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에 지고서도 재판장에 감사의 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7-05-11 오후 2:42:00
‘인생 칠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가정사 문제(대여금)로 피소되어…돈을 갚아주란 주문에 억울함이 있지
만…저희 같은 서민들은 한없이 든든하며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원고와 피고, 검찰과 피고인 간에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갈린 사건을 다루는 판사는 항상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한다. 둘 중 하나 만이라도 판결에 ‘불만을 품지 않으면’-‘만족한다’가 아니다-그나마 다행이
다. 둘 다 불만스럽다면서 항소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둘 다 만족스러운 재판을 할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할 수 있길 판사들은 늘 갈구한다.

최근 부산지방법원으로 배달된 한 통의 편지는 피의자들이 법원에, 판사들에게 바라는 게 자신들의 말
을 진심으로 들어 줄 수 있는 열린 마음임을 다시한번 일깨워 준다.

울산 울주군 웅촌면에서 농사를 짓는 이모(65)씨. 평생을 촌부로 살아온 이씨는 지난해 3월 채무 관계
로 송사에 휘말려 지난 1년여간 소송 끝에 패소했다. 1997년 7월 제모(50)씨와 고모(47)씨에게 각각
8000만원과 5000만원을 빌린 게 확실하므로 두 사람에게 원금과 함께 월 1%의 이자율을 계산해서 갚아주
라는 게 판사의 주문이었다.

함께 소송을 당한 이씨의 동서(78)가 다른 빚 문제로 가져간 부동산 소유권을 내놓지 않게 됐으나 이씨
로서는 얻은 게 없다. 결국, 소유권 이전이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원고들로서는 빚 변
제를 확실하게 담보할 수 있는 부동산을 넘겨받지 못해 ‘일부 승소’이지만, 이씨로서는 ‘완전 패
소’, 이씨의 동서로서는 ‘완전 승소’의 결과이다.

하지만 이씨는 사건을 담당한 부산지법 민사8부(재판장 윤근수)에 보낸 편지에서 “원고 부인과 피고 부
인 간에 발생한 금전관계로 제가 차용증을 대신 써준 것이 엄청난 변화를 자초했다”면서도 “돈을 갚아
주란 주문에 억울함이 있으나 수용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법률사무소 도움을 받는 상대편과 벌인 소송이었기에 더욱 힘들었으나 재판부의 귀기울이는 모습
에 판결을 신뢰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많은 서면자료와 출석답변을 할 때마다 짜증 한번 내지 않고 조목조목 말하고 마치 본인
들 입장인 것처럼 하나하나 경청하면서 냉정한 판단을 내린 윤근수 재판장과 장윤선 판사, 최욱진 판사
에게 존경심을 보낸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법원 내 소식지인 월간 ‘법원사람들’ 5월호의 ‘칭찬합시다’라는 코너에 이 글을 요약해 실
어 판사들과 법원 직원이 보도록 했다.

박희준 기자 www.himyblog.com


*개인 신상정보가 드러나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편지 원문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울산광역시 울주군 웅촌면 **리 마을 입구 산을 접해 살고 있는 이00입니다. 인생칠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가정사(대여금)로 피소되어 부산지방법원 제9민사부에 수차례의 자료제출과 출석답변한 바 있습
니다.
특히나 저는 피고 입장이었고 상대측에선 법률사무소에 의뢰를 한 송사였기에 저는 무척 힘들었고 고민
을 많이 하였습니다.
원고 부인과 피고 부인 간에 발생한 금전 관계로 단지 저가 양심에 의해 차용증을 대신 쓰준 것이 저에
겐 엄청난 변화를 자초하게 된 것입니다.
판결문에서 돈을 갚아주란 주문에 억울함이 있지만 법률지식도 없고 가정 여건상 더 이상 어찌할 수가
없어 저는 판결문의 주문 사항을 수용하오며 다음 사항에 감동을 받아 몇자 올립니다.
그동안 (사건접수 변론종결) 많은 서면자료와 출석답변을 드릴 때 마다 짜증한번 내시지 않고 냉정한 판
단을 내리신 윤근수 재판장님, 장윤선 판사님, 최욱진 판사님에 존경심을 보냅니다.
법복을 입고 판결에 임하시는 모습들을 상기하니 저희같은 서민들은 한없이 든든하며 정말 존경스럽습니
다.
판결문을 읽고 또 읽으보면 판사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를 느끼게 되는군요.
또한 많은 관련 자료 등을 함께 정리하며 수고하셨을 것으로 생각되는 법원주사 이기호님과 관계 공무원
님의 노고에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는 송사 문제로 법정에 서지 않고 촌부 생활에 충실하면서 열심히 살
겠습니다.
훌륭한 판사님들이 계신 부산지방법원의 무궁한 발전과 법원장님의 앞날에 더 많은 행운이 함께 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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