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증환자 본인부담 정액제 폐지… 처방 양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7-04-14 오전 10:04:00
오는 7월부터 정부가 감기 등 경증질환 진료비에 대한 환자 본인부담금을 완전 정률제(진료비 총액의
30%)로 변경함에 따라, 만성 질환에 경증 질환 처방을 더한 ‘백화점식 처방’을 요구하는 환자들이 증
가할 것으로 보인다.

감기 등 경증 질환으로 환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병의원은 내과, 소아과, 이비인후과 등이 대표적.
이들 진료과 의사들은 오는 7월 경증질환 본인부담금 정률제 시행되면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을 가
진 환자나 다자녀 가정에서 백화점 처방을 원하는 경우가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기도 일산 소재 Y내과 원장은 “대표적인 만성질환 환자인 고혈압 환자들은 병원을 찾을 때마다 감기
약 등 가족들이 쉽게 노출될 수 있는 질환의 처방을 함께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가급적 지양
하고 있지만, 단골환자들의 요구라 계속 무시하기 힘들어 웬만하면 처방을 하는 편”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이 원장은 “오는 7월 정액제 폐지와 의약품 포지티브제로 비보험 약이 증가할 경우 환자들의 약제
비 부담을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이에 따라 환자들은 한번 병원을 방문할 경우, 의사에게 가급적 받
을 수 있는 약 처방은 많이 받으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도 고혈압, 당뇨 환자들은 정기적으로 병의원을 방문,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상시 복용할 수 있
는 감기약, 피부약, 위장약 처방을 받아 진료 한 번에 몇 가지 약 처방을 받는 ‘알뜰족’ 행태를 보인
다는 것.
또한 소아과에서는 2명 이상의 아이를 둔 부모들이 자녀 한명에 대한 진료만 하고, 나머지 자녀에 대한
약 처방도 함께 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현재 적지 않은 상황.

소아과 의사들은 소아의 경우 같은 감기라 하더라도 개인별 내성과 증상이 미묘하게 달라 이러한 부모들
의 처방 요구를 최대한 뿌리치고 있지만, 본인부담 정률제가 본격 시행되면 부모들이 피부로 느끼는 진
료비가 증가해 이런 요구는 더욱 늘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소아과전문의 하정훈 원장은 “정률제가 본격 시행되면 지금보다 진료비 부담이 늘어 넉넉지 못한 부모
들은 아이들을 병원에 자주 데려올 수 없게 되고, 결국 아이의 병을 키우게 될 것”이라며 “6세 미만
아동에 대한 무상 진료를 시행하더라도, 가정에 미취학 아동만 있는 것도 아니고 6세 이상 아동에 대한
의료 접근권이 떨어져 결국 취학 아동들의 건강에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하 원장은 “의사 입장에서는 정률제 전면화로 환자들이 병의원을 외면해 환자가 줄어드는 것도 문
제지만, 장기적으로는 환자가 조기치료 시기를 놓쳐 더 큰 진료비 부담을 겪게 될까 걱정”이라고 전했
다.

한편 내과 전문의 김종률 원장(서울시의사회 보험이사)은 “정률제 시행을 하더라도, 초진과 재진료를
구분하는 기간에 적용되는 질환 구분이 모호한 것도 문제여서 이러한 백화점식 처방은 늘어날 것”이라
고 지적했다.

김 원장에 따르면, 현재 초진과 재진의 구분 기준은 질환의 종류를 세 가지로 구분하는 데 따른다.
우선 ‘치료종결이 확실한 병’은 30일 이내에 진료를 받으면 재진, 30일을 넘으면 다시 초진으로 구분
된다. 반면 ‘치료 종결이 없는 질환’에 속하는 만성질환인 고혈압, 당뇨 등은 시일에 상관없이 계속
재진으로 구분돼 초진 환자보다 상대적으로 싼 진료비 혜택을 받는다.

특히 ‘치료종결이 불확실한 질환’인 고지혈증, 만성위염 등은 90일이 지나야 초진으로 구분되는 데,
치료종결이 불확실한 질환의 종류에 대한 구분에 대해 복지부와 의료계 간에 현재 정리된 내용이 확실
치 않다는 점이 문제다.

이에 대해 김종률 원장은 “질환에 상관없이 30일을 기준으로 초진과 재진을 구분하자는 의견 등 현재
불확실한 초·재진 구분의 틀을 잡는 것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개원가에 일고 있다”며 “결국 초·재진
질환의 구분이 모호해 질 경우 환자들은 증상에 따라 각기 다른 본인부담 진료비를 내는 불합리한 일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올해 1월 기준) 의원급 의료기관 초진료는 1만1380원, 재진료는 8140원이며, 치과의원은 초진 1만
310원, 재진 6840원, 한의원은 각각 9420원, 5940원으로 재진 시 환자는 진료비 절감 효과를 볼 수 있
다.
한편 정부가 오는 7월 시행을 예고한 경증질환 본인부담금 개선안 방안에 따르면, 외래 진료비가 1만
5000원 이하인 경우 의원은 3000원, 약국은 1500원을 받도록 돼있는 본인부담금 정액제 방식을 없애기
로 했다. 대신 총 진료비 가운데 30%를 무조건 내는 완전 정률제로 변경된다.

현재 진료비가 1만5000원 나왔다면 3000원만 부담했으나 7월부터는 진료비의 30%인 4500원을 의원에 내
게 돼 환자 입장에서는 진료비가 50% 오르게 된다.
한편 병원은 40%, 종합병원과 종합전문병원은 50%로 기존과 변함이 없다. 여기에 약 조제비의 정률제 방
식 전환분까지 더하면 본인부담금은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석유선 기자 sukiza@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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