산 월정사 방향으로 진행하면 식물원을 알리는 큼지막 한 이정표가 서있다. 오대산호텔 옆쪽에 자리잡고 있다. 033-332-7069
◆ 오산 물향기 수목원 경기 오산시 수청동의 물향기 수목원은 이름 그대로 ‘물’이 있는 수목원이다. 수목원의 주제도 ‘물, 나무, 인간의 만남’이다. 10만여평의 넓은 공간에 습지생태원, 중부지역 자생원, 곤충생태원 등 16개 의 다양한 주제원을 갖추고 있다. 수목원에는 모두 1636종의 44만5000여개 자생식물이 자라고 있다. 천 안행 1호선 지하철을 타고도 갈 수 있어, 교통체증없이 가족들과 가볍게 다녀올 수 있다.
이곳에서 돋보이는 것은 충실한 프로그램. 경기녹지재단이 매주 화요일 유치원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녹색수업은 아이들에게 자연을 흥미롭게 만나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10~15명 단위로 숲 해설가와 함께 수목원을 돌아보며 꽃과 나무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각종 체험을 할 수 있다. 가족단위 관람객들을 위해 공룡모양의 향나무를 전시한 토피어리원과 곤충생태원, 관상조류원 등 아이들 이 흥미를 끌만한 공간을 갖춰놓았다. 또 오는 11월30일까지 일주일 전 예약입장객을 대상으로 ‘수목 원 해설’과 ‘세밀화 그리기’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찾아가는 길 = 천안행 전철을 타고 오산대역에서 내리면 걸어서 5분거리에 있다. 경부고속도로 오산나들 목으로 나와도 금방이다. 입장료가 1000원으로 저렴한 것도 매력이다. 경기녹지재단 031-250-2732, 산림 환경연구소 031-375-9784
박경일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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